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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또 다른 엄마들

채팅·이메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희망 나누는 '사이버 맘'

■ 기획·최미선 기자 ■ 글·최규정 ■ 사진·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제공

입력 2003.05.07 15:15:00

인터넷 공간을 어른과 청소년들이 소통하고 이해하는 장으로 만들어가고자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맘’이다. 채팅이나 이메일, 쪽지 등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에게 든든한 엄마이자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이들 ‘사이버맘’의 역할. 요즘 우리 아이들 고민은 무엇이고,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사어버맘들의 경험을 통해 들어보았다.
채팅·이메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희망 나누는 '사이버 맘'

10대 청소년들과 채팅을 통해 ‘친구같은 엄마’역할을 하고 있는 오세시리아씨.


경기도 군포에 사는 오세시리아씨(37)는 요즘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10대들이 자주 찾는 채팅방에서 수다를 떨거나 쪽지를 주고받지만 오씨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씨는 지금 인터넷 공간의 친구 같은 엄마, ‘사이버맘’(www.cybermom. or.kr)으로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10대 아이들의 경우는 직접 상담을 하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고민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또 일반 상담은 아이들이 직접 연락을 해야만 가능한데 인터넷에서는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잖아요.”
사실 오씨도 지난해 7월 사이버맘 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채팅의 ‘채’자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아이가 왜 그렇게 인터넷 채팅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물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그가 교육을 받고 채팅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적응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수시로 성에 대한 노골적인 내용의 쪽지가 날아오고 채팅방에서 만난 아이들은 진지한 대화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무슨 질문을 하면 대개 ‘모른다’는 둥, ‘생각 안 해봤다’는 둥, 무성의한 대답만 반복하는데 정말 힘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대화 횟수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이상한 쪽지를 보내오는 아이들도 그저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았죠.”

가출소녀가 인터넷 상담을 통해 집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어
내일여성센터 청소년상담소에서 일하는 김혜란씨(29)도 아이는 없지만 엄연한 ‘사이버맘’이다. 그는 근무중 시간이 날 때마다 채팅 사이트를 열어놓고 아이들의 대화에 참여한다.
“저희 소장님이 우연히 채팅방에서 만난 아이와 이메일 상담을 한 일이 계기가 되었어요. 당시 그 아이는 가출한 상태였는데 자신의 고민과 어려운 점을 소장님과 이메일로 주고받으면서, 결국 아이 스스로 용기를 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죠.”
이후 채팅이나 이메일 등을 이용해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클린 인터넷 캠페인’과 사이버맘의 활동이다. 이런 사이버맘들의 정기 채팅모임을 진행하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이 바로 김씨의 역할이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불법 사이트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고발 조치하는가 하면, 청소년이 자주 가는 사이트를 조사해 목록을 만들고 평가하는 작업도 해왔다.
현재 교육을 받고 함께 활동하는 사이버맘은 30여명. 그중에는 남자대학생도 있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만은 모두 한결같다고 한다.

채팅·이메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희망 나누는 '사이버 맘'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버맘’회원들.


“채팅을 할 때 대부분 처음에는 아이들이 쓰는 용어에 낯설어하거나 딱딱한 발언으로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경험을 많이 해요. 한 대학생 사이버맘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채팅방에서 ‘성고민도 들어준다’고 적었다가 신고가 들어와 정지처분을 받은 일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각자 성향에 맞게 적응하며 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 한번으로 끝나는 채팅이 많지만 한 아이와 여러 차례 대화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고요. 전주에 사는 한 사이버맘은 요즘 수양딸, 수양아들이 생겼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정작 사이버맘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도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나쁜’ 어른들만 만난 아이들에게 정말 괜찮은 어른들도 있다고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 사이버상에서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더불어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고민을 들어주며 도움이 될만한 의견을 건넨다고 한다.
사이버맘이 만나는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이런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성문제.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성교제나 외모,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부터 엄마와의 갈등, 학교에서 겪는 왕따나 학교폭력, 앞으로의 진로와 공부에 대한 고민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아이들의 고민이 많이 부각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통로는 부족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부 아이들이 ‘누님!’이라며 노골적인 성고민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이 모두 음란물에 빠져 있거나 불순한 아이들은 아니라고 한다. 오세시리아씨의 경우 작년에 성관계를 요구하며 쪽지를 보내온 남자 고등학생과 세번 정도 채팅을 하면서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흔히 어른들이 우려하는 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했을 뿐 아니라 채팅에서 처음 나눈 대화가 모두 진심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금씩 진지하게 대화를 받아들인 그 학생은 사이버맘들의 정기채팅방 초대에도 응하는 등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부모와의 갈등 역시 아이들의 고민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나 엄마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오씨는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청소년기에는 특히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적절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채팅을 많이 한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이 적잖다. 하지만 아이들이 채팅에서 나누는 대화는 그저 일상적이고 잡다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른들이 동창회에서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아이들도 그저 또래 아이들과 채팅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따라서 과도하게 걱정하기보다는 엄마들도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과 채팅을 해보라고 사이버맘들은 권한다. 오씨의 경우 채팅방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아이와 직접 채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아이들은 메일이나 쪽지 받는 것을 좋아하며 의외로 평소에는 말 못하던 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꼭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오씨는 아이들이 부모나 어른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언제나 결론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훈계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말에 토를 달거나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일단은 무조건 공감하며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아이의 고민에 대해 ‘그 정도로 힘들어하면 되겠니?’라기보다는 ‘그래서 힘들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채팅·이메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희망 나누는 '사이버 맘'

청소년들의 고민을 좀더 효율적으로 풀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열고 있는 ‘사이버맘’회원들.


또 엄마들은 아이의 고민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버려야 할 습관이라고. 이런 섣부른 해결책 제시는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닫히게 할 수 있다.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혹시 엄마가 도와줄 게 있을까?”라는 말로 아이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아이와의 관계’라는 것이 오씨가 사이버맘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다.
“대부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아이들을 다그치잖아요. 하지만 이런 경우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제의 내용을 슬쩍 꺼내는 것이 좋아요.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대화라는 게 갑자기 잘되는 건 아니니까요.”
평소 아이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밖에서 지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엄마와 아이일수록 야외나 전혀 색다른 장소에서 만나면 평소와는 다른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이 경우 직업을 가진 엄마들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과 채팅을 통해 내 아이의 문제 해결할 수도 있어
꼭 자신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채팅방에서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여러 모로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경우 보통 자녀보다 두세 살 많은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자녀들이 앞으로 거치게 될 경험과 문화를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한발 더 나가 직접 사이버맘 양성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사이버맘 홈페이지에 가면 상시 오픈 되어 있는 동영상 강의를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데 이를 청강한 후 리포트를 제출하면 사이버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지금 활동하는 서른명의 사이버맘들의 모습을 캐리커처로 만들어놨어요. 앞으로 얼굴과 함께 사이버상에 소개할 계획이에요. 또 이분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받을 생각이고요. 더불어 더 많은 분들이 사이버맘으로 나설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교육도 더 알차게 구성하려고 합니다.”
김혜란씨에 의하면 현재 온라인상의 사이버맘 회원은 4백명이 넘어선 상태. 굳이 사이버맘으로서의 활동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더 많은 사이버맘 회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곳 사이버맘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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