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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Bridget!

브리짓 존스 혹은 르네 젤위거와의 수다

editor 정희순

입력 2016.09.27 11:44:08

‘브리짓 존스’가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웃고, 털어내고, 이겨내는 영화 속 브리짓 존스와 꼭 닮은 르네 젤위거와의 만남은 그래서 더 유쾌하다.
Oh, Bridget!
원조 로코 여신이 돌아왔다.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의 여주인공인 할리우드 스타 르네 젤위거(47)의 귀환이다. 오는 9월 28일 개봉을 앞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그녀는 12년 만에 다시 브리짓을 연기했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영국 작가 헬렌 필딩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해 2001년 처음 공개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에서 〈브리짓 존스〉 시리즈가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전까지 예쁜 여배우의 전유물이었던 이 장르는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브리짓’의 탄생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예쁜 외모, 아찔한 몸매를 가지지 않아도 얼마든지 로맨스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전작에서 ‘All by myself’ 곡을 틀어놓고 립싱크를 하던 싱글녀 브리짓 존스는 이번 영화에선 마흔이 훌쩍 넘은 골드미스가 됐다. 결혼과 임신은 남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질 무렵, 브리짓은 매력적인 억만장자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전 남친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삼각관계에 얽히게 된다. 영화는 그녀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두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탱탱한 피부는 사라졌고, 인정받는 PD가 됐지만 사랑 앞에선 여전히 실수와 갈등을 반복한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완벽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사랑스럽다. 영화 속 브리짓의 모습은 그녀와 함께 나이 들어온 우리의 모습과 꼭 닮았다. 이는 ‘브리짓 존스’라는 영화 속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은 배우 르네 젤위거의 저력이기도 하다.


Oh, Bridget!
▼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2004) 이후 12년 만에 브리짓 존스 역을 다시 맡게 됐어요. 감회가 어떤가요.



전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고, 자칫 원작 소설 작가인 헬렌 필딩이 만든 세계를 왜곡시키진 않을까 걱정도 됐죠. 일종의 책임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작 과정 중간 중간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지, 원작에서 그려진 브리짓 존스라는 인물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어요.

▼ 익숙하기도 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브리짓 존스가 변화하고 발전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한편으론 브리짓 존스다운 면들을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제가 내린 결론은, 브리짓 존스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즐겁고, 완벽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사실이에요.

▼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여자의 일생’을 다루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우리는 여성 작가, 여성 감독, 여성 프로듀서로 이루어진 팀인 데다가 영화 내용도 여성이 중심이에요. 전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는지 관객들이 궁금해 한다는 의미니까요.

▼ 첫 번째 시리즈를 연출했던 샤론 맥과이어 감독과의 재회는 어땠나요.

그녀와 함께 있으면 무척 즐거워요. 저와 개그 코드가 잘 맞다보니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샤론 맥과이어 감독과 저만큼 제작 과정을 즐긴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제가 볼 땐, 샤론 맥과이어 감독은 브리짓 존스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브리짓 존스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런 부분에서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브리짓 존스라면 이런 때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 콜린 퍼스 또한 마크 다시로 돌아왔어요.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춘 만큼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브리짓과 마크는 서로의 창피한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이잖아요. 콜린과 저도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민망한 상황, 불편한 상황을  다 겪은 사이예요. 흑역사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었죠(웃음). 콜린 퍼스는 배우로서도 훌륭하고 인간적으로도 따뜻하고 편한 사람이에요. 옛날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함께 촬영하게 되어 매우 즐거웠어요.

▼ 잭 퀀트 역할을 맡은 패트릭 뎀시는 〈브리짓 존스〉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예요. 그가 새롭게 투입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새로운 에너지로 이전에 없던 스타일의 역학 관계를 스토리에 부여한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잭 퀀트는 마크 다시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캐릭터인 데다, 마크 역시 잭 덕분에 무뚝뚝한 면모가 많이 변해요.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던 마크가 브리짓 존스의 눈에 띄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이 참 재밌어요. 그동안 콜린 퍼스가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 철없던 브리짓 존스가 드디어 엄마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을 꼽는다면요.

싱글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린 후 엄마와 갈등하다 돌아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브리짓은 자신의 엄마와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그녀의 정체성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 장면에 그런 점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그래서 저는 브리짓이 부모님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이 참 좋아요. 그리고 브리짓이 잭과 마크 없이 홀로 남아 혼자서도 괜찮을 거라고 다짐하는 장면도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인생의 다음 장으로 한 단계 성숙해가는 부분이니까요. 마음 한편이 저려오는 장면들이죠.

▼ 마지막에 가서야 아이의 진짜 아빠가 누군지가 밝혀져요. 배우들조차도 이야기의 결론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했다던데 정말인가요.

맞아요. 각본에 ‘X는 브리짓 옆에 선다’라고만 쓰여 있을 뿐 X가 누구인지 모른 채 촬영에 들어갔어요. 마크 다시와 잭 퀀트가 서로 번갈아가며 X 역할을 연기했죠. 두 개의 엔딩을 모두 찍어서 배우들도 누가 아이의 아빠인지 알지 못했어요. 영화 시사를 진행할 때까지 누가 진짜 ‘최후의 승자’인지 알 길이 없었죠.

▼ 이제는 누가 브리짓 존스인지, 누가 르네 젤위거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요. 스스로도 브리짓 존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나요.

오, 이런! 그녀가 실패를 자주 한다는 면에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선 그런 것 같아요(웃음). 브리짓은 정말 매력적인 여자예요. 그녀가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든 그렇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일이 벌어지든 웃고, 털어내고, 이겨내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캐릭터죠. ‘브리짓 존스답다’는 말, 이런 의미 아닐까요.

사진 제공 UPI코리아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6년 10월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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