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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view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하버드대 입시 관문 뚫은 유범상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05.14 19:11:00

유범상군은 학업성적도 뛰어날 뿐 아니라 마술과 환경운동, 농구 등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여하고 인턴활동·봉사활동 등 다양한 교외 경험을 했기에 하버드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하버드대 입시 관문 뚫은 유범상

“어릴 때부터 목표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영어만점 받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어요”
유범상군(18)이 지난 3월 미국 하버드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지난해 말 수시전형으로 시카고대와 조지타운대 등에 이미 합격한 경험이 있는데다 학교 선생님들이 ‘합격 가능성이 높은 아이’로 점쳐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중순 만난 유군은 “합격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얼떨떨하다. 우수한 친구들이 많은데다 SAT 점수도 최상위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유군의 SAT 점수는 2400점 만점에 2310점. 대부분의 해외명문대 합격생이 SAT에서 만점을 받는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군이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때 누나를 따라 해외대학 탐방을 다녀온 뒤부터 해외명문대 입학을 결심했다”는 유군은 뛰어난 학업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과외활동을 통한 경험과 리더십 등이 입학의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마술과 환경 접목시킨 인턴활동·봉사활동 펼쳐
유군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볼링·아이스하키·농구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친구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한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농구부·신문부·요리부 등 여러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중 유군이 가장 흥미를 느낀 분야는 마술이다. 현재 ‘환경마술가(Eco-Magician)’로 활동하고 있는 유군이 처음 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무렵. 미국 디즈니월드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마술쇼를 보고 마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마술도구를 파는 숍에서 본 작은 쇼였는데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 모습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이후 혼자 마술책과 카드, 마술 DVD를 사서 보고 따라 했어요. 반복해서 기술을 익힌 다음 부족한 부분은 유명 마술가를 찾아가 매달렸죠.”
유군의 카드마술은 수준급이다. 유군은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국제대회에 참석했다.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드 매직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같은 해 서울 매직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이탈리아 베니스 세계마술대회 주니어부에서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군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사회복지시설이나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마술쇼를 선보였다.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하버드대 입시 관문 뚫은 유범상

“유명 마술대회를 찾아 신청하는 것도, 봉사활동할 만한 곳을 알아보는 것도 제 몫이었어요. 봉사활동을 할 땐 내가 좋아하는 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어느 곳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지 먼저 고민해야 해요. 어디서 몇 시간 했는지 기록하는 것보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저는 주로 어린이 암 병동 자원봉사자로 일했는데, 봉사활동을 마친 뒤 30분 정도 쇼를 선보이면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마술처럼 기적이 생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했어요.”
유군이 선보이는 마술은 흥미 위주 쇼가 아니다. 환경마술, 즉 마술 안에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쇼다. 이를테면 지구를 뜻하는 투명한 물이 폐건전지 등으로 인해 검게 변했다가 사랑, 희망, 꿈을 의미하는 색깔모래를 통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지구가 아파요’라는 연극을 통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인 유군은 중국 베이징 BISS 국제학교 유학시절, 스모그 현상으로 사람들이 고통 겪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후 학교 친구들과 이상기온현상·토질오염 등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눈으로 관찰한 것을 기록하면서 그의 관심은 점차 장래희망으로 옮아갔다. 2년 뒤 대원외고로 편입한 그는 어느 날 서울 인사동에서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윤호섭 국민대 교수가 환경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로부터 며칠 뒤 무작정 윤 교수를 찾아가 인턴활동을 요청했다.
“고등학생의 인턴활동을 허락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해외명문대학은 사회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학생들을 선호하죠. 해외대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곳을 빨리 정해야 해요. 주로 과학실·언론사·병원 등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니 학교 게시판이나 인터넷을 통해 미리 체크해두는 게 좋아요.”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하버드대 입시 관문 뚫은 유범상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음식 남기지 않기’ 서명운동과 캠페인, 환경을 접목시킨 마술공연 등 다양한 인턴활동을 한 그는 틈틈이 기록한 글을 바탕으로 지난해 책 ‘한 달간의 지구촌 치료여행’을 펴냈고 전국의 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했다. 또 지구온난화에 대한 글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고 개인홈페이지를 운영, 사람들에게 환경마술을 알렸다.
이렇게 유군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까지는 어머니 이춘희씨(53)의 도움이 컸다. 이씨는 “공부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였지만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수험생인 아들이 공부 외적인 일에 빠지면 말릴 법도 한데, 부모님은 한 번도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한번 해봐’ ‘기특하다’ 같은 말을 많이 하셨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유군은 하버드대에 자기소개서와 함께 자신의 책과 DVD를 제출했고, 에세이에 마술과 환경운동에 빠진 이유와 그간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적었다. 에세이의 주제는 ‘마술이란 없다’. “그동안 해온 모든 활동이 어쩌면 한순간의 속임수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사실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그는 “환경정책 전문가로 성장할 나의 미래와 커리어에 대한 비전도 서술했다”고 말했다.
영어책·영자신문 읽으며 SAT 준비
유군은 외국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년 동안 중국에서 유학한 것도 한자를 좋아하는데다 영어 이외의 제 2외국어를 하나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 귀국 후 대원외고 중국어반에 진학, 중국어를 계속 공부한 유군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영어·중국어 지도를 한 것도 언어 감각을 잃지 않은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하버드대 입시 관문 뚫은 유범상

비록 SAT를 만점 받지 못했지만 유군은 유창한 영어회화 실력을 자랑한다. 유군은 두 누나와 함께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영어 감각을 잃지 않은 건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해 쓰도록 한 어머니 이씨의 교육방침 덕분. 이씨는 디즈니만화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DVD를 보여줬고 영어책을 읽어줬다. 방학을 이용, 영어캠프에 보낸 것도 효과가 있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루 읽을 분량을 정해줬는데, 습관이 되다 보니 차츰 스스로 읽어야 할 분량을 정하게 되더라고요. 시·소설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자기계발서나 세계 유명 기업가들의 자서전, 영자신문을 읽었어요.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전을 찾기도 했지만 주로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묻고 대답하면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유군은 미국 코넬대를 다닌 누나들의 도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법학을 전공한 혜나양(27)은 조지타운대 대학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미나양(24)은 일본에서 유학 중이다.
유군이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본 첫 SAT 성적은 2080점. 이 무렵 유군은 단시간에 SAT 성적을 올리기 위해 족집게 학원에 다니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말마다 학원에 갔는데 한두 번 가면 더 이상 못 가겠더라고요. 점수를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시험 치는 요령만 익히는 것 같았거든요. 이곳저곳 옮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죠. 결국 부모님께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과외를 받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직접 책을 고르고 진도 계획을 세워 공부했어요.”
유군은 “시험을 많이 볼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학생이 세 번째 시험부터 오히려 점수가 낮아진다. 2300점 이상은 만점과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다는 주위 조언에 따라 두 번 더 시험을 치른 후 더 이상 SAT에 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군이 이수한 AP(Advanced Placement·선학점이수제)는 화학, 거시·미시 경제학, 심리학 등 6개 과목. 10과목 이상 이수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몇 가지 과목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선택하지 않은 것도 유군의 전략이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유군의 방에 들어가보았다. 얼마 전까지 수험생이었나 의심될 정도로 유군의 방은 책뿐 아니라 마술도구, 애니메이션 DVD, 지구본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입시준비와 내신관리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단시간에 집중하도록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하버드대 합격전략 첫 번째가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자’는 생활신조예요(웃음). 저는 아침마다 교내 농구장에서 운동을 했어요.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저는 매점에 가거나 학교 뒷산에 올라갔죠. 그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져 다음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노트필기를 따로 하지 않는데도 학습내용은 물론 선생님의 여담까지 기억날 정도였어요.”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며 또 다른 사회경험을 쌓고 있다는 유군은 “구체적인 학업계획은 공부하면서 세우겠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기후온난화 대책을 마련하는 ‘글로벌 그린비즈니스 리더’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유범상군은 뛰어난 학업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끼와 재능을 인정받아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여성동아 2009년 5월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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