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theme_restaurant

미순랭 가이드 THE MICHUNLIN GUIDE 구내식당

명문사학의 학생식당 대결, 승자는?

editor 정희순

2017. 12. 07

입시의 계절을 맞아 국내 명문 사립대 두 곳의 학생식당을 ‘급습’했다. 
불꽃 튀는 ‘연고전’(두 학교의 친선경기는 ‘고연전’과 ‘연고전’이라는이름이 해마다 번갈아 사용된다)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가을치러졌지만, 두 학교의 학생식당 빅 매치는 이제 시작됐다.


회사 구내식당을 소개하고 싶은 분들의제보를 기다린다. 자랑도 좋고, 고발도 환영이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맛점’하는 그날까지 정희순 기자의 ‘구내식당미순랭 가이드’는 계속될 예정이다.

제보 hsjung@donga.com 요령 구내식당의 한 끼 메뉴 사진과 함께 회사명, 구내식당의 주간 식단표, 이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간략히 적어 보내면 된다. 채택된 이에게는 미각 뿜뿜식당 요정이 선물을 보내드린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곳
고 려 대 학 교

고등학교 때 먹던 단체 급식은 잊어라. 학생회관 1층에 마련된 고려대학교 학생식당은 골라 먹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식판을 들고 트레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 담은 후 마지막에 결제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자랑한다. 배식대 앞에 서면 ‘쌀밥이냐, 잡곡밥이냐’ ‘배추김치냐, 깍두기냐’와 같은 많은 선택지를 받게 된다. 친구와 나란히 줄을 서서 배식을 받더라도 전혀 다른 메뉴의 조합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가성비 높이는 선택과 삶의 경영방식을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검증 당일, 식당 입구에는 ‘오늘의 메뉴’라는 이름으로 파인애플볶음밥, 참치김치찌개 등 총 여섯 가지의메인 메뉴가 소개돼 있었다. 평가를 위해 여섯 가지 메인 메뉴 중 생선구이를 제외한 다섯 가지 메뉴를 모두 식판에 올렸다. 6백원짜리 쌀밥과 잡곡밥은 그냥 지나쳤고, 대신 6백원짜리 파인애플 두 조각을 후식용으로 골랐다. 김치와 시금치 등은 담지 않았지만 영양 균형이 걱정돼 고심 끝에 4백원짜리 버섯야채볶음도 선택했다. 식판을 가득 채운 음식들의 합계는 총 8천4백원. 덮어놓고 ‘순수’한 선호만으로 골랐다가는 금방 거덜 나기 십상인 셈. 메인 메뉴 하나와 밑반찬 하나, 공기밥, 김치, 국 정도를 고르면 4천원 이하로 끊을 수 있다. 다만 특정 식재료를 섭취할 수 없거나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야 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의 자율적인 시스템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을 배식받기 때문에 대기 시간은 없지만, 음식이 차가워진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식당 안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데워 먹을 수 있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는 학생회관에 있는 이 식당 외에도 각기 다른 콘셉트로 메뉴를선보이는 여러 학생식당이 존재한다. 비교적 큰 규모의 자율식당인 이곳은 특이하게도 재학생들보다는 캠퍼스에 견학을 온 고등학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많은 이들이 오가서일까. 식당에서 사용하는 흰색 플라스틱 식기류가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간 것이 많았다. 고대생들의 박력과 힘 때문이라 믿고 싶다.





또 올게요!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곳.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하지만 절제 없이 골라 담다 보면 주머니가 금방 털린다. 이가 나간 식기류와삭막한 식당 분위기는 아쉬운 점. 기업은행 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 받을 수 있다

푸드코트 부럽지 않다
연 세 대 학 교

연세대학교 학생식당은 ‘신촌 맛집’으로 여겨질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젊음의 거리 신촌의 메인 로드를 지나 연세대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서 백양로를 따라 5분가량 걷다 보면 오른편에 학생회관이 위치해 있는데 이 건물에만 맛나샘, 고를샘, 부를샘이라는 세 개의 학생식당이 있다. 연대 학식을 경험해본 이들 사이에선 고를샘과 부를샘이 ‘학식의 최고봉’으로 손꼽히지만, 고려대학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카페테리아’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지하 1층 맛나샘의 메뉴를 맛보기로 했다. 

고대 학생식당이 ‘자율식당’형이라면, 연대 학생식당은 ‘푸드코트’형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른 후식권을 사서 해당 코너에 가 메뉴로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메인 메뉴는 배식대에서 받고, 공기밥과 김치, 깍두기 등은 셀프 배식대에서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이날 맛나샘의 Hot Bowl 코너에선 사골우거지탕을, Noodle 코너에선 치킨데리야끼덮밥을, International 코너에선 돈가스김치나베를 내놨다. 세 메뉴를 모두 시켜도 1만원이 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특히 돈가스김치나베는 셰프의 메뉴로 제공됐는데, 두툼한 돈가스와 시원한 국물맛은 일반 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퀄리티를 자랑했다. 공기밥과 김치는 별도로 마련된 코너에서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지만, 잡곡밥이나 흑미밥을 기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를 연상시키는 실내 인테리어다.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이고 은은하게 감도는 실내조명은 3천원이 아닌 3만원짜리 밥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통창을 통해 백양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선선한 날에는 야외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간단한 스낵류를 즐기기도 좋다.

또 올게요!
식당의 깔끔한 인테리어는 신촌의 여느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 메인 메뉴의 퀄리티가 높다. 하지만 다양한 밑반찬의 부재와 쌀밥만을 제공하는 제한된 선택지가 아쉽다.

photographer조영철·홍중식 기자 designer최정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