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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깜짝 놀랄 변신

공포영화 ‘장화, 홍련’의 ‘무서운 새엄마’ 염정아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7.02 11:28:00

평소 놀이기구를 못 탈 정도로 겁이 많다는 염정아가 영화 ‘장화, 홍련’에서 히스테릭한 계모 역할을 맡아 관객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전국에서 78만명을 동원해 한국영화 오프닝 스코어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여배우 가뭄’에 시달리는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염정아를 만났다.
공포영화 ‘장화, 홍련’의 ‘무서운 새엄마’ 염정아

염정아(31)가 ‘호러 퀸’에 도전하고 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 ‘장화, 홍련’에서 강렬한 눈빛과 히스테릭한 행동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모 은주로 등장하는 것. 지난해 스릴러 영화 ‘H’에서 냉정한 강력반 형사역을 맡았던 그의 또 다른 변신이다.
영화 ‘장화, 홍련’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던 날, 염정아는 “하루 종일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사회를 마치자 “얼떨떨하면서도 배가 고프다”며 영화가 꽤 만족스러웠음을 내비쳤다.
영화 ‘장화, 홍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에서 모티프를 얻어 두 자매와 계모의 갈등이 영화의 기본 틀을 이룬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소설 ‘장화홍련전’에는 계모가 추녀로 묘사돼 있지만, 그가 맡은 영화 속 계모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 김지운 감독은 “젊고 예민한 새엄마가 두 딸을 위압하는 구도가 필요해 염정아를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염정아는 원래 겁이 많아 평소에 놀이기구도 못 타고, 무서운 영화를 볼 때면 눈을 찔끔 감아버리고 마는 성격. 그런 그가 공포 영화에서 공포의 핵으로 등장하게 된 건 평소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김지운 감독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님이 새 영화를 찍는다는 소리를 듣고 ‘제가 뭐 할 거 없어요’ 하고 물었더니 대뜸 계모 역을 맡기셨어요. 이 나이에 계모 역을 한다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었고, 더욱이 시나리오를 읽어보고는 사이코 같으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에 자석처럼 끌렸어요.”

“1∼2년 후 저를 꽉 잡아줄 사람 만나 결혼하고 싶어요”
감독과 시나리오에 반해 흔쾌히 시작한 영화 촬영은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영화 촬영 초기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무섭고, 촬영 장소의 음산한 분위기에 위축돼 혼자 화장실도 못 갈 정도였다. 또한 영화 촬영 내내 편도선이 붓고 감기를 달고 살다시피 해 보약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익숙해지고, 영화 촬영이 진행될수록 기분도 나아지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한다. 평소 시달리던 가위눌림도 없어졌고 공포 영화도 즐기게 된 것. 무엇보다 그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숨은 면모를 발견하고, 연기자로서 역량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생각한다.
“제 성격에 쾌활하고 발랄한 면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통해 제게도 영화 속 은주처럼 예민한 면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제 숨겨진 면모를 잘 이끌어내주신 김지운 감독님께 감사해요.”
영화 촬영장에서 ‘왕언니’인 그는 딸로 출연한 문근영, 임수정 등 후배 연기자들과 금세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편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을 정도로 수더분한 성격이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은 “염정아가 밝고 털털한 줄만 알았는데 몇번 만나면서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소리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염정아의 그런 새로운 면을 영화에 반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의 예민하고 히스테릭한 면을 계모의 캐릭터에 담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은주의 과민한 성격이 염정아의 실제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 김감독은 한편, “염정아에게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면 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포영화 ‘장화, 홍련’의 ‘무서운 새엄마’ 염정아

시사회가 끝난 뒤 영화가 만족스러운듯 밝게 웃는 염정아.


그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준비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던 게 91년. 미스코리아 대회가 그를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듯 보이지만 그는 연기자가 된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입버릇처럼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가겠다고 말했고, 상도여중 1학년 때는 연극반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인물을 연기해 선배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한껏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만은 남달랐다고 회상한다. 어찌 보면 그는 그러한 끼를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그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는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에게 한줄기 태양광선이 비치고,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서서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미스코리아 선에 뽑히자 ‘드디어 올 것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어느새 나이 서른을 넘긴 그는 “서른살이 넘으면서 연기에 자신감이 붙어 이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연기하는 게 신난다고. 그래서 여러가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노출신만은 ‘사절’이라고 한다. 여배우라면 비밀스러움을 간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가족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영화에서는 새엄마로, SBS 일일드라마 ‘연인’에서는 이혼녀로 등장하자 “시집도 가기 전에…” 하고 염려하는 눈치라고 한다.
그러나 그를 안심시키는 건 울적할 때마다 기분전환으로 보는 점괘다. 점괘에 따르면 내년이나 후년에 그에게 결혼운이 있기 때문. 지난해 영화 ‘H’ 개봉을 앞두고 “2년 뒤쯤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그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 그는 이상형으로 “능력 있고, 추진력이 강하며 신념이 굳은 남자, 고집은 세지만 귀가 얇은 편인 자신을 꽉 잡아주며 옳은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 한마디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같은 사람. 자신이 정성을 쏟을 만한 사람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그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는 운을 타고난 나와 결혼하면 복덩이를 얻는 것”이라며 결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과 사랑, 어느 한쪽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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