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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된 열두살 만화가 새림이네 가족의 남다른 교육법

■ 글·최숙영 기자(ary95@donga.com) ■ 사진·박해윤

입력 2003.04.14 19:04:00

열두살 만화가 새림이와 동생 나림이는 좀 별난 자매다.
앉았다 하면 그림을 그리고 ‘꼬불이’와 ‘또라’라는 아기뱀 만화 캐릭터도 탄생시켰다.
알고보니 돈키호테 같은 아빠와 엄마의 교육 덕이었다.
새림이 가족의 독특한 자녀교육법 공개.
‘스타’가 된 열두살 만화가 새림이네 가족의 남다른 교육법

만화가가 꿈이라는 새림이.


기자학교에서도 새림이(12)와 나림이(10)는 유명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다른 반 아이들까지 스케치북을 들고 와서는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한다. 새림이는 그럴 때마다 쓱쓱쓱,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이 만들어낸 만화 캐릭터 아기뱀 ‘꼬불이’를 그려준다. “와∼ 예쁘다” “잘생겼네” 하며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새림이는 어느새 초등학생들 사이에 스타가 됐다. 2002년에는 새림이의 만화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우수만화제작 지원작에 선정돼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올 1월엔 ‘자장면 먹은 꼬불이‘(김영사)라는 그림책도 펴내고 3월부터 소년조선일보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제 꿈은 만화가가 되는 거예요. 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사람들을 많이 관찰해요. 눈하고 얼굴형하고 헤어스타일을 가장 유심히 보죠. 그림이 생각한 대로 완벽하게 나오면 기분이 좋지만 반대로 안 그려질 때면 짜증이 나고요, 때려치워요.”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집과 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을 일기 쓰듯 그림으로 엮은 새림이의 만화는 제목만 봐도 ‘우리 아빠는 부엉이 아빠’ ‘아빠, 씨팔이 뭐예요?’ ‘학교 가기 싫어’ ‘반장 당선사례’ 등 재밌고 신선하고 아이다운 데가 있다. ‘꼬불이’라고 만화 캐릭터 이름을 붙인 이유도 뱀이 꼬불꼬불하게 생겨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언니를 따라 동생 나림이도 ‘또라’를 탄생시켰다. 나림이는 “그림을 그리면요 재미있고요, 친구들한테도 막 자랑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어떻게 이처럼자매가 똑같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무지막지한’ 칭찬과 무엇이든 스스로 하도록 하는 교육법
모두 돈키호테 같은 아빠 덕분이다. 병따개 달린 라이터 등 발명품 만들기에 미쳐 큰돈 한번 못 만져보고 가난하게만 살아온 아빠 기효석씨(45)는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도 독특하다. 공부 잘해서 상 타오는 것보다 일기 잘 써서 별점 받아오는 걸 더 칭찬한다.
엄마 임학림씨(43)도 아빠 못지않다. 그녀는 뭐든지 아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동네에 학부모회를 만들어서 나비 여행, 꽃 여행 등 아이들이랑 놀러다니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덕에 여태 학원 구경을 못해봤다는 새림이와 나림이.
“새림이가 열살 때 낙서장에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기발하고 재밌더라고요. ‘뭘 그린 거냐?’고 물었더니 ‘뱀을 그린 것’이라면서 뱀이 꼬불꼬불하니까 ‘꼬불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저는 새림이가 그린 꼬불이를 열쇠고리로 백개 정도 만들어서 주었어요. 친구들한테 선물로 주라고요. 당연히 너무나 신나 하죠.”
‘꼬불이’ 만화 캐릭터의 탄생은 이랬다. 아이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의 창의력을 발견한 아빠 기씨는 그뒤로 ‘무지막지한’ 칭찬으로 아이의 재능을 계발시켜줬다.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네가 그린 꼬불이가 최고야”라는 칭찬을 할 때마다 새림이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스타’가 된 열두살 만화가 새림이네 가족의 남다른 교육법

왼쪽이 새림이, 오른쪽이 나림이. 두사람이 만들어낸 만화캐릭터 앞에서 가족끼리 한컷.



“칭찬의 힘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우리 부부는 아이의 의견도 100% 존중해줘요. 며칠 전에도 새림이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는데 미용사가 새림이 마음에 안 들게 머리를 잘랐나 봐요. 집에 와서 시무룩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네가 원하는 대로 미용실에 다시 가서 머리를 자르고 오라고요. 새림이는 헤어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도 3백여개 종류나 되는데, 미용사가 머리를 막 잘랐으니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저는 새림이의 그런 마음을 십분 이해해요.”
엄마 임씨 역시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한다. 새림이가 한여름에도 두꺼운 겨울 코트를 입고 싶다고 하면 입게 한다. 다른 엄마들이 보면 “어머, 미쳤어” 하며 엄마인 그녀를 나무라겠지만, 아이들이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어도 ‘경험을 통해서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임씨의 생각이다.
더구나 그녀의 교육법이 특이한 것은 생활 속에서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방청소, 설거지는 물론이고 양말도 손수 빨게 했다. 때문에 엄마가 외출하고 집에 없을 때, 비가 오면 아이들이 전화를 해서 “엄마, 비가 오는데 빨래 걷을까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집안일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제 주변에도 아이한테 과외를 시키는 엄마들이 많은데 저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아이의 적성과 특기를 부모가 일찌감치 발견해서 그쪽으로 계발시켜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봐요.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아이가 대학을 포기하고 꽃가게를 하고 싶어한다면 저는 부모가 나서서 꽃가게를 얻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요. 부모가 교육시킬 때도 아이의 행복에 가치 기준을 두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이에요. 중요한 건 아이의 행복이지, 학벌이 아니잖아요.”
다른 부모들하고는 참 다르지 싶다. 새림이 엄마, 아빠는 바람직한 교육법이란 아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는 것이며, 부모는 그야말로 아이가 걸어가야 할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지, 간섭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새림이와 나림이는 또래아이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기발한 재치와 아이디어가 넘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더니 “어? 저 안에 내 얼굴이 있네” 하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까르르 웃었다. 부모가 어떤 기준을 두고 아이를 교육시키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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