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AI 디지털 교과서)는 메타버스·대화형 AI 등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과서다. 같은 반이더라도 학생별로 기초학습 또는 심화학습 등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당초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1, 고1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DT를 적용하고 2026년 국어·사회·과학·기술·가정, 2027년 역사 순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를 비롯해 시도 교육감들로부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어·기술·가정은 AIDT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회·과학은 1년 늦춰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조정했다.
도입 일정 조정에도 불구하고 AIDT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활용 교육에 대한 성과가 정리되지 않고,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도입이란 의견이 가장 크다. 실제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선도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던 나라들도 속속 종이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려면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이 선결 조건으로 따라붙는다. 경남의 ‘아이북’, 서울의 ‘디벗’ 등 학생마다 개인용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수업에 활용하다 보니 이른바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사이트로 ‘탈옥’하거나 기기 고장, 인터넷 속도 불만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의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디지털 에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학부모들도 인정한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를 이미 활용 중인 학교의 학부모는 “아무래도 시청각 자료가 더 있으니 흥미가 좀 더 생긴다더라. 집에 교과서를 두고 다니니 필요할 때 볼 수도 있고, 패드로 필기하고 문제집 해설 파일도 넣고 다니니까 가방이 진짜 가벼워졌다”고 만족해했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늘고 있다. 수행평가 시간 자료 찾고 PPT 만들기, QR코드를 활용해 문제 풀기, 지도나 이미지 활용 등 다양하게 쓰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네이버 녹취 앱 ‘클로바노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내 네이버 아이디를 빌려줬다. 친구를 인터뷰하고 글로 쓰는 수업이었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해 수업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뉜다. 권정민 서울교대 인공지능융합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AI 디지털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란 영상을 통해 “2023년 2월에 나온 디지털 교과서의 모형을 제안한 보고서를 보면 사전 진단 평가, 보완 진단 테스트, 수준별 점검, 모니터링, 형성 평가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온다. 테스트로 시작해서 테스트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복습 모형이 완전 학습을 지원한다고 하나, 현대에는 지식이 많아졌고 또 빨리 변해 완전 학습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 학습 지원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반면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대표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 도구일 뿐 그 효과는 활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포자’와 ‘영포자’를 막아주는 중고등학생 개인별 맞춤 진도 학습을 예로 들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의 경우 계속해서 빨리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AI 시스템 분석을 통해 같은 단원에서 더 깊은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채점 같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업무가 많은 교사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 도입 초기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묘은 대표는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분석과 개별 지도까지 확장된다”며 “이를 위해 교사 대상의 충분한 지원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디지털 교육은 각 가정의 참여가 학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게임이나 유튜브 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교사가 더 빨리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자녀의 달라지는 모습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들은 집중력 저하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경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지도할 때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각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AIDT 및 디벗 연수 강사이자 AI 융합교육 선도교사로 활동 중인 서보은 서울용강초등학교 교사는 “디지털 기기,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아날로그적인 활동이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며 “스마트 기기와 AI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고, 이 흐름 속에서 다양한 정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고차원적 사고력은 독서를 통해 증진할 수 있다. 서보은 교사는 “챗GPT가 짜주는 계획서가 실효성이 있는지, 구조적으로 모순이 없는지 파악하려면 어린 시절 오랜 시간 독서하고 고민하고 손으로 글을 써서 구조화해본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사이자 부모인 나 역시 구글 플래너를 사용하지만 매일 아침 교실 책상에 앉아 종이 플래너에 다시 한번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자기 전 반드시 독서하는 습관을 지키려 한다”고 팁을 전했다.
부모 스스로 디지털과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래야 장단점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김묘은 대표는 “평소 자녀가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습관을 잘 살피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 관리법과 디지털 시대의 진로 교육 등에도 부모가 관심을 갖고 가정에서도 꼭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 손품을 팔면 된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생과 교원, 학부모 소통 플랫폼 ‘함께학교(www.togetherschool.go.kr)’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국가문해교육센터(www.le.or.kr)’, 시청자미디어재단의 ‘미리네(www.miline.or.kr)’ 등의 사이트도 인사이트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디지털새싹(디지털새싹.com)’ 캠프의 특화 프로그램도 학부모가 아이를 위해 신청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것만큼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잘 찾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홈페이지(www.cdledu.org)에 올라 있는 교과 연계 ‘디지털 리터러시(sites.google.com/cdledu.org/doori)’ 교육 자료는 아이와 따라 해볼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 사회 9단원과 관련한 ‘세계의 정부 형태 지도 만들기’ 활동은 최근 계엄령과 민주주의 이슈를 연결해 집에서 함께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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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도입 일정 조정에도 불구하고 AIDT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활용 교육에 대한 성과가 정리되지 않고,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도입이란 의견이 가장 크다. 실제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선도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던 나라들도 속속 종이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려면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이 선결 조건으로 따라붙는다. 경남의 ‘아이북’, 서울의 ‘디벗’ 등 학생마다 개인용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수업에 활용하다 보니 이른바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사이트로 ‘탈옥’하거나 기기 고장, 인터넷 속도 불만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과서와 문제집 패드로 보니 가벼워진 가방, 과몰입은 우려
사실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 이전에도 교내 스마트 기기 사용은 뜨거운 감자였다. 기기 관련 방침은 학교마다 다르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조회 후 걷어갔다가 종례 전 나눠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학생 인권 문제로 자율에 맡기는 곳도 있다. 또 스마트폰은 걷어가되 태블릿 PC는 개인 소지가 가능한 학교도 있다. 스마트폰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 위해 다시 나눠주기도 한다. 교사가 많은 학생을 전부 관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의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디지털 에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학부모들도 인정한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를 이미 활용 중인 학교의 학부모는 “아무래도 시청각 자료가 더 있으니 흥미가 좀 더 생긴다더라. 집에 교과서를 두고 다니니 필요할 때 볼 수도 있고, 패드로 필기하고 문제집 해설 파일도 넣고 다니니까 가방이 진짜 가벼워졌다”고 만족해했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늘고 있다. 수행평가 시간 자료 찾고 PPT 만들기, QR코드를 활용해 문제 풀기, 지도나 이미지 활용 등 다양하게 쓰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네이버 녹취 앱 ‘클로바노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내 네이버 아이디를 빌려줬다. 친구를 인터뷰하고 글로 쓰는 수업이었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해 수업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뉜다. 권정민 서울교대 인공지능융합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AI 디지털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란 영상을 통해 “2023년 2월에 나온 디지털 교과서의 모형을 제안한 보고서를 보면 사전 진단 평가, 보완 진단 테스트, 수준별 점검, 모니터링, 형성 평가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온다. 테스트로 시작해서 테스트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복습 모형이 완전 학습을 지원한다고 하나, 현대에는 지식이 많아졌고 또 빨리 변해 완전 학습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 학습 지원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반면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대표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 도구일 뿐 그 효과는 활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포자’와 ‘영포자’를 막아주는 중고등학생 개인별 맞춤 진도 학습을 예로 들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의 경우 계속해서 빨리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AI 시스템 분석을 통해 같은 단원에서 더 깊은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채점 같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업무가 많은 교사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 도입 초기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묘은 대표는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분석과 개별 지도까지 확장된다”며 “이를 위해 교사 대상의 충분한 지원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활용 능력은 아날로그의 힘에서
2025년부터 4개 학년(초등 3·4, 중1, 고1)에 먼저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도입을 앞두고 2024년 12월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 현장.
그렇다면 각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AIDT 및 디벗 연수 강사이자 AI 융합교육 선도교사로 활동 중인 서보은 서울용강초등학교 교사는 “디지털 기기,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아날로그적인 활동이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며 “스마트 기기와 AI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고, 이 흐름 속에서 다양한 정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고차원적 사고력은 독서를 통해 증진할 수 있다. 서보은 교사는 “챗GPT가 짜주는 계획서가 실효성이 있는지, 구조적으로 모순이 없는지 파악하려면 어린 시절 오랜 시간 독서하고 고민하고 손으로 글을 써서 구조화해본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사이자 부모인 나 역시 구글 플래너를 사용하지만 매일 아침 교실 책상에 앉아 종이 플래너에 다시 한번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자기 전 반드시 독서하는 습관을 지키려 한다”고 팁을 전했다.
부모 스스로 디지털과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래야 장단점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김묘은 대표는 “평소 자녀가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습관을 잘 살피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 관리법과 디지털 시대의 진로 교육 등에도 부모가 관심을 갖고 가정에서도 꼭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 손품을 팔면 된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생과 교원, 학부모 소통 플랫폼 ‘함께학교(www.togetherschool.go.kr)’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국가문해교육센터(www.le.or.kr)’, 시청자미디어재단의 ‘미리네(www.miline.or.kr)’ 등의 사이트도 인사이트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디지털새싹(디지털새싹.com)’ 캠프의 특화 프로그램도 학부모가 아이를 위해 신청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것만큼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잘 찾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홈페이지(www.cdledu.org)에 올라 있는 교과 연계 ‘디지털 리터러시(sites.google.com/cdledu.org/doori)’ 교육 자료는 아이와 따라 해볼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 사회 9단원과 관련한 ‘세계의 정부 형태 지도 만들기’ 활동은 최근 계엄령과 민주주의 이슈를 연결해 집에서 함께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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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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