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만원이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다.
99년 가정문제로 방송활동을 접은 뒤 아이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가 지난해 7월 귀국한 탤런트 강남길(45)이 그동안의 칩거를 마치고 활동을 재개한다. MBC 새 일요아침 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에 2월1일부터 출연하는 것.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서울 근교 전원마을이 배경인 ‘물꽃마을 사람들’은 과거 20년 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다 막을 내린 ‘전원일기’처럼 평범한 서민들의 고단하지만 따뜻한 삶을 그려가는 가족휴먼 드라마.
강남길은 서울에서 회사의 중견 간부로 있다 명예퇴직을 한 뒤에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남자 ‘한세영’역을 맡았다. 탤런트 임예진과 부부로 출연하는 그는 어른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사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아저씨의 캐릭터로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오랜만에 드라마의 양념 역할을 할 예정이다.
그는 또한 지난해 9월, 과거 자신이 직접 집필했던 컴퓨터 입문서를 보완해 증보판을 낸 데 이어 최근엔 4년간의 영국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영국의 이모저모를 담은 ‘오, 마이 고드!’(영진닷컴)를 펴냈다. ‘오, 마이 고드’는 ‘Oh, My God’의 영국식 발음. 그가 직접 체험한 영국의 생활문화와 교육제도, 복지제도, 영국인들의 의식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영국에서 생활하려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보가 가득하다.
방송활동을 재개하는 소감과 영국 체험을 듣기 위해 그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는 “아직은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연기에 대한 감을 되찾은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뜻을 전해왔다.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그는 그동안 일산에 집을 마련하고 방송복귀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틈틈이 영국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서울과 영국을 오가며 지냈는데,지난 1월에는 아이들을 영구 귀국시켰다.
그가 펴낸 ‘오 마이 고드!’에서 그가 직접 체험한 요절복통할 영국 체험 일부를 소개한다.
아이들 등교시키려 후다닥 차에 올랐는데 ‘어, 핸들이 어디 갔지?’
영국 집의 화장실은 불켜는 법부터 다르다. 노끈같이 생긴 줄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끈을 한번 잡아당기면 불이 켜지는 것이고, 또 한번 잡아당기면 불이 꺼지는 60년대식 방식이다. 그런데 볼일이 급하면 급할수록 화장실 불켜는 줄을 세게 잡아당기게 마련. 영국에 살면서 화장실 당기는 줄을 수없이 해먹었다. 덕분에 고치는 데 끙끙거리며 생고생도 많이 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는 보통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올리면 불이 켜지지만 영국은 반대로 스위치를 내려야 켜지는 방식이다. 분명히 불을 껐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얼래? 울랄라? 환하게 불이 켜 있기가 일쑤였다. 나 같은 사람이 헷갈리라고 일부러 그렇게 했을 리는 없고, 아무튼 요거 헷갈린다.
강남길이 최근 4년 동안의 영국 생활을 통해 본 영국의 색다른 모습을 책으로 펴냈다. 사진은 영국에서의 생활 모습.
그것만이 아니다. 변기에 앉아 점잖게 오른손을 뻗어 물을 내리려는데 손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오잉? 이게 어디 갔노?” 잠시 손에 허전함을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아, 그랬었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었지.” 영국의 양변기는 물을 내리는 손잡이가 오른쪽에 붙어 있지 않고 모두 왼쪽에 붙어 있다.
우리나라와 반대인 것은 또 있다. 바쁜 아침 시간,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아침 먹고 설거지통에 접시만 담근 채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후다닥 차에 올라탄다. 그런데 차키를 꺼내 시동을 걸려고 하면 정말 허무하다. 운전대가 없는 것이다. 얼라? 운전대가 왜 옆으로 이사 갔지?
영국은 차 운전대가 우리와 정반대인 오른쪽에 붙어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방향지시등과 와이퍼도 당연히 반대로 있다. 근 20년 동안 한국에서 운전하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뚝딱 고치고 익숙해져야 했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더 힘든 건 우리나라에 돌아와서였다. 몇년 사이에 벌써 영국식 운전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영국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으니까 당연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차의 주행선은 왼쪽이다. 그나마 거리에 차가 다닐 때는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졸졸졸 다른 차 꽁무니만 따라가면 만사 오케이다. 그러나 거리에 차가 없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 사러 새벽시장을 향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룰루랄라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경찰차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따라붙는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씨∼익 웃으며 ‘예쁘게 봐주세용.’ 알잖은가, 내 특유의 웃음! 무조건 하얀 이를 내보이며 경찰 아찌에게 선처를 바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왜 반대편 차선으로 운전을 하냐”며 나를 영락없이 음주운전자나 마약중독자로 의심한다.
문화와 관습을 비롯해 사고방식도 우리와 다른 부분이 많다. 벌써 영국에서 4년째 공부하고 있는 우리 두 녀석도 어느새 영국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식 키우다 보면 부모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를 따끔하게 야단칠 때가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욘석들을 야단치다가 한때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했다. 바로 혼낼 때 녀석들의 태도였다.
아이들이 우쨌길래 그러냐고? 우리식대로 하면, 부모나 어른이 야단을 칠 때는 다소곳이 눈을 아래로 깔고(!) 짐짓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자랐다. 하도 개구쟁이짓을 많이 해서 꾸중을 밥먹듯이 들었던 내 어린시절에는 응당 그렇게 하는 것이 최대한의 위기탈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석들은 아빠가 야단을 치는데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마치 반항하는 것처럼 계속 뚫어지게 눈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어허, 이 녀석들이 뭘 잘했다고….” 요럴 때는 화가 더 난다. 열이 확확 난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다. 영국에서는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을 때면 시선을 떼지 말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긴 몰라도 학교에서 몇번 야단을 맞다 보니 영국식 훈계방식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난 지금도 야단칠 때면 우리식대로 한다. 아이들을 불러 앉혀놓고 일장 훈계를 하려면 먼저 사전경고부터 한다. “Eyes down(눈 깔아라 잉)!”
영국은 하루에도 몇번씩 비가 올 때가 있어 늘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남길.
영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종업원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피밀 2개를 달라고 주문했다.
나 해피밀 두개 주슈.
종업원 뭐라고요?
나 해피밀 두개라고 짜샤.
종업원 ?
오잉? 나는 단지 아무 생각 없이 2개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펴 보이자 이 친구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툭 튀어나온 내 구강구조상 ‘둘(two)’이라고 할 때 어쩔 수 없이 약간 침이 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다시 한번 조심스런 발음과 확실하게 손가락으로 둘이라는 표시를 하며 다시 주문을 했다. 그러자 요 친구가 내 손가락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어디서 이런 개뼈다귀 같은 놈이 굴러들어왔나’ 하는 표정으로 빤히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얼래? 뭘 그렇게 노려봐 짜샤 하고 팍 쏘아주고 싶었지만 한 성질 죽여가며 꾸욱 참았다.
그런데 얼마 후에 알았다. 상대방에게 손등이 보이는 손가락 표시는 영국에서는 욕이었던 것이다. 한번도 아니고 그 종업원에게 몇번씩 X 먹으라고 했으니 그 친구한테 맞아죽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영국의 집은 대체로 집이 오래되고 낡다 보니 자연스레 이것저것 수리할 것이 많다. 그런데 수리를 할 때 웬만하면 본인이 뚝딱뚝딱 집을 수선한다. 내가 알고 있는 영국의 한 친구는 건축이 전공이 아닌데도 주말마다 시간을 쪼개 드르륵드르륵 톱질을 하고 칠하고 광을 낸다. 그렇게 2년 동안 해서 자신의 집을 새로 수리했다. 왜 직접 본인이 하냐고? 당근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초창기 가장 왕짜증 나는 일이 바로 이런 문화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집에다 열쇠를 놓아두고 그만 깜빡 하는 순간에 현관문이 닫혀버렸다. 그날 따라 비바람은 몰아치고…, 어쩔 수 없이 돌로 현관의 작은 창문을 깨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유리집에 전화를 걸어 유리를 끼워달라고 했더니 자그마치 4일을 기다리란다. 그것도 유리값은 1만원도 안되는데 출장비로 8만원을 요구한다. 정말 칼만 안 들었지 도둑이 따로 없다. 그러니 어쩌랴. 집안의 전구도 잘 갈아 끼울지 모르는 내가 직접 할 수밖에. 천신만고 끝에 끙끙거리며 역사적인 첫 작품을 남겼다. DIY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또 한가지 특징이 영국 거리에는 음식점이 없다는 점이다. 음식에 관한 한 후진국인 셈이다. 1년6개월 정도 이 나라에서 요리학원을 다녔지만 정작 배운 것은 영국요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요리였을 만큼 영국음식은 별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
두 녀석들이 수업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면 맨 먼저 하는 질문은 항상 똑같다. “아빠, 오늘 뭐 해놓았어?” 내 얼굴이 그냥 ‘밥’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영국에 영국음식점이 거의 없고 또 마땅히 외식할 곳도 많지 않은 그곳에서 햄버거나 피자도 하루 이틀이지 항상 번뇌와 망상(?)이 나를 감싼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안 후다닥 치우고 나면 문득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이 제일 컸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꼬?”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