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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AD

직격탄 맞은한류의 위기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7.01.10 15:07:19

한반도 사드 배치가 확정된 후 중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 금지령’의 파장.
THAAD
한류에 열광하던 중국 방송사들의 눈빛이 싸늘하다. 2016년 7월 우리 정부가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를 확정한 후부터다. 사드는 단거리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와 지역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 주장해왔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사드 배치가 확정되기 전부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전달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자 중국 정부는 이를 중국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사드 여파로 한류 콘텐츠 제작 사업을 접은 전 프로덕션 대표 김유나 씨는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직후 친분 있는 중국 정부의 고위 간부가 한류에 대한 혜택을 더는 기대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때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른쪽 자리를 내주는 등 최고의 예우를 해줬는데 중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크나큰 실수다. 시진핑 주석의 등에 칼을 꽂은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돌이키기 힘들다’는 말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씨의 전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중국의 광전총국은 2016년 8월 초 한국 스타와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담은 비공식 지침을 각 지역의 위성 방송사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가수 황치열은 저장위성TV 예능 프로그램 〈도전자연맹 시즌2〉의 출연 장면이 대부분 삭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강소위성TV 경연 프로그램 〈더 리믹스〉에 멘토로 출연했던 가수 싸이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무대는 모조리 편집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후난위성TV의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3분의 2가량 촬영을 진행했던 유인나도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유인나의 빈자리는 대만 출신의 아이돌 스타 궈쉐푸가 차지했다.  

지난 11월 초 종영한 사전 제작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 사전 심의를 받은 덕분에 중국에서 전파를 탈 수 있었지만, 2017년 1월 방송되는 이영애와 송승헌 주연의 또 다른 사전 제작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2016년 7월 제출한 중국 심의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도 중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 한중 동시 방영이 무산됐다.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나 팬 미팅 행사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배우 김우빈과 수지의 팬 미팅은 기약 없이 연기됐다. 또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배우 김수현, 송중기, 송혜교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중국 기업들도 모델을 현지 스타로 바꿨거나 조만간 교체할 계획이다.



1999년부터 중국을 상대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펼친 이기진 RGB글로벌 대표는 “현재 많은 한류 콘텐츠 제작자들이 처참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여러 규정을 바꿔 한류 콘텐츠에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모든 문화 콘텐츠를 광전총국에서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이 굉장히 강화됐다. 그동안 그런 규정을 편법으로 피해가는 것을 중국 정부 당국도 어느 정도 용인해줬는데 이젠 볼멘소리도 못 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기진 대표를 비롯한 많은 한류 콘텐츠 제작자들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먼저 직격탄을 맞았지만 유통, 건설, 철강 등으로까지 사드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쳐 국익을 챙기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사드 여파로 달라진 것들한층 엄격해진 공연 조건

중국에서 공연을 하려면 공연 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는 공연진 중 절반이 공연 비자가 있으면 나머지는 관광 비자로 중국에 가 공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라도 공연 비자가 없으면 공연을 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전한 공연을 위해 보험, 안전 요원, 구급차, 의료진 등이 배치돼 있어야 한다. 또 공연을 하기 3~4개월 전에 공연 신청을 해서 중국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연 비자 발급 요건은 일반 비자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섹스·마약·도박·병역 문제가 걸려 있거나, 군 미필자인 경우 공연 비자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을 따르면 공연 제작비가 전보다 2배 이상 들어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기존의 제작자들이 중국 공연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유다.

한중 합작 영화도 스크린쿼터에서 밀려나

중국의 메인 스크린은 2만5천 개가 넘는다. 영화가 나오면 이 가운데 4천~5천 개의 스크린에 거는데 2주만 극장에서 상영해도 7백억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사드 여파로 더는 한중 합작 영화를 중국 영화로 쳐주지 않는다. 이전에는 한중 합작 영화를 중국 영화로 분류했다. 또한 한국 배우나 풍경이 30% 이상 들어가면 한국 영화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스크린쿼터제가 있어서 외국 작품 상영에 제한이 많다는 것. 어느 나라의 영화인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한국 영화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나 이란 남미, 인도, 같은 나라보다 밀린다. 여기에 사드 문제까지 겹쳤으니 이를 해결할 묘안은 역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밖에 없어보인다.

한류 드라마 · 예능 방송 채널 제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영화처럼 쿼터제의 영향을 받는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어 국영방송인 CCTV와 함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위성TV의 시청률이 높다. 후난·저장·강소위성TV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위성 방송은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을 방영해 히트를 쳤다. 그런데 사드 여파로 규정이 바뀌어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제작사가 한 방송사에서 1개 작품만 틀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후난위성TV에서 틀면 다른 방송사에서는 그 작품을 방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시 방영돼 잭팟이 터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강력해진 광전총국의 사전 심의 규정에 위배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 또한 한류 스타 출연에 대한 압박이 심해져 17세 이하 연예인이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TV나 인터넷에서 틀 수 없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박경옥




여성동아 2017년 1월 6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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