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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는 그녀

'H양 비디오'실제 주인공이라고 나선 에로배우 하늘 단독 인터뷰

■ 글·조득진 기자(chodj21@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2003. 04. 02

‘H양 비디오’라며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영상의 실제 주인공이 나타났다. 에로배우 하늘이 그 장본인. 날씬한 몸매와 장난스러운 말투가 비슷해 ‘함소원 비디오’로 둔갑하기도 했던 동영상의 주인공이 문제의 비디오를 촬영하게 된 계기와 에로영화 배우로서의 생각들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H양 비디오'실제 주인공이라고 나선 에로배우 하늘 단독 인터뷰

그와 만나기로 한 일산 탄현역 부근. 동영상 촬영이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는 그는 그러나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제 자신을 노출시키는 게 많이 꺼려졌어요. 주변에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죠. 하지만 제가 침묵하고 있으면 함소원씨가 계속 의혹을 받을 것 같았고, 또 정당하게 찍은 영상물이 포르노로 둔갑해 유포되고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어요.”
에로영화와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에로배우 하늘(25). 그가 요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동영상 속 주인공은 함소원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며 신분을 드러냈다.
“얼마전이었어요. 아는 감독님이 전화를 하시더니 인터넷에 ‘H양 비디오’라는 것이 떠돌고 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여자가 저랑 아주 많이 닮았다는 거예요. 혹시 남자친구와 여관에 갔다가 몰래카메라에 걸린 게 아닐까 처음엔 덜컥 겁이 나더군요.”
매니저의 도움으로 동영상을 구해 확인해보니 동영상 속에서 남자와 적나라하게 섹스를 벌이는 여자는 자신이 맞았다. 그러나 걱정했던 ‘몰카(몰래 카메라)’는 아니었다. 지난해 초반 인터넷 성인방송 바나나TV에서 촬영한 ‘패러디’라는 동영상물이었다.
“보통의 에로비디오처럼 남녀 배우 모두 ‘공사’까지 하고 촬영을 한 영상물이에요. 몰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중에 주변 화면을 검게 처리한 거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7분짜리지만 원래는 앞뒤로 캠코더를 손보는 장면이 있어 13분 분량이고요.”
한마디로 몰래 카메라가 아닌 통상적인 영상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방송국에서 촬영한 영상물이 어떻게 ‘H양 비디오’라는 몰카 형식의 포르노물로 둔갑한 것일까? 그의 소속사와 성인방송 측에서는 어떤 해커가 바나나TV의 사이트에 들어가 해킹해서 이를 마치 은밀한 몰카 비디오처럼 인터넷에 유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H양 비디오'실제 주인공이라고 나선 에로배우 하늘 단독 인터뷰

문제가 되었던 7분짜리 'H양 비디오'의 한 장면.


“성인영화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동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전 줄 알아보시던데요.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비슷하기도 해’라고 장난을 치긴 하지만, 사실 전 함소원씨와 닮은 데가 하나도 없어요. 아마 동영상 속에서의 말투나 마른 몸매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본의 아니게 함소원씨에게 미안하게 됐네요.”
‘H양 비디오’가 돌면서 사람들은 동영상 속의 대화를 놓고 실제 정사장면이라는 의견을 내놓곤 했다. ‘말 좀 해’ ‘이거 예쁘지?’ ‘벌써 ×어?’ 등 실제 정사장면으로 오인할 만한 노골적인 이야기들이 나온 것. 실제 관계에서나 나올 법한 이 대화들은 당시 대본에는 없었고 모두 현장에서 그가 만들어낸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H양 비디오'실제 주인공이라고 나선 에로배우 하늘 단독 인터뷰

그는 에로배우도 직업이며,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화제가 되었던 토끼 모양의 귀마개도 그의 아이디어. 평소 ‘아동틱한’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그는 촬영이 있던 날 몹시 추워 귀마개를 하고 촬영장에 갔다고. 촬영에 들어가면서 ‘재밌겠다’는 생각에 소품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가 에로배우로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누드모델 일을 찾다가 에로영화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에로배우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직업의 하나이고, 또 보는 사람이 있는 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이후 출연한 작품은 ‘낯선 향기‘ ‘자유학원 8‘ 등 성인영화가 수십편, 동영상물은 그보다 더 많다. 멜로물보다는 주로 코믹·엽기적인 작품에 출연했으며 요즘은 IJ(인터넷 자키)로도 활동중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지난해에 찍은 ‘미스 리‘와 ‘발정기‘.
“문제의 그 동영상물을 찍을 때만 해도 신인시절이었죠. 그래서 어설픈 점이 많았어요. 요 근래 다시 봤더니 신음소리도 너무 밋밋하고, 체위도 평범하더군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실제 정사장면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하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후배위 자세를 할 때 ‘똥배’가 안 나와 다행이에요. 제 핸디캡이거든요.”
자신의 신체 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은 가슴. 칼 한번 대지 않은 순수 자연산으로, 에로배우들 안에서도 예쁜 가슴으로 통한다고.
한달에 출연하는 에로영화는 서너 편 정도. 과거 ‘젖소부인 시리즈‘ 때가 호황기였다면 인터넷이 급속도로 퍼져있는 요즘은 비디오업계의 IMF라고. 한편을 촬영하는 데는 이틀 정도 걸리고 출연료는 1백5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H양 비디오’가 뜨긴 떴나 봐요. 한 제작사에서 후속편을 찍자고 연락이 왔더군요. 그래서 어제 밤새 촬영을 했어요. 많은 제작사에서 에로영화 섭외가 들어오고 있고요.”
이번 사건이 그녀에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 셈. 그러나 곤란한 상황도 발생했다.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딸이 누드모델인 줄로만 알던 부모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번 ‘H양 비디오’ 파문으로 함소원을 비롯해 성의 이니셜이 H인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애꿎은 피해를 봤다. 그는 한숨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인이라는 것,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너무 당하는 것 같아요. 남자와 만나 사랑을 하고 섹스를 나누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상적인 거잖아요. 같은 여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남들이 어떻게 보든 에로배우도 하나의 직업이고, 직업인으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에 충실할 것이라는 그. 촬영을 위해 주저 없이 옷을 벗는 행동만큼이나 시원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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