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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의 술과 영화, 가족이 있는 풍경

“조인성, 박보검, 이광수, 방탄소년단 뷔까지 아우르는 연예계 핵인싸”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08.29 17:00:02

영화 ‘변신’ 개봉을 앞둔 성동일을 인터뷰하러 갔다가 술 마신 얘기만 잔뜩 듣고 왔다. 술은 핑계일 뿐, 그가 사랑하는 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영화도, 인생도 그 안에 있다.
성동일의 술과 영화,  가족이 있는 풍경
배우 성동일(52)과의 인터뷰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삼청동의 유명한 카페였는데,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그 건물에서도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것 같은 눅눅한 지하 공간이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조금 더 과장하면 그가 이번에 들고 온 영화 ‘변신’의 지하실 같은 공간으로 들어서자 자다가 금방 깬 것 같은 성동일이 마치 자신의 집인 듯 자연스럽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전날 배우, 스태프들과 영화 시사회를 마친 후 밤새 술을 마시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신 스틸러도 등장했다. 단골 커피숍에 들렀던 배우 김희원이 낯익은 목소리에 끌려 인터뷰 장소까지 찾아온 것이다. 잠시 “아니 형이 왜 여기 있어요?”(김희원), “야 인마, 너는 (술만 마시는 줄 알았는데) 커피도 마시냐”(성동일)는 선후배 간의 훈훈한(?) 대화가 오갔다. 성동일과 김희원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담보’에서 호흡을 맞췄다. 어쩌다 보니 우연히 이뤄진 두 배우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차기작 예고편이 됐다. 무명의 연극배우 시절까지 합하면 연기 경력 무려 35년, 연예계 핵인싸의 일상이다.


평범한 얼굴로 악마를 연기하다

성동일의 술과 영화,  가족이 있는 풍경
이제 본편인 ‘변신’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이 영화는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이 알 수 없는 낯선 존재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섬뜩한 사건들을 다룬다. 가톨릭 사제인 중수가 구마 의식을 하던 중 한 소녀가 죽은 후, 악의적 소문에 시달리게 된 형 강구(성동일) 가족은 부랴부랴 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가족들 사이에 기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든 것. 아침에 엄마의 얼굴로 식칼을 들고 있던 악마가 깊은 밤엔 망치를 들고 쫓아오는 아빠로 변해 가족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아빠가 진짜 아빠인지, 엄마가 진짜 엄마인지, 동생이 진짜 동생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커져간다. ‘검은 사제들’과 ‘사자’의 계보를 잇는 엑소시즘 영화지만 여러 사람의 몸을 자유자재로 오갈 만큼 영악해진 악마의 등장으로 공포의 강도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데뷔 후 처음 공포물에 도전하는 성동일은 극 중 평범한 가장과 악마를 오가며 시작부터 엔딩까지 영화를 이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딸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도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부성애로 확장된다. 사제복도 모델 핏으로 소화하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나 드라마 ‘손 the guest’의 김재욱과는 다른, 투박하지만 인간적이고 가족애 넘치는 구마 사제 중수 역의 배성우와 어느 집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라 더 무서운 명주 역의 장영남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열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요소다.

여름휴가는 다녀왔나. 

아직이다. 이번에 (영화 ‘변신’이) 잘되면 (배우와 스태프가) 다 같이 하와이에 가기로 했다. 휴가는 남의 돈으로 다녀와야 제 맛이지. 크크크. 

어제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어땠나. 

내가 찍었는데도 오싹하더라. 저런 장면이 있었나 싶은 것도 있고. 개인적으론 시나리오로 봤을 때보다 좋았다. 현장에서는 배우들 간에 감정이 격해진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이 적절하게 조절해서 디렉션을 한 덕분에 영화가 고급지게 나온 것 같다. ‘한국적인 오컬트 새드 무비의 탄생’ ‘2019년 가장 잘 만든 가족 영화’ 이런 타이틀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SNS 리뷰에 #극강공포 #무섭고무서운 같은 해시태그가 많더라. 촬영하면서 무섭거나 고생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동물 사체 같은 것들이 소품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 강심장이라도 좀 섬뜩하지. 그런 부분 빼고는 특별하게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벽을 뚫고 나간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버지 역할을 하는 거니까 편하게 연기했다. ‘미스터고’ 때는 있지도 않은 고릴라를 상대역으로 두고 상상해서 찍느라 힘들었는데 이번 영화는 CG 없이 거의 100% 실사로 촬영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없었고. 다만 딸로 나온 김혜준, 조이현은 분장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거다. 손으로 일일이 하는 거라 보통 4시간 이상이 걸린다. 부마자로 나오는 한 친구는 촬영한 후 분장을 안 지운채 자고 일어나 다음 날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촬영했다. 분장하는 것 자체가 워낙 고통스럽기도 하고 다시 하면 이전과 똑같이 나오기 힘드니까. 다들 그렇게 고생한 덕분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공포 영화는 처음인데, 어떤 매력이 있던가. 

공포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반전, 스릴 이런 거다. 근데 배우들은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뻔뻔한 거짓말쟁이가 돼야 한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후배들에게 했던 얘기 중 하나가 “답을 알고 시험을 보면 긴장해서 한두 개 틀릴 수도 있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고 최선을 다해 공부한 다음 시험을 보면 만점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그간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는데, 캐릭터를 잡을 때 모티프는 어디에서 얻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보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으며 상상해봐도 인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주변의 인물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전에 드라마 ‘추노’를 할 때는 울산에 사는 아는 형님을 모티프로 삼았는데, 형님이 전화를 하셨더라. 왜 자기를 따라 하냐고. ‘미스 함무라비’ 때도 판사를 하는 후배들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연기는 국영수처럼 사교육을 받아서 느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인간 군상을 만나 삶을 배우면서 느는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연애도 많이 해보라고 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일단 스케줄이 맞아야 하고 두 번째는 투자가 확정돼야 한다. 무명일 때는 석 달 뒤에 영화 촬영 시작되니까 시간을 빼달라고 요청하면 들어오는 작품 다 거절하고 그걸 기다렸다. 그런데 그 영화가 안 되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 쭉 놀아야 한다. 직장인들도 6개월 놀다 보면 별생각 다 들기 마련인데 배우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그렇다. 알아봐준다고 좋아할 나이도 아니고 가장, 남편으로서 그 집을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관객들이 좋아해주면 좋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일순위다. 

이번에 ‘변신’도 스케줄이 맞아서 선택한 건가. 

김홍선 감독이 처음 제안했을 땐 다른 영화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고사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어쩌다 무산됐고, 김 감독이 그 틈을 노려 인천에 있는 우리집으로 찾아왔더라. “누구랑 할 거냐”고 물었더니 배성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성우도 집으로 불러 “괜찮은 감독이니 잘해 보라”고 얘기하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하하하. 

김홍선 감독과는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김 감독은 해병대 출신인데 눈물이 많다. ‘변신’은 공포 영화면서도 가족 영화다 보니 배우들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럼 김 감독은 ‘컷’도 못 하고 그냥 같이 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쨌든 장사치다. 남의 돈을 가져다(투자 받아서) 쓰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딨나. 그래서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잘돼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있다. 드라마와는 또 다르다.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 아닌 이상 시청자들 반응을 봐서 중간에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영화는 완성품을 선보여야 한다. 말하자면 러닝타임 2시간에 자기 인생을 거는 거다. 김 감독은 여리고 정도 많고 타고난 이야기꾼에 또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는 게 눈에 보이니까 배우나 스태프들이 믿고 따른다. 영화를 시작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거의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작품을 시작하면 술을 딱 끊는다. 


성동일의 술과 영화,  가족이 있는 풍경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술에 대한 철학이 있나. 

술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음식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커피 마시면서 얘기를 한다는데, 우리는 술이 앞에 있어야 얘기가 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시간 나면 술 한잔하자’다. 우리 모두 바쁜 사람들인데, 시간이 나서 술을 마실 여유가 어디 있나. 상대를 위해서 시간을 내 술을 마시는 거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모이니까 술자리가 소중한 거고. 

영화계에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나이다. 술자리에서 꼰대가 되지 않는 노하우가 있다면.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안주만 먹으면 된다. 그리고 분위기를 봐서 한두 사람이라도 졸려서 눈을 비빈다거나 재미없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바로 술자리를 파한다. 또 나는 지적질, 갑질, 주사가 없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 흉내 내서 먹고사는데, 누굴 지적질하거나 갑질할 형편은 아니지 않나. 다만 후배들한테 현장에 좀 일찍 오고, 짜증 내지 말고, 스태프들과 어울리라고는 말한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으면 제작사에 프로필 돌리지 말고 성동일 집에 가서 술을 마시라’는 말이 있더라. 술을 좋아하는 본인은 좋겠지만 아내는 힘들 것 같다. 

내 유일한 낙이 사람들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는 거다. 좋은 음식점에서 술을 사주는 것도 괜찮지만 집으로 불러서 사는 모습 보여주고 우리 집사람이 해주는 음식도 대접하고 그러는 게 좀 더 끈끈하지 않나. 아내도 내가 집으로 데려가는 사람들이 남편 돈 벌게 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면 잘해준다. 하하하. 우리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반은 무당이다. 얼굴 딱 보면 무슨 생각하는지 훤히 안다. 집사람이 싫어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오겠나. 집사람도 다 좋아서 하는 거다. 

술자리에서 어울리는 스타들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다고 들었다. 박보검, 방탄소년단의 뷔도 멤버라던데. 

얼마 전 부산에서 영화 ‘담보’ 촬영 중일 때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를 마친 태형이(뷔)와 이를 보러 온 박보검이 숙소로 찾아왔더라. 마침 보검이 생일이라 함께 와인 한잔했다. 그리고 “강대규 감독이 영화하자 하면 꼭 하라”고 말해줬다. 강 감독이 “어떻게 이렇게 어린 친구들하고도 어울리냐”며 놀라더라. “시비 안 걸고 친구처럼 지내면 된다”고 했다. (도)경수도 군대 가기 전에 나랑 (조)인성이, (이)광수, 고현정이 모여서 밥 사주고 술 한잔 먹여서 보냈다. 어울리는 건 나이랑도 상관없고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와도 상관없다. 서로 정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조인성과 이광수가 특히 많이 따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인성이 좋다(웃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찍을 당시 대본 리딩이 끝나고 2시간 정도 뒤풀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둘이 내내 의자에 앉지 않고 선배님들 시중을 들더라.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게 보였다. 사실 광수가 인성이를 많이 괴롭힌다. 같이 술을 마시다가 인성이가 잠이 들면 물을 부어서 깨운다. 그럼 인성이는 화도 안 내고 수건으로 닦으면서 “그래그래. 형이 같이 마셔줄게” 하면서 다 받아준다. 나는 그런 정서들이 참 좋다. 

성동일이 못 하는 연기도 있을까. 

알몸 연기나 베드 신은 안 될 것 같다. 벗은 내 몸은 아내도 싫어한다(웃음). 그런데 어떻게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온 분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사랑 표현이 서툴다. 유일한 키스 신은 영화 ‘마음이2’ 때 마음이(개)랑 한 거다. 

다음 작품 ‘담보’가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그다음 작품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9월에 새 작품 촬영에 들어간다. 아내는 쉬라고 하는데 아이들 생각하면 그럴 수 있나(웃음). 또 촬영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재미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여성동아 2019년 9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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