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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행사스케치

여성과 평화의 축제 ‘옴’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 글·박윤희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2.11.18 17:48:00

“여성들이여, 평화의 힘으로 세상의 닫힌 빗장을 열자”
‘옴~~~~’. 자궁 깊은 곳에서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나올까?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옴(The Sound of Womb)>’ 콘서트에서는 이 ‘자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새롭게 오는 소리, 평등의 소리, 평화를 부르는 소리가 바로 21세기 ‘자궁의 소리’다. 세계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참석해 더욱 의미가 깊었던 옴 콘서트의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여성과 평화의 축제 ‘옴’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난 9월28일 여성과 평화의 축제 콘서트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3천5백 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옴(Womb)’은 바로 자궁을 의미한다. ‘여성의 힘을 세상에 드러내는 축제’ ‘평화의 힘으로 세상의 닫힌 빗장을 여는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콘서트는 세계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68·‘미즈’ 편집장)이 참석해 행사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여성신학자 현경(46·뉴욕 유니언신학대학 교수)은 “미국이 세계를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가는 ‘고추 제국주의’ 세상에서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여성들의 저력을 함께 느끼고 확인하는 자리로 만들어 보자”는 선언으로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오프닝 무대에는 아주 특별한 초대손님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북미 원주민 치할리스 사람들이 영성(靈性)이 담긴 ‘자연의 소리’와 ‘블랭킷 세리모니(Blanket Ceremony)’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치할리스(Chehalis First Nation)는 캐나다 서쪽 끝 태평양 연안에 살고있는 인디언 부락의 이름. 이곳 사람들은 백인의 침탈이 있기 전 풍요한 환경 속에서 원주민 특유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구축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5백년전 백인들의 강요된 ‘서구화’로 본래 1만명이었던 인디언 인구가 1917년 무렵 약 1백명으로 줄었을 만큼 ‘한’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자리에서 한 치할리스 원주민은 “우리 부족이 백인 침탈 이후 5백년이 지나서도 살아남은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만일 우리 부족에 여성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아 우리 문화를 지켜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전통에서 여성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블랭킷 세리모니는 우리 부족에게 2천년 역사를 가진 전통이다. 여기 있는 모든 여성들을 존중하고 앞으로 계속 힘을 내어 전쟁과 인권파괴에 대응하라는 의미에서 이 의식을 거행하겠다”며 무대에 오른 각 여성단체 대표들의 어깨를 붉은 담요로 감쌌다. 소박한 인디언 제례를 통해 세계평화운동을 위한 ‘약자’들의 국제 연대가 맺어지는 의미심장한 순간이었다.
곧 이어 무용가이자 보컬리스트인 홍신자씨가 무대로 나와 자신의 육성과 몸짓이 결합된 ‘자궁의 소리’를 선보였다. 음산한 분위기에서 한 여자의 비명으로 시작돼 외침, 호소, 분노, 치유와 명상 등으로 이어진 이 퍼포먼스는 ‘여성’과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이었다.

여성과 평화의 축제 ‘옴’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북미 원주민 치할리스 사람들의 자연의 소리

아무래도 옴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등장이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글로리아가 장미 한 송이를 금발머리에 꽂고 붉은 벨벳 바지 차림으로 나타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통역을 맡은 현경 교수도 보라빛 탱크톱에 찢어진 청바지차림으로 콘서트 분위기를 더욱 발랄하게 이끌어갔다.
“남자들이 여성운동가들한테 ‘너 못생겨서 여성운동하지?’ 그러잖아요. 글로리아는 미국 플레이보이클럽 ‘바니걸’로 뽑힐 정도로 예쁜 여자입니다. 그런데 이 예쁜 여자 입에서 너무너무 무서운 정의의 목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미국 남자들은 ‘모델처럼 예쁜 여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하고 놀랍니다. 글로리아는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정치연설과 분석력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글로리아한테 잘 보여야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제가 10년 동안 글로리아를 ‘왕언니’로 모시는 이유는 이런 그의 미모와 능력 때문이 아니에요. 그런 능력 뒤에 친정어머니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 여러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세계 여성운동의 왕언니 글로리아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러자 글로리아는 한쪽 팔을 접어 ‘알통’시범을 보이며 관객들의 환호에 익살스럽게 답했다.
곧 이어 현경 교수는 “미국 사람들이 부시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며 거리에서 평화행진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잡혀갔다”는 뉴스를 전하며, “저는 부시가 북한을 포함해서 ‘악의 축’ 운운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기분이 나빴거든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 강연 갈 때마다 ‘저는 한국에서 온 현경입니다. 그리고 악의 축에서 왔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해요.”
그러자 부시대통령에 대한 글로리아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부시는 실수로 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투표수로 보면 결코 ‘뽑혔다’고 말할 수 없어요. 부시는 백악관의 프레지던트(President·대통령)가 아니라, 여기서 ‘P’자를 뺀 레지던트(Resident·거주자)입니다. 그냥 미국에 사는 사람일 뿐이죠. 미국인 모두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함께 힘을 모아 그가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해요.”
글로리아는 그의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묻는 말에 짧은 답변을 하면서도 핵심을 콕 찌르는 예리함과 세련된 화술, 그리고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그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인 만큼 앞으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를 극복해 나갈 대안도 제시했다.
“치할리스 같은 캐나다 원주민 사회는 본래 남녀의 성구별, 역할구별이 없어요. 우리도 남녀의 차이보다는 남녀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워가야 합니다. 아들을 딸처럼 부드럽게 키우고 또 딸을 아들처럼 키우는 것도 새로운 문명을 배우게 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에 ‘우주의 리듬’이 들어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완전한 ‘인간성’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뒤이어 현경 교수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궁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즉석에서 ‘자궁키스’를 제안했다.
“앞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과 전쟁이 있는 곳에 이렇게 손 신호로 ‘자궁키스’를 보내기로 해요. 우리가 이렇게 손으로 예쁜 자궁 모양을 만들면 ‘나는 평화를 사랑합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글로리아, 현경, 관객들의 자궁키스로 장내 분위기는 한결 고조되었고 모두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옴콘서트에는 가수 한영애도 초대되어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들었고, 국악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타악그룹 ‘공명’이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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