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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발표에 소극적인 아이들도 채팅창에서는 질문을 쏟아내요”

디지털 교육 선도하는 박현진・이민정 교사

이혜진 객원기자

2025. 09. 08

스마트 기기가 연필이 되고, 교과서가 된 교실. 과연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특별시교육청 AI·에듀테크 선도 교사로
활동하는 선생님들께 디지털 교육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디지털 교육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와 교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과몰입이 되지는 않을까?’ ‘기술이 아이들보다 앞서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도 크다.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은 분명하게 말한다. 디지털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서울특별시교육청은 AI·에듀테크 선도 교사를 지정해 교실 속 변화를 실험해왔다. 고등학교 현장의 이민정 교사와 초등학교 현장의 박현진 교사는 태블릿과 AI 도구가 어떻게 수업에 활용되고 있는지, 또 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두 교사는 “디지털 기기는 단순한 교재가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통로”라면서 “질문할 때 손 들기를 망설이던 아이들도 지금은 자연스럽게 채팅창에 질문을 남긴다”고 말한다. 이렇듯 디지털 교실의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트 기기가 만든 새로운 수업 풍경

디지털 교실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박현진(초등학교 교사·이하 박) | 많은 학부모님이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교과서를 본다’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 이상이에요. 교실에서 태블릿은 단순히 책을 읽는 도구가 아니에요. 아이들이 직접 창작하고 표현하는 도구,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도구, 또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도구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요. 무엇보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업에 소극적인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달라져요. 예전에는 질문할 때 손 들기를 망설였던 아이들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채팅창에 질문을 남기고, 다소 경직됐던 수업 분위기도 참여형으로 바뀌었어요.

이민정(고등학교 교사·이하 이) | 활동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학습의 연속성이 강화되고 있어요. 온라인 게시판에서 탐구 결과를 공유하면 실시간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여러 이유로 팀 활동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참여할 기회와 의견을 나누는 환경이 조성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태블릿PC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태블릿PC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디지털 교육은 특정 과목에만 해당되나요. 



박 | 초등학교는 모든 교과에서 폭넓게 사용해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언어·수리·디지털 소양’을 기초 역량으로 못 박아두었기 때문에 국어는 물론, 사회, 과학 등 모든 수업에 디지털 도구가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이 | 정보 과목 같은 전용 수업도 있지만, 사실은 교사 재량에 달려 있어요. 영어에서는 말하기 도구, 수학에서는 코스웨어, 과학은 실험 시뮬레이션처럼 모든 교과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어요.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수업 목표와 성취 기준 도달에 디지털 도구 활용이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도구를 선택해 수업에 녹여내는 거죠.

디지털 교육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 | 처음 디지털 수업을 도입했을 때는 걱정이 많으셨어요. “스마트 기기 노출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 “게임만 더 배우는 거 아니냐” “시력이 나빠지지 않겠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죠. 그런데 수업 결과물을 직접 보여드리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그래서 부모님들의 우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수업 공개라고 생각했어요. 교실에서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직접 보실 수 있도록 공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을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부작용 같은 건 없나요. 

이 | 아이들의 반응은 확실히 긍정적이에요. 스스로 학습을 진행하고,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직접 표현할 수 있다 보니 수업 참여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다만 기기를 잘 다루는 것과 그걸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훈련이 필요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패들렛(의견 공유 에듀테크)에 수업 주제 관련 게시물을 올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이모티콘만 올리거나 친구에게 부정적인 댓글을 쓰는 일도 있었어요. 그런데 디지털 윤리나 리터러시 교육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점점 질문에 제대로 답을 적고 친구 의견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피드백하는 태도를 배우더라고요. 

처음 시도할 때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박 | 저는 학생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이 저보다 기기에 훨씬 익숙하니까 학급에 ‘기기 활용 서포터즈’를 정해서 친구들을 돕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생겼고, 교우 관계가 넓어지면서 배려심도 자라는 걸 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작게 시작해서 점점 확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 처음에는 정말 변수가 많았어요. 수업 중에 인터넷이 끊기거나 앱이 갑자기 업데이트돼서 실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도 저도 당황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항상 ‘플랜 B’를 준비했어요. 오프라인 활동을 따로 마련하거나 대체제로 다른 앱을 준비해두는 식이에요. 또 수업 전에 기기 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디지털 교육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박 | 공교육의 특징은 단순히 성적만 올리는 게 아니라 협업과 의사소통 같은 사회적 역량을 함께 기르는 데 있어요. 예전에는 큰 도화지에 조별로 그림을 붙이며 협업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게시판에 서로의 결과물을 공유하며 협업해요. 성적이 낮던 학생이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서는 능숙하게 친구를 도와주는 일도 있어요. 이런 경험이 교실 분위기를 훨씬 긍정적으로 바꾼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박 | 아이들과 ‘나의 행복’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행복이라는 건 어린아이들에게 꽤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도구가 있으니 수업이 풍부해지더라고요. 어떤 아이는 글로, 또 어떤 아이는 그림이나 짧은 영상으로 자기만의 행복을 표현했죠. 종이 위에만 머물렀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아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화면 위에서 꽃처럼 피어났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 | 디지털 과제의 장점은 기록이 남는다는 거예요. 작성한 흔적이 자동 저장되고, 편집 과정까지 그대로 보이거든요. 덕분에 교사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죠. 재미있는 건 학생들이 먼저 “선생님, 제 과제 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과제 제출이 의무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계기가 된 거죠. 

 지식 전달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수업

디지털 학습에 반신반의하는 학부모님들을 위한 학교의 노력이 궁금합니다.  

박 | 학교에서 하는 디지털 수업을 가정과 꾸준히 공유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저는 학기 초 학부모 설명회에서 우리 반의 디지털 교육 방식을 먼저 안내하고,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집으로 보내드리기도 해요. 이렇게 하면 부모님들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학교와 가정이 같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어요. 결국 지속적인 소통이 부모님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아이들에게도 일관된 교육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 교사 모두가 안전한 디지털 교육을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특히 온라인 예절이나 정보 선별 방법 같은 디지털 윤리·리터러시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죠. 또 각 학교에서는 학부모 대상 연수나 수업 공개를 통해 부모님들이 직접 디지털 수업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앞으로 디지털 교육은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 | 디지털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에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새로 포함됐을 만큼,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디지털을 활용해 지식을 얻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적이죠. 실제로 학생이 배운 도구로 가족회의 자료를 직접 제작해 발표하고 부모님을 설득한 사례도 있었어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생각을 시각화하며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까지 배우는 것이 지금 세대가 꼭 가져야 할 역량이라고 봅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방향이 더 분명해져요. 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디지털=게임’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디지털 교육을 학습과 성장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문화적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종이 교과서에서 디지털 교과서로 바뀌며 교육 철학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박 | 예전엔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은 받아 적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표현하는 게 수업의 목표가 됐어요. 교사는 설계자이자 안내자가 되고요. 물론 종이 교과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깊이 사고하고 메모하며 구조적으로 보는 힘은 여전히 중요하니까요. 앞으로는 종이와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학습이 자리 잡을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교실은 어떻게 변할까요.

박 | 단순히 수업을 듣는 공간이 아니라 학습이 이어지는 허브가 될 거예요. 교실에서 시작한 토론이 귀가 후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교사에게는 단순히 태블릿을 다루는 능력보다 ‘이 수업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디지털 도구를 써야 할까? 또 어떻게 연결할까?’를 설계하는 힘이 필요해요. 디지털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고, 결국 그걸 엮어내는 건 교사의 몫이거든요. 학생들에게는 자기 주도성, 협업 능력, 그리고 디지털 시민성이 점점 더 요구될 거예요. 미래 교실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고, 디지털은 그 과정을 넓혀주는 촉매제일 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 | 부모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태블릿을 쓴다고 학교가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이들이 집에 와서 보여주는 작은 결과물 하나에도 관심 가져주시면,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면서 큰 힘이 돼요.

이 |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과정이에요. 스스로 탐구하고, 친구들과 협업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배우는 거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화면 속에서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고 토론하는 주체가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교사분들께는 완벽하게 준비된 수업보다 작은 실험을 해보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행착오를 함께 겪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니까요.

#디지털교육현장 #디지털교과서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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