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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라이벌 대담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내가 며느리 약을 너무 올렸나?” VS “나도 곧 며느리 볼 나이, 해도 너무 하시네요”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1.09 11:54:00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옥정과 인현왕후를 앞세워 주도권 쟁탈을 위해 팽팽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강부자와 김영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하는 두 사람이 브라운관 밖에서 만나 격의 없이 나눈, 실생활에서 느끼는 고부간의 문제와 여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2월18일 오후 4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 기자가 “요즘 ‘장희빈‘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주인공인 장희빈보다 팽팽한 심리전 펼치는 두 분의 연기대결이 더 재미있다는 사람이 많다”며 “게시판 봤느냐”고 묻자 두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강부자(이하 강) 아유, 난 인터넷 그런 거 모르겠더라.
김영애(이하 김) 나도 부끄럽지만 컴퓨터를 못해요. 언젠가 꼭 배워야지 하는 생각은 해요. 환갑 전에…(웃음).
언젠가 배울 거가 아니라 난 그런 거 없어졌으면 좋겠어. 왜 그런 걸 만들어가지고 복잡하게 해. 사람들이 기계에 치여서 너무 각박하게 사는 것 같아 싫어. 전화도 그래. 누구랑 한창 통화하고 있는데 ‘뚜뚜’ 소리가 나길래 ‘이게 뭔 소리야’ 했더니 어디서 또 전화가 걸려온 거라나?
언니, 그게 통화중 대기라는 거예요. 그래도 나이 어린 내가 좀 낫네.
누구랑 통화하면 끝난 다음에 받고 그러는 게 좋지, 이 전화 받았다 저 전화 받고… 아유 정신없어.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난 환갑되기 전에 또 한가지, 꼭 하고 싶은 게 운전인데 지금까지 못하고 있어요.
운전 못하는 것도 나랑 똑같네. 난 면허는 33년 전에 땄어(이때 김영애 왈, “저도 운전면허 딴 지 20년 넘었어요”) 장롱면허라서 그렇지, 난 트럭도 운전할 수 있는 1종면허잖아. 근데 운전도 못하고 컴퓨터 있는 방에 가면 행여 청소하다 건드려 잘못될까 싶어 근처에 가지도 못해.
언니, 선생님은?(남편인 이묵원을 말함)
그인 다 해. 배우지도 않았는데 딸이 시집가고 나니까 딸이 쓰던 거 자기가 다 하더라고. 요즘은 컴퓨터로 대본도 뽑아보대. 난 꼭 방송국까지 가서 내 손으로 찾아와서 보거든. 그러면 후배들은 ‘아니 대본을 가지러 뭐하러 방송국까지 가냐’고 해.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컴퓨터로 뽑아주는데 그거 가지고는 앞뒤 연결이 안돼서 못하겠더라고. 옛날식으로 통째로 나와있는 걸 봐야지.
난 매니저가 PC방에서 뽑아다주는데…. 역시 내가 언니보다 젊긴 젊네요.
대담에 앞서 분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화제에 올린 컴퓨터 얘기로 펼친 전초전은 강부자(62)보다 10년 젊은 김영애(52)의 우세승으로 보인다. 이어 오늘의 주제는 드라마‘장희빈‘을 통해 같은 여자로서 보이지 않게 팽팽한 심리전을 펼치는 모습을 계기로 고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목적이라고 하자 김영애씨가 “보이지 않게가 아니라 너무 드러나게 나빠요. 완전히 앙숙이야” 라며 가벼운 한방을 날리는 듯하면서 두 사람의 ‘본게임’이 시작됐다.
난 너무 강해서 부러지는 쪽이고 언니는 성격이 융통성도 있는데다 대궐에서 살아온 연륜도 있고 쓴맛을 보고 살아온 사람이라 대비인 나보다 나름대로 오히려 현명한 스타일이잖아요. 그래도 너무 약을 올리네. 나는 이제 곧 죽는데(‘장희빈‘이 20회를 맞을 때 대비가 죽는 것으로 설정돼 있음) 적당히 좀 하세요(웃음).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며느리와 같이살면 늘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딸처럼 예뻐할 것 같다는 강부자.


내가 좀 심했나? 사실 개인적인 친분이 없거나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면 드라마 속에서 조금 더 약을 올렸을 텐데…. 그나마 너랑 친하니까 생각보다 봐줘가면서 하는 거야. 그래도 시청자들 중엔 “아, 요즘에 왜 그렇게 며느리 약을 올려요?” 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 근데 요즘은 고부지간에 옛날처럼 정말 미워서 못되게 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난 며느리랑 떨어져서 살아 잘 모르겠지만 요즘 고부간 보면 대개 서로 살살 비위 맞춰가면서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것 같더만.
정말이지 한 집안에서 그렇게 약 올릴 정도로 고부간의 사이가 벌어지면 힘들 것 같아요. 나도 상대에게 거부감이 있거나 하면 연기가 안돼요. 상대가 편안해야 어떤 상황이든 연기가 제대로 나오지 관계가 거북하면 연기가 안돼요. 근데 생각해보니 부자언니하고 연속극 하는 건 처음이네. 몇십년 동안 방송국 오고 가며 알았지만 이 드라마 하면서 언니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원래 알뜰하고 살림 잘 하신다는 건 익히 얘기를 들어 알았는데…. 정말이지 일도 열심히 하고 가정도 확실히 지키면서 여자로서의 본분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론 ‘며느리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저 눈에 들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웃음). 난 살림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언니를 보면서 가끔 반성을 해요. 그거 몰랐죠?
난 2001년 12월에 며느리를 봤는데 같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 난 며느리랑 같이 살면 아주 예뻐할 것 같아. 지금 공부하느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벌써 옷을 몇번 사보냈는지 몰라. 여기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들을 사서 보내면 “어머니 이런 걸 어떻게” 하면서 감격해하면서도 다리에 쫙 붙는 쫄바지 사 보내면 우리 딸은 너무 좋아하는데 며느리는 부끄럽다며 그걸 못 입는 거야.
저는 지금까지 내 자신 하나도 주체하지 못해서 바동바동대면서 살았는데 언니 보면 대단해요. 시야가 참 넓어요. 그래서 나를 한번 되돌아봤어요. 나 혼자 사는 거야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만 아랫사람을 보고, 후배들 보고, 정말 내 아들이 결혼해서 며느리를 봤을 때 어떻게 해야 될까, 걔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이 되네요.
근데 딸하고 며느리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 둘 다 미국에서 사는데 우리 딸은 전화를 매일 하고 며느리는 가끔 해. 그래도 며느리가 “어머니 조심하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세요” 그런 소리 들으면 눈물이 줄줄 흘러. 난 우리 딸하고 하도 데이트를 많이 해서 그런지 며느리도 옆에 있으면 딸처럼 데리고 다녔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 딸이 하는 얘기가 ‘이 다음에 우리 엄마 며느리는 누가 될까, 이렇게 멋진 엄마하고 매일 데이트 하고 그럴 텐데…’ 하며 샘을 내는 거야.
며느리 맞으니까 어때요?
며느리라는 존재가 얼마나 예쁜 존재야. 내 아들을 위해 다른 가문에 입성해서 자기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거 아니야. 며느리를 생각하면 ‘아이고 세상에… 저게 호적을 바꿔가지고 우리 집안에 들어왔는데 우리를 뭘 믿고 왔을까(웃음). 저거 만약 우리가 구박하면 얼마나 불쌍할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며느리한테 잘해주고 싶어.
언니 며느리는 복받았네.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아들이 결혼한 후 맞벌이 한다면 집안일을 며느리와 같이 하게 끔 ‘감시’할거라는 김영애.


나도 이씨 집안에 시집와서 며느리 노릇할 때를 생각하면 알잖아. 그래도 난 우리 시어머니하고 참 잘 지냈어. 내가 7남매 중 맏며느린데 물론 고부갈등을 겪을 시간도 없었지만 우리 어머님은 한번도 내게 거슬리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어. 오히려 아들이 며느리보다 활동이 적었기에 늘 그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에미야 너 볼 면목이 없다’ 그러셨어. 그리고 내가 뭘 해다 드리면 “에미야 너 잠도 잘 못 잘 텐데 이런 거 해오지 마라” 그러시구. 남편이랑 4년간 연애하다 결혼했는데 결혼 전에도 내 생일 때 꼭 동대문 시장에서 천 떠다가 잠옷 만들어서 보내시곤 했어. 84세에 돌아가셨는데 돋보기 한번 안쓰시고 바느질을 하셨는데 드라마에 필요한 의상도 어머니가 다 만들어주셨어. 특히 히트였던 건, 유서를 써놓고 돌아가셨는데 ‘제사를 절대 큰형수한테 맡기지 말라’고 하신 거야. 내가 바쁘고 힘든 걸 아니시까 마지막 가시는 순간에도 그렇게 배려를 하신 거지. 어떤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왔을 때 그 며느리로 인해서 집안이 평화롭게 되느냐 아니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 아니겠어? 그렇기 때문에 난 고부간의 관계는 특히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잘 다독거리면서 내 집안 사람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옛날에 고부간의 갈등은 결국 일종의 헤게모니 쟁탈이었지 뭐. 광 열쇠를 누가 쥐느냐 하는 거….
하긴… 아들이 결혼하면 월급봉투를 어머니한테 주느냐, 와이프한테 주느냐 갖고도 신경전을 많이 펼치잖아요. 난 부산 출신인데 우리 엄마나 할머니는 하여간 아들들만 떠받들고 키웠어요(김영애는 3남1녀중 장녀다). 난 그게 꼴보기 싫어서 할머니하고 엄마 안 계실 땐 동생들을 막 부려먹었어요(웃음). 밥 먹고 나면 큰동생은 설거지하라고 하고 둘째는 청소하라 하고 막내는 빨래 하라 그러고…. 큰동생이 입이 짧아서 밥을 잘 안 먹으면 할머니는 꼭 다른 것을 만들어주셨어요. 근데 난 “너 먹기 싫으면 관둬” 하고 구박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요. 지금 저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걔한테도 설거지 시키고 청소도 시켜요. 아들이 결혼해서 맞벌이를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집안일은 같이 하게끔 ‘감시’할 거예요. 하지만 한가지, 며느리에게 남편 아침만큼은 꼭 챙겨 먹이라고 할 거예요. 난 참 이기적인 편이에요. 내가 상대한테 많이 못 해주기 때문에 상대한테서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언니랑 일을 같이 하면서 내가 과연 아랫사람한테 뭘 보여주고 귀감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니까요. 이제 좀 철이 드는 가봐요.
어머, 넌 그러니? 난 남자가 부엌에 들어와서 얼쩡거리는 게 아주 꼴보기 싫어. 우리 남편은 지금껏 물 한잔도 자기 손으로 떠먹어 본 적이 없어. 지금은 다 결혼해서 우리 둘만 있잖아. 그래서 가끔 녹화 끝나고 나면 피곤하니까 그냥 밖에서 사 먹고 들어가자고 할 때 남편이 ‘아니 나는 집에서 먹는 게 좋아’ 그러면 아무 소리 않고 집으로 가. 근데 자기는 앉아서 신문 보고 있지만 난 들어가자마자 부엌에서 밥해. 그래도 설거지까지 다 내가 하지, 안 시켜.
그럼 언니는 며느리가 아들 부엌일 시키면 아주 싫겠네.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글쎄. 그건 눈으로 안 봐서 모르겠네. 지난 번에 미국 갔을 때 우리 며느리가 상을 차리길래 “얘, 너 그동안 네 남편이 다 하다가 내가 왔다고 하는 거 아니니?” 했더니 “아니에요. 어머니 그동안 제가 다 했어요” 그래. 밥을 차리는데 쓱싹쓱싹 어찌나 잘하든지… 예뻐 죽겠더라. 근데 사람은 꼭 딸을 길러봐야 해. 딸이 없는 집은 며느리 예뻐할 줄 몰라. 난 사위에 대해서도 요만큼도 불만이 없어. 건강하지, 자상하지, 공부 잘하지, 빈틈도 없어. 빈틈이 없다고 해서 뭐 깐깐하고 꼬장꼬장하고 쫌생이 같다는 게 아니야. 하여간 주도면밀해. 이만하면 나도 성공한 거지?
아유, 며느리만 복 받은 줄 알았더니 언니도 복 받았네요, 뭐. 우리 아들은 지금 열아홉이라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요즘 어린 후배들을 보면 ‘아 저런 아이 정도가 내 며느리가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가끔 해요.
어떤 아인데?
누구라고 말하면 말 나오니까 안돼지. 참한 아이들 보면 그래요.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자기만 알고 어른한테 예의 갖추는 것도 잘 모른다는 선입견 갖고 있잖아요. 안 그런 아이들도 있어요. 내가 참하다는 건, 자기 일 잘 하면서도 어른한테도 깍듯하고 밝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건데…. 그런 생각이 드는 아이들이 있어요. 참 저도 수양딸이 하나 있어요. 팬의 입장에서 만난 아인데 나이가 서른둘이에요. 처음에는 나를 아줌마 아줌마 하고 만났는데 몇년 전부터 엄마가 됐어요.
얘, 근데 딸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20대면 몰라도….
좀 그렇긴 해도 걔가 10년 전부터 나를 따랐어요. 그때는 어렸지. 그러니까 모녀지간의 정을 조금 알 것 같아요. 딸 있는 사람이 부럽죠. 그런데 뭐, 없는 딸을 어떻게 하겠어요. 아들은 물론 깊은 정은 있겠지만 애틋하고 살가운 건 없잖아요. 근데 난 우리 엄마한테 그런 딸이 못된 것 같아. 형편없는 딸이죠. 나는 부자언니처럼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아붓질 못하는 성격이에요. 난 누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도 싫고 그런 만큼 상대에 대해 간섭하거나 저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아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잖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간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먼저 베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아들이 하난데 며느리가 들어오면 뺏겼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모르겠어요. 일단 닥쳐봐야 알겠지만 난 좀 매몰찬 편이에요. 어떤 거에 대한 집착도 없고요. 지금까지 32년간 방송하면서 모아놓은 테이프가 하나도 없어요. 내가 초등학교 때 성냥을 모으는 게 유행이었는데 난 그런 것도 관심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뭐에 대해서 애지중지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날 보고 우리 김씨 집안에 어떻게 저런 ‘매몰찬 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소릴 많이 했어요(웃음). 나는 나 하나만 생각하는데 부자언니는 눈이 안 미치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헤헤헤… (이 대목에서 정말 개구장이 아이처럼 묘한 웃음 소리를 내며) 뭘 그런 걸 가지고….
난 그리고 언니 음식솜씨가 부럽더라. 어쩜 그렇게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요? 난 먹는 건 무지 좋아해도 만드는 건 정말 젬병인데…. 녹화 날 먹을 걸 바리바리 싸올 때마다 내심 얼마나 기대하는지 모르죠? 언니랑 같이 일하면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아유, 그렇게 잘 얻어먹다 이번에 너무 빨리 죽어서 그게 좀 아쉽네. 언니, 나 죽고 나서도 밥 얻어먹으러 올 테니까 제 것도 좀 신경 써주세요(웃음).
염려를 놓으셔. 잘 먹기나 하셔.
난 겉으로 보기보단 참 강한 편인데 그런 반면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엔 술도 굉장히 많이 마셨어요. 그러니까 매니저가 나를 보고 ‘선생님은 혼자선 못 사실 것 같아요’ 그래.

‘장희빈’에서 팽팽한 심리전으로 인기끄는 강부자 김영애

30년이 넘도록 방송생활을 같이 해오면서 언니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강부자, 김영애씨.


술이라는 게 참 좋은 거지. 근데 난 술 먹을 때 옆에서 술 안 먹고 ‘어머 무슨 여자가 저렇게 술을 먹을까’ 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너무 보기 싫어.
맞아. 다 같이 술 먹는데 혼자만 말짱하면 사실 서로 괴롭잖아요. 예전엔 독주도 많이 마셨는데 건강 때문에 삼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혼자 있을 때 잘 챙겨먹어야 한다고. 난 지금도 추석 때 되면 으레 조개젓을 사서 집집마다 돌리잖아. 한 50군데 되나? 너도 받았지? 그게 살면서 내가 느끼는 재미야. 돈 요만큼 벌어서 그거 불리느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파트를 샀다 팔았다 하면서 돈 버는 거 난 너무 싫어. 내가 복부인도 아니고 누가 뭐래도 난 예술가고 문화인인데 내가 왜 땅투기를 해야 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뭐? 사람들은 연예인 중에서 부동산 투기, 증권투자 이런 걸 가장 잘할 것 같은 사람이 강부자래나? 생긴 게 거기에 딱 맞는다나? 나 참…. 난 이날 이때까지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억울하지. 결혼해서 10만원짜리 전셋방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오로지 연기만 해오면서 지금 70평짜리 빌라에 사는데 얼마나 잘사는 거야. 그 이상 뭘 또 바라나.
나도 이재에 밝지를 못해요. 그것도 정말 재주인 것 같아. 여자들이 살림하면서 요모조모 알뜰살뜰하게 사는 거 보면 대단해보여. 난 그런 거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서 ‘아 몰라 몰라…’ 이렇게 되는 거야.
난 지금 집에서 산 지도 벌써 20년짼데…. 오래됐어도 우리집에 참 정이 가. 마룻바닥 반들반들하게 훔쳐내면 얼굴 비치고… 그런 게 좋지, 번들번들한 대리석이 깔려 있으면 행여 넘어지면 뇌진탕 걸릴 것 같고…. 언젠가 한번 조영남 개인전에 가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 난 돈 많이 있는 것도 싫고 이런데 와서 그림 보고 맘에 드는 거 있으면 한점 사고, 가끔 음악회 가고, 누가 학자금 없어서 힘들어하면 살짝 금일봉 전해주고…. 이 정도만 살면 좋겠어 했더니 조영남이가 하는 말이 ‘그게 돈 없이 되는 일이유?’ 하는 거야. 그냥 그 정도 돈만 벌면 좋겠다는 거지. 눈 오는 날 분위기 있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고, 비오는 날 소주 한잔 하고 노래방 가서 몇곡 부르고… 이러고 살면 좋잖아.
근데 그렇게 분위기 잡는 건 제가 더 잘할 것 같죠? 난 그냥 집에서 ‘츄리닝’ 입고 시장 아줌마처럼 퍼질러 앉아 편하게 쉬는 게 가장 좋은데…. 그러고 보니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사는 사람이 바로 언니네. 그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곤 모르는 거야.
강 그러니까 신은 공평하다는 거야. 만약 영애 너처럼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애가 나처럼 살림도 잘하고 분위기까지 알면 그 꼴을 어떻게 보니. 난 비오면 어머 ‘날씨 참 좋다’ 그러는데…. 아니 비오는 데 날 좋다 그러면 정신병자로 보지 누가 정상적으로 봐. 박정자도 나랑 같은 과야. 우리는 그런 끼가 많은데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며) 이게 안 따라주니까…. 만약 너 같은 얼굴로 그런 끼까지 보인다면 나 같은 사람 샘 나서 어디 살겠냐? 노주현이는 날 보고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감성여인’이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늘 엄격한 시어머니, 재미없는 사감선생 같은 아줌마로만 보는 거야.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분위기, 무드 하면 나 아니니? 그러니까 어떤 선배 언니는 ‘아유 저기다가 얼굴까지 받쳐줬다면 그 꼴을 어떻게 볼까’ 하지. 그래서 사람은 자기 생긴 대로 그렇게 사는 거야. 어찌됐건 그래도 넌 얼굴이 작아서 좋겠다. 그러니까 더 날씬해 보이고….
아니에요 언니. 얼굴이 작고 손목 발목이 가늘어서 그렇지 실은 굉장히 통통해요. 근데 부자언니는 얼굴이 통통하니까 사람들이 화면만 보다가 실제로 보면 오히려 놀라잖아요.
그건 맞는 말이지. 사람들이 목욕탕에서 날 보면 놀래. ‘어머 살 안 찌셨네요’ 그래. 뼈대가 굵어서 그렇지 뒤룩뒤룩 살찐 타입은 아니야. 근데 얼굴은 백일 때부터 이랬어(웃음).
어머, 난 목욕탕에 가면 오히려 오동통하다고 놀라는데….
드라마 ‘장희빈‘을 계기로 고부간의 문제를 놓고 시작된 두 사람의 ‘수다’는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방송활동을 같이 하며 마치 친언니 동생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두사람의 모습이 무척 정겨워보였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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