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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이 궁금하다│베일에 쌓인 사람

‘…김삼순’ 원작 소설가 지수현

글·김유림 기자 / 일러스트·지수현

2005. 07. 05

‘내 이름은 김삼순’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동명소설의 원작자 지수현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며 사진 촬영을 거절한 지수현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김삼순’ 원작 소설가 지수현

디자인을 전공한 지수현씨가 직접 그린 자신의 모습.


‘나이 서른둘, 혈액형 B형, 취미 케이크 맛있게 먹기, 이상형 현빈처럼 거만한 듯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 현재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원작자 지수현씨의 프로필이다. 드라마 속 김삼순과 너무도 닮은 지씨는 삼순이의 실제 모델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지씨는 어려서부터 덜렁거리고 잘 넘어져 어머니로부터 “어휴~이 삼순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드라마 속에서 보여진 김선아의 실수도 모두 그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케이크를 좋아해 잠깐 케이크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전 삼순이만큼 솜씨가 좋지 않아 직접 만든 케이크는 울퉁불퉁 하고 쿠키는 이가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했죠. 드라마에 운전교습 중 접촉사고를 내고, 마감시간 직전 현금지급기 출장소에 들어갔다 셔터가 내려와 갇히고, 한라산에서 조난당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모두 제가 직접 겪은 일이에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삼순이가 아침 일찍 빵을 굽듯이 저도 새벽부터 뭔가를 끄적거리죠.”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를 가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건강이 많이 나빠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지씨는 어느 날 소설을 올리는 사이트를 발견하고 어려서부터 상상해 오던 것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지씨는 지난해 방영된 KBS 드라마 ‘백설공주’의 원작 ‘누나와 나 혹은 그녀석과 나’라는 인터넷 소설을 써 화제를 모았고, 지난 3월 방영된 KBS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의 원작 ‘당신과 나의 4321일’도 펴냈다. 그 밖에도 지씨가 쓴 대부분의 소설은 현재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판권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삼순이는 나를 모델로 해 만든 캐릭터”
“제 또래의 많은 여자분들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아껴주시는 이유는 화면 속 삼순이가 바로 자신들의 모습으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맞선을 지겨워하면서도 봐야 하고, 미래를 위해 적금도 부어야 하고, 다이어트도 해야 되는데 말처럼 쉽지 않은 삼순이의 모습에 공감을 하고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삼순이에게 지지를 보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지씨의 이상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지씨는 “글을 쓸 때는 물론이거니와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도 연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잘생기고 잘난 남자 쪽이 더 효과적”이라며 “굳이 잘난 조건이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여자를 아껴주는 사람, 저런 남자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남자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씨는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하면 원작과 드라마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대로 드라마가 따뜻하고 유쾌하다”며 “글은 머리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고 드라마는 눈으로 직접 보고 들으니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면 감독과 작가가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여요. 여자 주인공은 원작보다 더 활력이 넘치지만 김삼순 그 자체이고, 남자 주인공은 연하로 설정된 것 말고는 삐딱하면서 순정적이고 상처도 있는 캐릭터가 원작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남자 주인공의 옛 애인인 희진이 원작보다 빨리 등장했는데 그녀의 비중이 커질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저도 궁금해요.”
원작과 드라마를 “같은 뿌리의 다른 열매”라고 말하는 지씨는 “기본 뿌리를 제공한 것은 나이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상 감독과 작가를 전적으로 믿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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