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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나쁜 입

글 · 김성욱 자유기고가 | 사진 · REX

입력 2015.09.15 11:00:00

도널드 트럼프의 입이 미국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그의 거친 입은 주로 이민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돼 있다.
선거판에 뛰어든 부동산 재벌의 막말과 지지자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의 나쁜 입
2016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국민들은 힐러리 클린턴도 젭 부시도 아닌 도널드 트럼프(69)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항마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4%)보다 2배가량 높은 28% 지지율로 공화당 예비후보 경선에서 17명의 후보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 전까지 그저 돈 많은 비호감 재벌이었던 그는 6월 중순 공화당 경선 출마 연설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과 범죄를 불러오고 있다. 그들은 성폭행범들”이라는 폭탄 발언으로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후로도 그는 이민자와 여성들에 대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가 한마디 할 때마다 미국 언론과 SNS는 격렬하게 요동친다.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보수층의 민심이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반짝 인기로 끝날 것 같던 트럼프의 막말 미풍은 이제 미국 대선 전체를 움직이는 돌풍으로 변해버렸다.

WHO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학창 시절 품행이 단정치 못해 중학교를 퇴학당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부동산 투자회사에 취직한다. 이후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부동산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한때 경기 침체 탓에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으나 호텔과 카지노 사업으로 재기했다.



최근 연방정부에 제출한 대선 후보자 재산 내역에 1백억 달러(약 12조원)를 신고했는데, 이 중 10억 달러를 선거운동에 쓸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1992년 영화 ‘나 홀로 집에2’에 직접 출연했으며, 2005부터 방영된 NBC의 ‘연예인 견습생(Celebrity Apprentice)’이라는 TV 리얼리티 쇼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독설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WHAT

워스트 막말


1 멕시코 이민자는 모두 강간범, 마약범이다

6월 16일 공화당 경선 출마 연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출마 선언과 각종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과 마약범으로 규정했다. 또한 정부가 불법 이주민들에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이민 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미국이 다른 나라의 골칫거리를 떠안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했다”거나 “불법 이민자의 아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이런 발언은 히스패닉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NBC가 트럼프와 공동 주최해온 미스 USA 선발 대회와 미스 유니버스 대회 중계를 중단하는 등 사업상 타격도 입었다.

2 그녀의 몸 어딘가 피가 나오고 있을 것

8월 6일 공화당 경선 TV 토론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을 문제 삼은 폭스 뉴스 채널의 앵커 메긴 켈리를 향해 “토론회를 진행하던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blood coming out of her wherever)”이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 십자포화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는 뒤늦게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어디(wherever)’라는 표현은 ‘코’를 뜻하는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오히려 반발만 더 샀다.

3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바보 같다. 여러분도 그와 통화해보시라

7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


트럼프는 민주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해 “전쟁 포로는 영웅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존 매케인 의원과 친분이 깊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그를 두고 “멍청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린지 그레이엄을 “바보(idiot)”라고 몰아세우며 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4 한국은 우리에게 수십억 달러를 벌어가면서 주한 미군을 공짜로 쓴다. 미쳤다!

7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


대통령이 되면 외국에 빼앗기고 있는 일자리 등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긴데, 이는 트럼프의 무지(無知)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지난 1991년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체결하고 미국 측에 방위비를 지급해왔다. 작년 한 해에만 무려 9천2백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5 다이애나 스펜서와 연애를 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도널드 트럼프 자서전


영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인 셀리나 스콧은 고 다이애나 비가 찰스 왕세자와 결별한 뒤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스토킹에 가까운 구애 공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997년 발간된 도널드 트럼프의 자서전 ‘The Art of Comeback’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자서전에는 다이애나 비와 연애를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과 함께 “다이애나는 매력이 넘쳐흘러 그 존재만으로도 방을 환하게 밝히는 진정한 공주였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WHY

왜 트럼프에 열광하나


도널드 트럼프의 나쁜 입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 비결을 두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내 보수 백인들이 갖는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이민 개혁 정책에 대해 공화당 내 주류는 제대로 보수층을 대변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불법 이민을 포함해 소수계 이민자들의 증가로 전체 미국 인구 구조가 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동성 결혼 허용 같은 진보적인 정책들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위축된 보수층에게 트럼프가 막말과 기행으로 대리 만족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트럼프가 향후 대권을 쟁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거판 전체를 놓고 보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선 그의 비정상적인 인기가 꺾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출마 선언에서 자신을 “진짜 부자”라고 말했지만 소수자들에게 더 차갑고 잔인한 그의 입은 스스로 ‘졸부’임을 입증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마음속으로 그를 향해 ‘You’re fired’라고 외치고 있지 않을까.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9월 6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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