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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해피 웨딩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이혼의 아픔 딛고 새출발하기까지 7년간 겪은 갈등과 망설임”

■ 글·최숙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최일스튜디오 ■ 헤어·박수영 뷰티솔루션 ■ 의상협찬·양성숙 부띠끄

2003. 07. 01

탤런트 이미영이 미국인 대학교수 킷 존스턴씨와 8월8일 전격 결혼한다. 7년 전 절친한 친구 부부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3년 전 프러포즈를 받고 푸른 눈빛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기까지 러브 스토리 공개.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저렇게 좋을까. 8월8일 전격 결혼하는 탤런트 이미영(41)이 예비신랑인 미국인 대학교수 킷 존스턴씨(51)와 함께 약속장소인 카페에 들어섰을 때, 기자의 눈에는 이미영보다 킷 존스턴씨가 먼저 들어왔다. 그는 좋아서 싱글벙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짧게 깎은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검정색 양복에, 머리 색깔과 똑같은 초록색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친근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킷 존스턴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난 럭키한 남자”라고 대뜸 말을 꺼냈다. 이미영과 결혼하게 돼서 행복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미영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목젖이 보이도록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밝고 행복한 얼굴이다.
독일과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킷 존스턴씨는 현재 서울 용산의 미8군내에 있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음악교수로 재직중이다. 그에 대해 이미영은 “장난꾸러기 같고 아기 같고 순수한 남자”라고 소개했다. 그녀가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제스처를 해가며 “미영씨와 결혼하게 돼서 기쁘다” “난 복이 많은 남자다” 하는 말을 어설픈 한국말로 계속 해댔다. 두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보는 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언제 처음 만난 것일까.
“7년 전에 제 친한 친구하고 친구의 남편과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제 친구 남편이 미국인인데 그와 킷이 친구라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죠. 이후 제가 97년에 이혼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을 때, 킷이 친구의 남편을 통해서 제 얘기를 들었나 봐요. ‘착하고 예쁜 여자인데 너무 안됐다’는 말을 하더래요.”
당시만 해도 이미영은 킷 존스턴씨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혼하고 심정적으로 고통스러웠던 터라 그 어느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더구나 킷 존스턴씨는 외국인이 아닌가. 말도 통하지 않는 그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때는 뭐랄까, 친구 부부와 어울릴 때 잠깐 보는 사이라고만 생각했지,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이혼, 어머니의 죽음 등 지독한 아픔 뒤에 새롭게 찾아온 사랑
하지만 킷 존스턴씨는 달랐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숨을 쉴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입술이 떨려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미영을 사랑스런 눈길로 쳐다보았다. 한마디로 첫눈에 반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점점 만남이 잦아졌다. 친구 부부가 카페를 하고 있었기에 이미영이 그 카페에 놀러가면 그들이 킷 존스턴을 불러냈다. 두 사람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준 셈인데 이미영의 가족도 그 무렵, 킷 존스턴에 대해서 웬만큼 알고는 있었다. 이미영이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서 어머니와 오빠 이창훈씨에게 말을 했던 까닭이다.
어머니는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빠 이창훈은 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이혼할 당시 별별 소문들이 다 돌았기 때문에 이미영이 킷 존스턴을 만나고 있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더구나 그가 외국인 남자라서 이미영의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오빠로서 우려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인연이란 게 정말 있는 모양이다. 99년 5월 암투병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미영은 어머니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때 곁에서 마음의 위로를 해준 사람이 바로 킷 존스턴이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이미영은 예비신랑 킷 존스턴에 대해 “장난꾸러기 같고 아기 같고 순수한 남자”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킷이 3일장을 치러주고 장지까지 따라와서 도와주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참 괜찮은 남자구나 생각했죠.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오빠하고 저는 킷 때문에 한동안 얼굴을 안 보고 지냈는데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면서 오빠하고도 화해를 했어요. 킷이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걸 보고 오빠도 괜찮은 남자라고 느꼈나 봐요. 저한테 ‘더는 반대하지 않을 테니까 만나라’고 하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저한테 많은 걸 주고 가신 것 같아요. 오빠하고도 사이가 좋아졌고 킷하고도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됐잖아요.”
그 말 끝에 이미영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킷과 결혼식을 앞두고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히 나는 모양이다. “살아계셨더라면 결혼 준비도 다 해주셨을 텐데…” 하고 말끝을 흐리면서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행복한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3년전 돼지삼겹살 집에서 반지와 함께 프러포즈를 받아
그런 일이 있은 후 이미영은 킷 존스턴씨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돼지삼겹살집에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결혼하자”고 청혼을 했다는데 이미영은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혼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 결혼을 한다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고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눈에 콩꺼풀이 씐다고 하잖아요. 옛날에 저도 그랬고, 그래서 결혼을 했지만, 누가 이혼할 줄 알았나요.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그런 일이 또 생길까봐 겁이 나더라고요. 이 행복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두렵고 무서웠죠. 그럴 때마다 킷은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는 옛날의 그 남자와 다르다’고 했지만, 누구나 결혼할 때는 좋아서 하지 이혼하려고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킷을 사랑하면서도 만날 때마다 헤어지자고 했어요. 어떤 날은 제발 내 곁에서 떠나달라고 울면서 애원한 적도 있었죠.”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그 말에 상처를 입었던 걸까. 킷 존스턴씨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질 뻔한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던 것 같다. 각자 떨어져 있으면서 상대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영은 “킷이 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헤어져 있으니까 많이 보고 싶고,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됐다”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킷도 그랬나 봐요. 미국에서 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 모습을 본 미국의 어머니도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말씀을 하셨대요. 결국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다시 만났죠.”
한차례 결별의 위기를 겪은 두 사람은 서로 더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게 됐다. 특히 킷 존스턴이 이미영에게 보여준 마음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는 이미영이 밤샘 촬영을 할 때마다 같이 잠 안 자고 기다려주고,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목요일이면 와서 쓰레기 분리도 해주고, 일요일에는 요리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었다. “잘하는 요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킷 존스턴씨가 손가락을 꼽으며 “스테이크, 오믈릿, 샌드위치,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김밥도 잘 만든다”고 했다. 이에 이미영이 한마디 거들었다.
“요리도 그냥 해주는 게 아니라 주방장처럼 옷을 입고 음식을 다 만들면 손에 접시를 들고 춤을 추면서 식탁 앞으로 와요. 그러곤 식탁 위에 냅킨을 놓고 만든 음식을 예쁘게 세팅까지 하죠.”
어디 그뿐인가. 여행을 가면 꼭 액세서리나 옷을 사가지고 와서는 “미영 스타일”이라고 말하면서 선물로 준다.

8월 미국인 대학교수와 전격 결혼하는 이미영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며 키스를 하는 두사람.


어디를 가거나, 뭘 할 때도 먼저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해준다. 설령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다 들어준다고 하는데 이미영은 “그때마다 감동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한국남자들은 안 그렇잖아요. 저는 여태껏 살면서 남자한테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던 일이 킷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거예요. 지금도 이게 꿈인가 싶을 때가 있어요.”
지난해 7월 이미영은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통해 미국인 남자친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소개하면서 결혼은 5년후쯤에나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결혼을 앞당긴 이유는 주변의 성화 때문이다. “그렇게 착하고 좋은 남자를 왜 기다리게 하냐”면서 “얼른 결혼하라”고 보는 사람들마다 말했던 것이다.
딸들도 엄마의 결혼 소식을 알고 있다고 한다. 결혼날짜를 잡기 전에 킷 존스턴과 두 딸이 함께 식당에서 만났는데, 의외로 딸들이 킷 존스턴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엄마를 많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서로 사랑하며 이 세상 오랫동안 함께하는 게 두 사람의 꿈
“제게는 한번 결혼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잘 살게요’하는 말은 솔직히 할 수가 없어요. 그 말이 왠지 양심에 걸리고 염치없이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노력하면서 살 것’이라는 말밖에 지금은 할 말이 없어요.”
이미영은 결혼식 직후인 8월10일 출연중인 KBS ‘노란손수건’의 세트촬영이 끝나는 대로 태국의 카라비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신혼살림은 일단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옥수동 집에 차린 뒤 가을께 일산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며 “자녀 계획은 없다”고 했다.
“나의 꿈은 미영씨와 이 세상을 오랫동안 함께하는 거예요. 사랑은 강렬한 거죠. 3년 전 프러포즈를 했을 때 제 감정은 불 같았어요. 지금도 미영씨를 많이 사랑해요. 영원히 사랑할 겁니다.”
킷 존스턴씨는 그 말과 함께 이미영에게 키스를 했다.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오다 사랑으로 발전한 이 두 사람의 국경 없는 사랑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서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럭키하게 생각한다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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