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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구 영웅된 안정환

빈민 어린이들의 희망

editor 정희순

입력 2016.10.17 17:58:43

“축구로 얻은 삶을 축구로 나누고 싶다”며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준 안정환의 멋진 인생.
진짜 축구 영웅된 안정환
“혀로 해트트릭을 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스포테이너 안정환(40)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선수나 해설가로서가 아니다.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이 개최한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대회장 자격이다. 지난 9월 6~8일 열린 ‘2016 희망월드컵’(이하 ‘희망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축구로 얻은 삶을 축구로 나누고 싶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외모, 실력, 입담, 인성까지 갖춘 멋진 아재의 등장이다.

“이번에 대회장을 맡으면서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 역시 가난 때문에 운동을 어렵게 시작했거든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저는 축구만 알고 축구만 사랑하면서 운동을 했어요. 축구를 하면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축구 덕분에 가정도 이루게 됐죠. 한동안 잊고 살았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감사함이 다시 한 번 떠올랐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희망월드컵’은 네팔이나 말라위, 우간다 등 제3세계 10개국 1백10명의 결연 아동들이 참가한 축구대회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희망월드컵’이라는 이름 아래 그라운드 위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고, 또 그것이 그들의 삶의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아대책이 준비했다.

그는 올해 초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운동이 끝나면 빵과 우유를 나눠주는 것을 보고 부러워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니까 더 배가 고프더라고요.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집에 간 적도 있는데 운명인지 계속 운동을 하게 됐죠”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축구를 했던 과거를 토로하기도 했다. 결연 아동들을 위한 축구대회의 대회장 자리에 선뜻 응한 것도 이 때문.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전원에게 사비를 털어 축구화를 비롯한 운동복 일체를 후원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는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 다른 분들의 도움이 많았더라면 덜 힘들었을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돼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희망월드컵’에 출전한 어린 친구들이 모두 다 축구 선수로서 성장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미래에 꼭 축구를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축구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승부욕이나 목적의식, 담력 같은 정신적인 소양도 함께 길러주는 운동이니까요.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들이 희망과 사랑을 듬뿍 안고 돌아간다면, 미래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는 이번 대회에 대회장으로 참가하며 자신의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났다고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지난 2001년 미스코리아 출신 사업가 이혜원(37)과 결혼해 딸 리원(12)과 리환(8)을 낳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란 그는 줄곧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자신의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결연 아동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그에게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꿈을 키워주는지”를 묻자 그는 “여전히 부족한 아빠”라며 웃었다.

“아이들에게 ‘아끼라’는 말만 많이 하는 아빠예요. 제 자신이 부족함 속에서 자라서인 것 같아요. 여전히 무뚝뚝하고, 많이 배워야 하는 아빠입니다(웃음).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요하진 않아요. 다만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기를 바라죠. 저는 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받은 사랑을 나눌 줄 알고, 희망을 전할 줄 아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꿈과 희망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에요. 저 역시 그랬죠. 하지만 힘든 상황을 견디고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텨낸다면 결국엔 이루어질 거예요. 그런 시간이 분명 올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제공
기아대책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6년 10월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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