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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24시간이 모자란 옥주부 라이프

editor 정희순

입력 2018.01.18 15:22:22

‘옥동자’가 돌아왔다. ‘옥주부’라는 이름으로. 어디로 왔냐고? 가족의 곁이다.
LIVE! 24시간이 모자란 옥주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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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자’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정종철(41)은 요즘 SNS상에서 상당히 ‘핫’하다. 몇 해 전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그렇게 가족 앨범을 만들듯 일상을 꼼꼼하고 꾸준하게 기록했고, 어느덧 그의 계정은 팔로어 수 7만을 훌쩍 넘겼다. 

그가 올리는 콘텐츠는 대부분 ‘평범’하다. 집에서 간장게장을 담그고, 청소기를 돌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아이들과 트리를 장식하는 ‘남자’의 리얼한 일상. 그런데 집안일을 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옥주부’라는 닉네임도 그래서 붙었다. 

그를 팔로하는 사람이 주로 30~40대 주부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그는 직접 만든 앞치마와 냄비 받침, 도마 등에 ‘옥주부’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살림왕 옥주부’라는 채널까지 만들어 ‘큰아들 방 공개’ ‘아빠랑 딸이랑 먹방먹방’ ‘집에서 대구를 손질해보자’ ‘스테인리스 냄비 물때 완벽 제거법’ 등의 살림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SNS계의 살림남은 누가 뭐래도 정종철이다. 

인터뷰를 제안하자 그는 집으로 초대했다. 대개는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꺼려하게 마련인데, 역시 프로 살림꾼답다. 

정종철·황규림 부부네 3남매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인 오후 2시. 초인종을 누르자 그를 빼다 박은 듯한 ‘붕어빵’ 아들 시후(11)가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문을 열어줬다. 정종철의 SNS에서 늘상 봤던 얼굴이지만, 솔직히, 깜짝 놀랐다. 

큰아들 시후 군과 셋째 시아(8) 양은 눈병 때문에 학교를 못 갔다고 했다. 정종철은 눈이 퉁퉁 부은 시아 양의 사진을 내내 걱정했다. 거실 한편에는 가족이 함께 꾸민 트리가, 그 옆에는 하얀색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집 구경을 하고 있는데 둘째 시현(9) 양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다. 옥주부가 자랑스러워하는 ‘스위트 홈’의 풍경은 그랬다.


LIVE! 24시간이 모자란 옥주부 라이프
집이 무척 훌륭합니다. 

신혼집은 일산이었는데,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서울로 이사를 했어요. 방 세 개짜리 주상복합 전세로. 거기서 6년을 살다 2016년 12월쯤 이곳으로 왔고요. 일단 제집이라 좋아요(웃음). 등을 하나 달면서도 신경을 엄청 많이 썼고, 벽지 색을 고를 때도 한참을 고민했어요. 가족이 오래오래 함께 살 집이니까요. 

요즘 살림에 푹 빠져 계신 것 같던데요. 

결혼하고 제가 워낙 바쁘기도 했고, 집안일과 바깥일을 딱 구분 지어놓던 남자였어요. 집안일은 와이프가, 바깥일은 내가. 

본격적으로 주부 생활을 한 건 7~8년 정도 됐어요. 해보니까 할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밥 먹는 일이었어요. 나야 귀찮으면 굶어도 그만이지만, 한창 크는 아이들은 잘 먹어야 하잖아요. 모든 부모들이 다 같은 마음이겠죠. 

오늘 아침 식사도 직접 차려주셨나요. 

그럼요. 어제 먹고 남은 꽃게탕 국물에 채소랑 시금치를 넣고 해물된장찌개를 끓였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랑요. 힘들어도 재밌어요. 

왜 살림에 뛰어드신 거예요. 

어느 날 아내가 제 가방에 편지를 넣어둔 거예요. 거의 유언장 수준이었죠. 되게 충격이었어요. 저는 아내가 그렇게 힘든 줄도 몰랐고, 우울증약을 먹는 줄도 몰랐거든요. 내가 바뀌어야겠구나, 생각했죠. 제일 먼저 실행에 옮긴 게 옆에 있어 주는 거였어요. 일을 다 끊고 아내 옆에 온종일 붙어 있었는데, 정작 아내와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연애 3년에 결혼 생활 4년, 명색이 개그맨이기까지 한데 이럴 수도 있는 건가 싶었죠. 그동안 아내와 공감대가 없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 그러다가 던진 말이 “내일 뭐 먹을까?”였어요. 뭘 먹을지 함께 고민하면서 그때부터 대화가 되더라고요. 음식은 누구나 다 알고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잖아요.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뭐 먹을지를 고민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같이 장을 보러 나갔어요. 장을 본 뒤에는 요리를 만들었고요. 그렇게 살림을 시작하게 됐어요. 

‘옥주부’라는 캐릭터가 그때 만들어진 거군요. 

옥주부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캐릭터로 생각하면 절대 이렇게 못 하죠. 이건 그냥 제 삶이에요. 제 인스타그램 대문에도 써놨어요.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고요. 

옥주부라는 이름도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이 붙여주신 거예요. 어감이 재밌어서 직접 만든 앞치마며 냄비 받침에 ‘옥주부’라고 써넣긴 했지만요. 

살림하면서 제일 힘들 때는 언제예요. 

힘들어요, 그냥 다. ‘가사 노동’이라고들 하잖아요. ‘노동’이란 말이 ‘가사’ 뒤에 왜 붙어 다니는지 알겠더라고요. 살림 안 해보셨죠? 한번 해보세요. 24시간이 모자라요, 정말로. 

부부 관계가 많이 좋아지던가요.

말 한마디가 귀한 걸 살림하면서 알았어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고마우면 고맙다,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됐어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상대도 듣고 싶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더라고요.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부부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더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 온 것 같아요. 저희 애들 표정만 봐도 딱 그렇게 써 있잖아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애들이라고. 

아빠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어하는데 정종철 씨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더라고요. 정말 잘 놀아주시던데요.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표현은 옳지 않아요.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결국 많이 못 놀아주거든요. 제가 아무리 몸 관리를 한다고 해도 3남매 체력을 혼자서 어떻게 커버하겠어요. 중요한 건 아빠가 아이들 옆에 ‘찰싹’ 붙어 있는지 여부예요. 

놀아준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거죠. 캠핑을 가든, 낚시를 가든, 등산을 가든 상관없어요. 

애들이 못 따라오면 어떡하냐고요? 꼭 산 정상에 올라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산등성이까지 가족이 함께 가는 게 중요한 거지. 어느 공간이든 아이들은 자기만의 놀 거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아빠 공간’에 들어오는 거죠. 

저 역시 그렇게 자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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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씨도 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셨나 봐요. 

제 아버지는 제가 군 복무하던 1999년에 돌아가셨어요.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다정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 여섯 시면 칼퇴근을 하시고, 늘 집에 계셨거든요. 손재주가 좋은 편이어서 이웃집에 고장 난 물건이 있으면 뚝딱뚝딱 고치셨고, 이웃들을 초대해 다 같이 밥을 먹고 놀다가 고스톱으로 마무리를 하셨던 분이에요. 사람들은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에 나오는 ‘순돌이 아빠’ 같다면서 아버지를 그렇게 불렀죠. 한 번도 아버지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제겐 그런 풍경이 익숙해요. 종종 어머니는 제게 전화를 걸어 “인스타그램 봤는데, 하는 행동이 어쩜 그리 네 아버지랑 똑같니”라고 하세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어디서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살림하면서 수입은 줄지 않았나요. 

줄긴 줄었죠. 어떤 달은 ‘간당간당’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빠삐(정종철이 아내 황규림 씨를 부르는 말, 바비 인형 같다는 뜻이다)도 그렇대요. 어른들 말이 맞아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 

주 무대가 SNS로 옮겨진 것 같은데, 개그맨으로서 무대에서 공연하던 때가 그립진 않나요. 

TV에 나오는 일이 줄어서 그렇지, ODJ 엔터테인먼트를설립하고 공연과 영상 제작 관련 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개그맨들과 가수, 밴드, 탭댄스, 디제잉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모두 서른네 명 정도 되죠. 텔레비전이 가진 의미는 점점 축소될 거라고 봐요. 지금도 TV 대신 모바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으시잖아요. 이런 흐름은 점점 빨리 진행될 거예요. 가령, 지금 50대와 60대 중 모바일로 콘텐츠를 접하는 분이 전체의 10%라고 치면, 언젠간 대부분의 노인들이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제가 일찍이 모바일로 눈을 돌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보니까 정종철 씨가 아닌 아이들이 직접 진행을 하더라고요. 아빠를 닮아 끼가 많은 것 같았어요(웃음). 

처음에는 빠삐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진 않고 자꾸만 제가 진행을 하려고 한다고요(웃음). 그래서 제가 나서려고 하면 빠삐가 계속 사인을 줘요, 그만하라고. 아이들 채널은 아이들이 더 많이 표현할 수 있게끔 저는 유도만 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유튜브 스타로 만들려고 하시는 거 아닌가요(웃음). 

그런 건 당연히 아니죠(웃음). 그냥 아이들이 당장,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고, 학원에 가라고도 해요. 그런데 그걸 뭔가 역사에 대단한 위인이 되라는 마음에서 시키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이 훗날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벽에 부딪혔을 때 이런 과정을 통해 이겨내는 법을 깨우쳤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정종철 씨 계정을 팔로하라고‘소환’해야겠어요(웃음). 

그런 댓글 되게 많이 달려요. 남편더러 좀 보라고 해야겠다고(웃음). 요즘은 책을 쓰는 중이에요. 살림에 관한 매뉴얼이 아니라 남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솔루션에 관한 내용으로요. 가끔 외부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는 분들도 꽤 계세요. 했다가 아내가 별 반응이 없다 싶으면 금방 삐치는 게 문제죠. 그런데 부부간에는 보상 같은 거 바라면 안 돼요. 보상은 회사에서 일하고 사장님한테 받는 거죠. 가정생활은 부부가 함께하는 거예요. 네 일, 내 일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네 일과 내 일이 같은 거라는 걸 기억하셨음 좋겠어요. 그러면 분명 가정 안에 좋은 에너지가 샘솟을 거예요. 

오늘 저녁 메뉴는 정하셨나요. 

곱창전골요. 아는 분이 좋은 재료가 들어왔다면서 보내주셨어요. 평소 아이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정작 빠삐가 좋아하는 음식은 못 해줬거든요. 아이들이 낯설어하더라도 오늘만큼은 빠삐가 좋아하는 칼칼한 국물 요리를 만들 거예요.


photographer 조영철 기자 designer 박경옥


여성동아 2018년 1월 6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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