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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의 욕망이 키운 청담동 주식 부자

editor 정희순

입력 2016.10.05 15:44:17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이 구속됐다.
그는 자신을 롤 모델로 삼았던 ‘흙수저’들의 꿈을 악용했다.
대박의 욕망이 키운 청담동 주식 부자
고백하자면, 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쯤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여러 증권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주식 투자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당시 타 매체에서 일반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을 릴레이로 인터뷰하는 칼럼을 담당하고 있던 기자는 그가 사는 곳이 “수영장이 딸린 청담동의 럭셔리 펜트하우스”라는 말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소문대로 그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럭셔리했고, 그의 애티튜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근 무인가 투자사 설립 및 운영, 허위 주식 정보 유포, 장외 주식 불법 거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이희진(30) 얘기다.  

‘그가 어떻게 자산을 축적했는지’보다는 ‘그의 윤기나는 삶’을 보여주는 칼럼이었기에 당시에는 인터뷰보다는 그의 공간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1층에 고급 라운지 바가 자리한 건물의 5층. 집 안으로 바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입구에 황금빛 괘종시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체적으로 황금색을 써 화려한 느낌을 자아냈고, 벽면에는 유명 한국 화가의 작품 여러 점도 눈에 띄었다. 옥상정원에는 그가 공들여 공수해왔다는 고가의 소나무도 심어져 있었다.

그가 운영한다는 사업체 ‘미라클홀딩스’의 직원 십수 명은 방 안 곳곳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증시 그래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집보다는 사무실에 가까운 느낌이었달까. 그는 사실 이곳을 사무실이나 투자자 미팅 장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한남동 빌라를 거처로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거실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 앞에서 그는 매일 오후 케이블 TV의 증권 방송을 실시간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흙수저라는 핸디캡을 딛고 자수성가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 간 그는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공사판을 전전하며 꾸준히 주식을 하던 것이 대박이 나 오늘날의 부를 이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자산이 어느 정도에 달했을 때 ‘이만하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는 “1백억”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그는 “‘네이처리퍼블릭’이나 ‘요기요’와 같은 유명 비상장 기업들을 이야기하며, 비상장 주식을 매입했다가 상장 후 매도해 차익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가 구설에 올랐는데 문제될 게 없냐고 반문하자 “기업 상장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촬영을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 은행 지점장이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그를 대표님이라 부르며 직접 집으로 외화를 가져다주겠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연인즉, 시가 30억~40억원대의 고급 수제 차인 ‘부가티 베이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데, 이 후속 모델을 일본에서 들여오기 위해 그가 은행에 미리 환전을 요청했다는 것. VIP 고객인 자신을 위해 지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백억대 자산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의 말에 신빙성이 실리는 대목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붉은색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타고 인근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함께하고 헤어졌다. 그가 설명한 장외 주식 투자는 매우 위태로워보였지만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모든 언론이 그에게 속아 넘어갔다. 장외주 거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그처럼 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그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기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흙수저 출신 사업가의 위험한 사업

대박의 욕망이 키운 청담동 주식 부자

과거 이씨는 자신의 고가 외제차 앞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왼쪽). YTN 방송 화면에 포착된 구속 되기 직전 이씨의 모습.

그랬던 그의 구속 소식은 충격이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의해 밝혀진 청담동 주식 부자의 실체는 참담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차려,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1천6백70억 원 상당의 주식 매매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미리 사둔 주식을 비싸게 팔기위해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전망을 과장해서 이야기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부당이득 약 1백50억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지난 2월에서 8월까지는 원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2백20억 원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친동생인 이희문 씨도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구속된 상황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그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쇼핑몰 모델 반서진도 덩달아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지난 7월 배우 이진욱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으로 잘못 알려져 한 차례 곤혹을 치렀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가 현재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쇼핑몰 ‘반러브’는 이희진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 이씨가 긴급 체포되기 전날 그녀는 자신의 SNS에 ‘다 알겠으니까. 우리 마음을 욕하진 말자. 진짜 하나하나 다 모르잖아. 뼛속까지 보지 못했잖아?’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고는 이후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희진의 구속 수감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SNS를 공개로 전환한 후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만난 것은 아니다. 제가 본 사람은 그냥 많이 잘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며 ‘그 사람을 만난 것으로 욕을 먹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씨는 현재 무인가 투자 매매업을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방송을 통해 허위 주식 정보를 말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과 유사 수신 행위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범죄 수익에 대해 추징 보전을 청구할 방침이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6년 10월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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