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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man

1조원 보다 탐나는 멘탈

TANON VARAYA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는 현금 자산만 1조원에 이른다고 말하는 이 남자.
〈여성동아〉 인터뷰 요청에 한강 넘어오듯 태국에서 바로 날아왔다. 그리고 옷도 벗어주었다.
1조원 보다  탐나는 멘탈
전에는 본 적 없던 캐릭터가 예능에 나타났다. 태국에서 상위 0.1% 부자에 속한다는 타논 바라야(Tanon Varaya·38)다. 그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7개국의 남녀가 함께 지내며 글로벌 공통어를 만들어가는 콘셉트로 지난 7월 방영을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인 〈바벨 250〉에 태국 대표로 출연했다.

방송에 공개된 그의 이력은 화려했다. 취미로 수집한다는 고가의 오토바이를 비롯해 그가 소유한 슈퍼카만 해도 1백여 대. 가업을 이어받아 부동산 사업을 한다는 그의 순수 현금 보유액은 1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첫 등장은 더 요란했다. 전신에 새긴 문신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온몸에 두른 명품 옷은 보는 이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가 한국에 들고 온 가방의 가격만 6천6백만원.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휴대전화는 무려 1억원짜리라고 했다.

하지만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오히려 ‘귀여운 아재’의 모습에 가까웠다. 멤버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닭을 잡는가 하면, 변비로 고생하다 코코넛 오일 가루를 먹고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하는 모습에선 친숙함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갑작스레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심장 판막에 이상을 발견해 오는 9월 수술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안타까움 반, 아쉬움 반. 거기에 호기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방송 하차 후 태국으로 돌아가 다시 슈퍼 리치의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그가 며칠 뒤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처음 해보는 일은 뭐든 설렌다면서.


▼ 건강상의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들었어요. 건강은 좀 괜찮아졌나요.

다음 달 수술을 위해 몸 관리를 하고 있어요. 〈바벨 250〉에 계속 출연하고 싶었지만, 의료 시설이 미흡한 외딴 마을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차를 결정하게 됐어요. 혹시라도 심장에 무리가 와서 쓰러지면 곧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바벨 250〉의 촬영지에서 병원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리더라고요.

▼ 한국의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소감이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웃음),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저는 평소에 계획대로 사는 타입인데 거기선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시간은 금’이라고 배워왔는데 말도 안 통하는 친구들과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답답했죠. 촬영 내내 제작진에게 뭘 하면 되냐고 물었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춤을 춰야 하나, 요리를 해야 하는 건가 하면서요. 저는 주어진 시간 동안 제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바벨 250〉에 출연한 다른 국적의 친구들은 다들 연예계와 관련이 있는 친구들이에요. 한국 대표 이기우와 프랑스 대표 니콜라는 연기자고, 브라질 대표 마테우스는 전문 삼바 댄서고, 미셸은 미스 베네수엘라 출신, 모델 안젤리나는 SNS에서 이미 러시아 엘프녀로 유명세를 탔죠. 반면 저는 연예계와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왔고, 나이도 가장 많아서 부담감이 컸어요. 그런데 촬영을 마친 후 생각해보니 제 어릴 적 추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다른 걱정 없이 아이처럼 새로운 친구들과 추억을 만든 거잖아요. 세상을 다르게 사는 방법과 다른 관점들을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방송에 비친 모습은 영락없는 옆집 오빠예요.


그렇게 나왔나요? 어쩐지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 한국 사람들이 “타논!” 하고 친근하게 대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전 모니터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할 일은 카메라 앞에서 제모습을 드러내는 거고, 그걸 편집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잖아요.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물론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는 건 원하지 않죠. 하지만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 일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 그리고 어차피 방송을 봐도 뭐가 뭔지 몰라요. 자막이 죄다 한글이라 방송을 보더라도 그때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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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자라고 하던데 태국에서 유명세는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해외 투자 사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해외에 있는 부동산을 사서 장기 렌트를 하는 식으로 돈을 벌죠. 산업에 직접 투자를 하기도 하고요. 돈이 많다는 게 알려지면 표적이 되기 쉬워서 태국에선 오히려 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항상 무장한 보디가드들과 함께 생활하고요. 아, 태국 언론에 아주 작게 딱 한 번 나간 적이 있어요. ‘태국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를 가진 남자’ 콘셉트였죠(웃음).

▼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해외 사업이 많다 보니 특별히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각국의 시차가 다르니 필요하다면 자정이든 새벽이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죠. 자유 시간엔 쇼핑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오토바이 수집이 취미 중 하나거든요.

▼ 명품 마니아라던데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사람들이 말하는 ‘명품’의 기준과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고가의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다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가령,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 안에도 여러 레벨이 있는데, 저는 저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된 스페셜 에디션만 써요. 가방 하나를 사기 위해 무려 6개월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예요. 세상에 딱 8대밖에 없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죠. 저는 그걸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요. 엔진에 만든 이의 이름이 써 있거든요. 개인적인 손길과 정성이 묻어나는 제품인 셈이죠.  

▼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방콕에서 태어나 살다가 10대 때 1년 정도 하와이에 머물렀어요. 그때 엄마가 “너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물으셨는데 “서프보드 파는 사람요!” 하고 대답했다가 바로 스위스 유학길에 오르게 됐죠(웃음). 태국 사람 하나 없는 스위스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어요.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인터넷은커녕 휴대전화도 막 나오기 시작하던 때라 되게 외롭게 살았죠. 집에 연락하려면 팩스를 보내야 했어요. 〈바벨 250〉에서의 삶과 다를 게 없었죠. 국제학교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서 공용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이었으니까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대학에서는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어요.

▼ 한국에는 처음 와본 건가요.  

처음 온 건 열네 살 무렵이었어요. 굉장히 추운 겨울에 엄마와 롯데월드를 갔던 기억이 나요. 그땐 한국 사람들이 두꺼운 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4계절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태국은 1년 내내 더우니까요(웃음). 요즘 태국에선 한류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데 저는 그중에서도 한국의 패션 산업에 관심이 많아요. 서울 패션 위크가 열리는 기간에 꼭 한국을 찾을 정도로요.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한국의 글로벌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의 박신의 이사를 알게 돼 지금은 절친이 됐어요. 박 이사와의 인연으로 지난봄엔 EsteemTV 〈패션 브로〉라는 웹 시리즈물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바벨 250〉은 그다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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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한국 디자이너 코너가 저의 핫 플레이스예요. 경복궁이나 남산서울타워는 계속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서 재미가 없는데, 여기선 매 시즌 다른 패션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아, 특히 저는 찍찍이 운동화가 정말 신기했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업을 한다면 한국 패션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제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돈 많은 투자자라는 게 알려진 뒤 여기저기서 사업 제안은 들어오는데, 요즘은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 전신에 새겨진 문신도 타논의 패션 스타일 중 하나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문신이나 패션이나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포인트니까요. 일본의 유명 타투이스트가 8년에 걸쳐 그린 작품이에요. 사람들은 왜 힘들게 전신에 문신을 했냐, 나중에 지우고 싶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묻더라고요. 이 문신에는 제 가치관이 반영돼 있어요. 한번 결정을 내리면 되돌릴 수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몸에 새겨 넣은 거죠. 가슴팍에는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기도문도 새겨 넣었어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안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그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게 허락하소서’. 제가 사실 가톨릭 신자예요(웃음).

▼ 하지만 문신 때문에 ‘무서운 사람’이라는 오해를 살 때도 있잖아요.

맞아요. 다들 범죄자라고 생각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오히려 그게 나아요.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는 사람은 생각이 짧은 거잖아요. 제 입장에선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죠.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며 살고 싶지도 않아요. 이게 저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줘요.

▼ 인생에서 견디기 힘든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나요.

음, 사실은 작년에 아내와 이혼했어요. 2세에 대한 서로의 계획이 달라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죠. 그동안 전 제가 세운 계획대로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제가 작년부터 한국 패션 산업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려고 했던 거죠.

▼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요.

글쎄요. 이상형은 딱히 정해놓지 않았어요. 일단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좋아요.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요. 외모?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아무리 예쁜 미녀라도 10년, 20년 살면 다 똑같이 늙어요(웃음). 누가 뭐래도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거. 그게 사랑 아닐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그가 대뜸 물었다. “나 어떤 사람 같아요?” 인터뷰 내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던 그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게 의아했다. 하기야 처음 만난 한국의 기자에게 이렇게 길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될 줄 스스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터. 한참을 망설이다 “핫 가이(Hot Guy)요” 하고 대답하자 그가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요 앞에 클리닉 가서 보톡스라도 더 맞아야겠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돈이 많은 남자, 그럼에도 옆집 오빠같이 친근한 남자, 겸손함과 지혜·솔직함·유머러스함까지 갖춘 매력적인 이 남자. ‘뜨거운 사나이’만큼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최정미
장소협조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02-3466-7000)

작성일 | 2016.08.26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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