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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상] “지금 당장 도파민 디톡스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호르몬 박사’ 안철우 교수

문영훈 기자

2024. 02. 20

우리 몸의 진짜 주인은 호르몬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저녁에 잠이 드는 하루는 물론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호르몬 박사’로 불리는 안철우 교수에게, 중독과 노화를 관장하는 호르몬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의 세포가 하나로 힘을 합쳐 사람 구실을 하려면 제대로 된 업무 하달은 필수다. 신체에서 그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 내분비기관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호르몬의 노예’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의 자장 아래 있다.



‘인슐린’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등 다양한 호르몬이 존재하지만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호르몬이 있다.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다. 바이브컴퍼니 생활관측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으로 온라인에서 도파민이 언급된 횟수는 3년 전에 비해 30배 증가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파밍(farming·수집)한다는 의미의 ‘도파밍’이 2024년 트렌드로 제시되기도 했다. 동시에 숏폼 형태의 영상 소비가 늘며 즉각적인 보상과 더 강한 자극을 찾는 디지털 중독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호르몬 박사’로 불린다. 당뇨병, 고지혈증, 갑상선(갑상샘) 등 호르몬 관련 질병의 권위자로 다양한 방송과 강연을 통해 호르몬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안 교수 역시 “치열한 한국 사회의 경쟁 환경과 활발한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도파민 과잉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호르몬인 도파민부터 노화와 연관된 호르몬까지, 피가 되고 살이 될 호르몬 정보를 물었다.



‘호감 호르몬’이자 ‘중독 호르몬’

숏폼 등 자극적인 영상은 체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숏폼 등 자극적인 영상은 체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도파민은 신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나요.

도파민은 보상 체계에 관련된 호르몬입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호감과 비호감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 4분 내에 도파민이 나오지 않으면 상대방이 비호감이 된다고 합니다. 일이나 운동을 할 때 생기는 열정도 도파민 분비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호감 호르몬’ ‘도전의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양면성을 가진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어떤 양면성이 있나요.

도파민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뇌에 있는 도파민 수용체는 점점 내성이 생기죠. 그러면 뇌에서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요구하게 됩니다. 도파민이 ‘충동 호르몬’ ‘중독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이유입니다. 도박에 빠져들거나 충동구매를 하고, 마약을 끊기 힘든 것 역시 도파민 때문입니다.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 나오는 거네요.

시각, 후각, 청각적 자극이나 신체적인 접촉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어떤 대상을 좋아하게 되면 도파민 분비가 늘어납니다. 적당한 도파민은 쾌락과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그 일이나 그 사건에 자꾸 집착하게 되고 충동성을 갖게 되는 겁니다. 가령 사람에게 집착하는 의부증과 의처증은 도파민의 과도한 분비로 발생합니다. 반대로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울감을 느끼거나 무감각해지기도 합니다.

도파민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네요.

모든 호르몬은 과유불급입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되고 적게 나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는 것처럼요. 도파민처럼 양면성이 있는 호르몬은 균형이 더 중요합니다.

숏폼 영상이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도파민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때 더 많이 나옵니다. 영상이 짧아질수록 자극의 강도는 높아지죠.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이나 이미지를 담아야 하고요. 그럼 긴 호흡의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보다 도파민 분비가 더 다이내믹하게 일어나죠.

많은 현대인이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를 호소합니다. 이 역시 호르몬과 관련돼 있나요.

도파민과 반대되는 가바라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뇌와 신경을 달래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호르몬입니다.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고 스트레스 상황이 강화되면 가바가 줄어들게 됩니다. 마음의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커지고 집중을 못 하게 되는 겁니다. 또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이 있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세로토닌이, 불안하고 조급한 상황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속도와 경쟁을 요구받는 현대사회가 도파민 촉진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조한 상황에 놓이면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고 도파민이 다시 충동을 일으켜서 마음이 급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는 거죠.

도파민 중독인지를 알 방법이 있나요.

어떤 행동이든 스스로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그 일에 집착한다면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또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신체에서 반응이 나타납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든가 가슴 통증을 느끼기도 하죠. 감정 조절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사소한 것 때문에 화가 난다거나 슬픔을 자주 느끼는 것도 도파민 분비의 결과입니다.

도파민을 잘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요.

자극적인 행동을 멀리하는 도파민 디톡스는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습관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멈추지 못하는지를 파악해야 하죠. 다만 한꺼번에 끊으려고 하면 매우 힘들 겁니다. 천천히, 작은 실천을 통해 줄여나가야 하죠. 그래도 몸에서는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겁니다. 평소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다고 느낀다면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그 시간을 채울 다른 활동을 찾아야 합니다. 반신욕, 음악감상, 명상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정상적인 도파민 체계를 회복할 수 있나요.

호르몬은 신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입니다. 그만큼 노력하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노화와 관련된 3가지 대장 호르몬

안철우 교수는 “노화를 막으려면 인슐린,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철우 교수는 “노화를 막으려면 인슐린,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도파민을 비롯한 호르몬은 신체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성장과 발달은 물론 신진대사, 항상성 유지 등 우리 몸 곳곳에서 정상 상태를 지속하는 데 호르몬의 힘이 결정적이다. 학계에서는 호르몬의 종류가 4000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 교수는 ”모든 호르몬은 각각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노화를 가속하는 호르몬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호르몬이 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나요.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멜라토닌입니다. 인슐린은 식사와 관련된 호르몬입니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식욕을 조절하기도 하고 혈관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성장호르몬은 운동, 그러니까 근력과 연관된 호르몬입니다. 수면과 연관된 멜라토닌도 노화와 관련돼 있습니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푹 자는 행위를 대표하는 호르몬이네요.

각 행위와 연관된 대장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재테크만큼 호르몬을 관리하는 ‘호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성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걸 갱년기라고 하잖아요. 앞서 말한 세 호르몬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제2의 갱년기가 오는 거죠. 가령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줄어든다고 하잖아요. 그건 멜라토닌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르몬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미리부터 꾸준한 생활 습관 관리가 필요합니다.

인슐린 분비를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나요.

인슐린 관리에는 음식이 중요합니다. 예전엔 음식의 볼륨, 그러니까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칼로리의 시대가 왔습니다. 고칼로리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거죠. 이제는 당지수의 시대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당지수가 인슐린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립니다. 그러면 인슐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식욕을 다시 높여 과식을 부릅니다. 같은 식재료라도 조리 방식에 따라 당지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인이 모든 끼니를 당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먹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럴 땐 채소를 곁들여 평균 당지수를 낮추는 게 도움이 됩니다. 채소엔 인슐린 관리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과 미네랄도 많이 함유돼 있고요.

인슐린 관리를 위해 또 필요한 식습관이 있나요.

마지막으로는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하루 세 번 호르몬 피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이 있는 겁니다. 최근엔 간헐적 단식 등으로 아침을 거르는 분들이 많은데, 바나나나 사과 같은 간단한 음식이라도 섭취해서 우리 몸의 호르몬 시계를 깨워줘야 합니다. 차에 시동 거는 것처럼 우리 몸이라는 엔진에 신호를 줘야 하는 거죠.

성장호르몬은 청소년기에 중요한 호르몬 아닌가요.

성장호르몬은 평생에 걸쳐 나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세포가 죽고 새로 태어나는데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입니다. 피부, 연골, 근육 등 신체 조직의 성장뿐 아니라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노화와 직접 연관돼 있습니다. 가령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오는 등 필요 없는 이소성 지방(정상 위치로부터 떨어져서 쌓이는 지방)이 생기는 것도 성장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성장호르몬을 유지하는 방법은 운동밖에 없나요.

운동이 중요하죠.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력 운동이 성장호르몬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무조건 헬스장에 갈 필요는 없고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때도 까치발을 한다든가 일상생활에서도 근육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의 재료가 단백질이므로 양질의 단백질 섭취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어릴 적에 많이 자야 키가 큰다는 말을 많이들 하잖아요. 어른들도 숙면을 취해야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숙면은 멜라토닌 분비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모든 호르몬은 신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0번을 꼽으라면 멜라토닌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이 잠을 자는 겁니다. 수면 상태에서 생물은 몸을 청소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멜라토닌은 세포의 기본 단위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와요. 그래서 식물이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동물도 멜라토닌이 분비됩니다. 인간 신체에서 멜라토닌은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기도 하고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잠을 많이 자면 되는 건가요.

잠을 언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느냐가 중요합니다. 멜라토닌은 저녁 6시경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절정을 이룹니다. 멜라토닌 분비를 원활하게 유지하려면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자야 합니다. 또 낮에 햇볕을 쬐는 것도 중요합니다. 멜라토닌은 뇌 바로 위 송파선에서 세로토닌의 신호를 받아 생성되는데, 적절한 햇빛이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기 전 블루라이트를 피하는 것도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잘 자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이 역시 다른 호르몬과 연관돼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코르티솔과 반대 호르몬입니다. 코르티솔은 ‘각성의 호르몬’ 또는 ‘스트레스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아침에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과는 반대죠. 그런데 코르티솔 수치가 저녁에 출렁대면 멜라토닌 분비가 어려워집니다. 마음에 동요나 화가 있다면 이를 컨트롤해 평화로운 상태로 잠이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호르몬 #도파민 #안철우 #노화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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