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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interior

비비드한 컬러와 패턴으로 채운 33평 아파트

글 백민정

2022. 01. 14

공간에 변화를 주는 확실한 방법은 컬러를 입히는 것. 온라인 편집 숍 ‘안네베크즈’를 운영하는 이연영 씨는 다채로운 컬러 플레이와 패턴 아이템, 독특한 소품 등을 믹스 매치해 멋스러운 홈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옥승철 작가가 그린 인디밴드 아도이(adoy)의 LP판 커버부터 어린 시절 사용하던 전신 거울, 오렌지 컬러 협탁까지 유니크한 소품들이 거실에 생기를 더한다.

옥승철 작가가 그린 인디밴드 아도이(adoy)의 LP판 커버부터 어린 시절 사용하던 전신 거울, 오렌지 컬러 협탁까지 유니크한 소품들이 거실에 생기를 더한다.

“십수 년 전에 장만한 집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쭉 전세를 주다가 얼마 전 드디어 내 집으로 이사했어요. 지은 지 18년 정도 된 아파트인 데다가 여러 사람이 거쳐 지나간 집이라 이사 전 공사는 반드시 필요했죠. 특별히 원하는 콘셉트가 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고 싶진 않았어요. 화이트 일색인 집은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비비드한 컬러와 화려한 패턴,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소품이 어우러진 이곳은 싱글 여성 사업가 이연영 씨의 집이다. 작은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 숍 ‘안네베크즈’를 운영하며, 동시에 교육 사업도 하고 있는 이연영 씨에게 109㎡(약 33평) 규모의 이곳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작업실 그리고 촬영장이 되기도 한다.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에스디자인의 신성호 실장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집이면서 작업실이어야 하기 때문에 공간 분리에 집중했어요. 침실은 철저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고려하되 작업실에서만큼은 영감을 얻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했죠. 촬영과 회의 등으로 동료들의 출입이 잦은 만큼 거실은 감각적인 호텔 라운지 느낌을 내는 동시에 한쪽에 라운지체어와 에탄올 벽난로를 더해 혼자 있을 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게 설계했어요.”

감각적인 거실과 시크한 분위기의 침실

편안해 보이는 큰 소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실은 라운지 역할을 할 수 있게끔 꾸며졌다. 공간의 성격을 고려해 TV는 침실로 옮기고, 거실에는 큰 소파를 마주 보게 배치해 여러 명이 편안하게 앉아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거실의 색깔을 만들어준 것은 블루 컬러 소파. 쨍한 비비드 컬러의 소파는 화이트 베이스의 거실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면서 동시에 안정감 있게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직업의 특성상 저희 집을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요. 작업실이 제 개인 공간이라면 이곳은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이죠. 소파를 포함해 거실에 놓인 가구는 대부분 이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에요.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것 중 컬러가 잘 어우러지는 가구를 꺼내 매칭해두었죠. 인테리어에서 비비드한 컬러는 딱 하나만 포인트로 써야 한다는 게 뭔가 국룰 같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여러 가지의 비비드한 컬러도 잘 매칭하면 실내 분위기에 색다른 재미와 생기를 주거든요.”

벽난로 위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직접 만든 액자, 장난감을 넣을 수 있는 펜던트 조명 등으로 장식했다.

벽난로 위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직접 만든 액자, 장난감을 넣을 수 있는 펜던트 조명 등으로 장식했다.

거실에서 또 눈 여겨볼 곳은 베란다를 확장한 공간. 집의 구조상 철거하지 못하는 날개벽 옆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신성호 실장의 제안으로 바이오에탄올 벽난로를 설치했다. “바이오에탄올 벽난로 덕분에 불멍 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고요. 집 안을 덥히는 느낌도 들고요. 라운지체어에 앉아 마냥 보다 보면 노곤해지면서 편안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블랙 & 화이트 무드로 꾸민 침실. 앤티크한 느낌을 내는 실버 컬러의 수납장은 중국 출장길에 구입한 것.

블랙 & 화이트 무드로 꾸민 침실. 앤티크한 느낌을 내는 실버 컬러의 수납장은 중국 출장길에 구입한 것.

거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블랙 & 화이트로 연출한 침실. 침대 프레임은 이전 로마 여행 중 이용했던 호텔의 침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그 디자인 그대로 특별히 제작했다. 침대 컬러에 맞춰 협탁과 커튼까지 무채색으로 통일하니 시크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감각적인 컬러 베리에이션이 눈에 띄는 현관과 주방

옐로 컬러의 냉장고와 세트처럼 잘 어우러지는 청록색 수납장. 쨍한 컬러가 밋밋한 주방에 활기를 더한다.

옐로 컬러의 냉장고와 세트처럼 잘 어우러지는 청록색 수납장. 쨍한 컬러가 밋밋한 주방에 활기를 더한다.

이연영 씨의 집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이 즐겁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으로 광택이 나는 옐로 컬러 신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살짝만 시선을 옮기면 탁 트인 유리 중문을 통해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중문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벽에 딱 맞춘 네모반듯한 문이 아닌, 코너 부분을 라운드 처리로 마감한 것. “처음에 중문은 계획에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 집 구조상 집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욕실이 있거든요. 집의 첫인상이 화장실이 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한창 공사를 하던 와중에 중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죠. 중문은 소재 특유의 시원함과 개방감이 좋아 유리문으로 결정했어요. 좀 다른 스타일의 중문을 고민하다 코너를 라운드로 처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죠. 코너 디자인만 새롭게 했을 뿐인데 그 덕분에 훨씬 세련된 현관이 완성된 것 같아요.”



코너 부분을 라운드로 디자인해 쇼룸처럼 느껴지는 현관.

코너 부분을 라운드로 디자인해 쇼룸처럼 느껴지는 현관.

거실과 현관만큼이나 강렬한 컬러를 자랑하는 주방. 방 하나를 할애해 다이닝 룸으로 만든 덕분에 주방은 온전히 제 기능만을 담당한다. “주방은 원하는 크기의 식탁을 놓기에 협소했어요. 마침 작업실을 따로 만들 생각이었기에 그렇다면 작업실에 긴 셰어 테이블을 놓고 작업실 겸 다이닝 룸으로 활용하자 생각했죠. 그리고 주방에는 작업대 겸 간단한 식사를 위한 식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일랜드테이블을 놓았어요.” 거실의 대표 색이 블루라면 주방의 색은 옐로와 청록이다. 냉장고 색을 옐로로 결정한 후 옐로 컬러 냉장고가 겉돌지 않도록 산뜻하고 강렬한 청록색 장들로 냉장고 옆 공간을 채운 것. 주방 바로 옆방인 다이닝 룸의 문은 앞에 놓인 짙은 브라운 컬러의 고가구와 어우러지도록 블랙으로 결정했다.

다이닝 룸 겸 작업실과 전혀 다른 매력의 두 개의 욕실

동양화와 소품, 컬러만으로 확실한 무드를 자아낸 오리엔탈풍의 공간. 작업실과 다이닝룸으로 활용한다.

동양화와 소품, 컬러만으로 확실한 무드를 자아낸 오리엔탈풍의 공간. 작업실과 다이닝룸으로 활용한다.

작업실로도 활용되는 다이닝 룸으로 들어서면 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등장한다. 자주색과 퍼플 컬러가 오묘하게 섞인 벽장, 짙은 청록색 벽지, 동양화 한 폭, 오리엔탈풍의 소품들이 그야말로 동양적인 매력을 가득 품고 있다. “어머니가 주신 동양화 한 점을 꼭 걸고 싶었어요. 그림 분위기에 맞춰 벽 컬러, 소품 등을 하나씩 고르다 보니 오리엔탈 무드 가득한 공간이 완성되더라고요. 실장님과 미팅에서 ‘다이닝 룸 만큼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입장하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잘 구현해주셨어요.”

다른 패턴과 컬러의 타일만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욕실 두 곳.

다른 패턴과 컬러의 타일만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욕실 두 곳.

두 곳의 욕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욕실 한 곳엔 오리엔탈풍의 패턴이 화려한 것과 우드 느낌이 나는 타일을, 또 한 곳은 쨍한 오렌지 컬러의 타일을 선택했는데, 공통으로 사용한 블랙 수전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두 곳 모두 수납장 대신 선반을 설치하고, 그 위에 그동안 여행 중에 모은 소품이나 화분 등을 올려 아기자기한 느낌까지 더했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취향을 적극 반영한 이연영 씨의 집. 구조 변경 등 대규모 공사는 거치지 않았지만, 취향 하나만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완성한 그의 집은 새로운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진제공 에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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