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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가족사

서울시향 사태로 주목받은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6.02.12 16:37:42

박현정 전 대표의 막말 및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아내 구순열 씨가 허위 사실 유포로 입건된 것. 정명훈 전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퇴하고 아내가 있는 파리로 떠난 가운데 그의 가족사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가족사
“잘했어, 서울시향!”
지난해 12월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 〈2015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가 끝난 뒤 정명훈(63) 전 예술감독이 남긴 말이다. 그는 이 무대를 끝으로, 2006년부터 이끌어온 서울시향을 떠났다.
정명훈 전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향을 아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시켰다. 정 전 감독 취임 전 38.9%에 그쳤던 유료 티켓 판매율은 취임 후 90%로 치솟았다. 그러나 영웅의 뒷모습은 씁쓸했다.
그는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 공연과 관련 없는 항공권 대금을 서울시향에 청구하거나 가족이 매니저용 항공권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이 의혹들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성희롱, 성추행 의혹으로 제기된 서울시향 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4년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호소문을 통해 박현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을 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정 감독 역시 박 전 대표의 인권 유린을 지적했으며, 박 전 대표는 그런 정 전 감독의 서울시향 사조직화를 비판했다.
이 사태는 박 전 대표가 서울시향을 떠나면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반전을 맞았다. 단원들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박 전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데 이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남자 단원이 도리어 박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것. 게다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명훈 전 감독의 아내 구순열(67) 씨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구순열 씨는 단원들이 호소문을 발표하기 전, 정 감독의 비서이자 서울시향 직원인 백모 씨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현정 전 대표를 겨냥한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전 감독의 법률 대리인은 “정 감독의 부인이 박 전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게 되자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판단,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구씨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구씨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파리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은 구씨에 대해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린 상태다.



네 살 연상 사돈 누나와의 러브스토리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가족사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정명훈 전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하던 서울시향 이사회는, 구씨에 관한 소식이 알려지자 재계약을 보류했다. 이에 정 전 감독은 사퇴 의사를 밝히고, 지난해 12월 31일 아내가 있는 파리로 떠났다.
사건의 초점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면서, 언론의 관심도 정 전 감독의 아내 구순열 씨에게 쏠렸다. 구씨는 정 전 감독의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의 남편 구삼열 씨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두 집안이 겹사돈을 맺은 것. 구삼열 씨는 유엔(UN) 특별기획본부 본부장, 아리랑TV 사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인물이다.
정 전 감독은 19세 때부터 네 살 연상의 ‘사돈 누나’를 좋아했고, 식구들의 눈을 피해 오랫동안 비밀 연애를 했다고 알려진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하며 받은 상금으로 구씨와 카리브해 비밀 여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겨울이라 여행을 다녀온 후 혹시나 가족들에게 의심을 받을 것을 우려해 여행 내내 햇빛을 피해 다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두 사람의 결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부모에게 허락을 받지 못한 채 1979년 LA에서 결혼식을 강행했는데, 이 자리에는 정 전 감독의 어머니 고 이원숙 여사만 참석했고, 아버지는 끝내 불참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그때도 아내를 사랑했지만 지금도 이상할 정도로 더 로맨틱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주회 끝나고 집에 가서 (아내와) 저녁 먹는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지난 2003년 출간한 책 〈정명훈의 Dinner for 8〉(동아일보사)에서는 “아내 이외의 다른 여성은 절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면서 “아내의 순수한 정신세계를 깊이 사랑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내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만큼 넉넉한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가족사
부부는 진, 선, 민 세 아들을 두었다. 첫째 아들 정진 씨는 건축설계사로, 둘째 아들 정선 씨는 기타리스트이자 ECM 프로듀서로, 막내 정민 씨는 아버지 뒤를 이어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정명훈은 아내뿐 아니라 아들 · 며느리 · 손녀에 대한 사랑 역시 각별하다. 둘째 며느리인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 씨와는 한 무대에 서는가 하면, 2013년에는 손녀를 위해서 피아노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을 사퇴하고 한국을 떠나면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물을 매물로 내놓은 사실도 알려졌다. 매물은 가회동 4층 건물과 한옥 별채로, 그는 지난 2009년 이 건물을 대출금 72억원을 포함, 92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알려진 매도 목표가는 2백억원. 당초 한 언론은 “서울시향 재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 건물을 급매로 내놨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지만, 정 전 감독 측은 지난해 4월 30일자로 명시된 부동산 전문업체 E사와의 매도 컨설팅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이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매각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 정 전 예술감독 혼자 이 정도 규모의 큰 건물을 사용하고 유지하기 어려워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명훈 전 감독은 이 건물을 연습실이나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해왔다. 1층에는 정 감독의 피아노 연습실과 손님 응접실, 2층은 정 전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미라클오브뮤직(MOM)’과 외부업체가 입주해 있다. 3층은 게스트하우스, 4층은 쳄버 오케스트라 연습실이 있다. 한옥은 외국 손님을 초대했을 때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OM은 200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그간 공연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 청소년 음악 교육 및 환경 보존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MOM 재능 기부자 가운데는 서울시향 단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수익금이 전해진 알로이시아 오케스트라는 정 감독의 아들이 지휘자로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확인 결과, 정 전 감독이 내놓은 가회동 건물은 아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높은 매도가로 인해 거래 문의가 많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우리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던 세계적인 음악가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걸 지켜보는 대중의 마음은 편치 않다. 

디자인 · 이수정






여성동아 2016년 2월 6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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