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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신축 아파트가 일조권을 막는다면

이재만

2017. 10. 17

햇볕이 잘 든다는 이유로 매입한 주택 앞에 새 건물이 들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언덕에 위치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올 때 인근 주택들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강이 보이고 남동향이라 해가 잘 들어오는 점 등 때문에 선뜻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희 집 앞에 있던 5층짜리 아파트가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고 특히 아파트가 완공될 경우 저희 집 전면부를 모두 가리게 돼 일조권과 조망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건축 조합과 건설 회사에 피해를 하소연해봤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국민은 헌법 제35조 제1항의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여기에는 일조권도 포함이 됩니다. 일조권의 침해 기준은 동짓날 기준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오전 9시~오후 3시 사이 6시간 중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거나, 오전 8시~오후 4시 사이의 8시간 중 전체적으로 최소한 4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고층 아파트의 건축을 위하여 터파기 공사를 할 때 바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하여 공사를 중지토록 하고 시공 주체를 상대로 일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설계 변경을 요구해야 합니다. 고층 아파트가 어느 정도 높이까지 건축된 후에는 법원이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일조권으로 인한 피해, 즉 집값의 하락 등 손해액을 산정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조망권은 소유자가 종전부터 밖을 바라다볼 때 보이는 경관에 대한 권리를 말합니다. 단독주택 주민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고층 아파트가 신축됨으로써 방해 또는 차단되었을 경우, 조망이 하나의 생활 이익으로서의 특별한 가치가 있고 사회 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며 그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1997년 대법원이 서울 강남 봉은사와 대학 인근에 신축되는 고층 건물에 대하여 공사중지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조망 이익을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이는 모두 종교적 혹은 교육적으로 특수한 환경을 인정한 것입니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사회 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워 조망권을 거의 인정받지 못합니다. 다만, 앞을 가리는 건물이 매우 가깝게 있어서 하늘을 보지 못하는 경우 천공조망침해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관 조망권은 인정되지 못해도 천공조망침해를 인정받으면  하늘을 못 봐서 생기는 천공조망침해 및 답답함을 느끼는 압박감 등으로 인한 집값의 하락분을 손해액에 포함시킬 수는 있습니다. 의뢰인의 사례에서는 조합과 시공 회사를 상대로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이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아는 법이 힘’이라고 믿고 강연, 방송,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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