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연기활동 재개한 탤런트 강문영

최근 방송활동을 재개해 관심을 모은 탤런트 강문영(38). MBC 사극 ‘신돈’에서 초선 역을 맡은 그는 요즘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용인과 전남 보성 등지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극중 초선은 장사를 해 모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정계와 재계를 뒤흔드는 큰손으로, 신돈(손창민)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97년 방영된 MBC 사극 ‘미망’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 MBC ‘베스트극장’, SBS 오픈드라마 ‘남과여’ 등의 단막극을 통해 간간이 얼굴을 비치기는 했지만 연속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해서인지 처음에는 연기의 감도 잘 안 잡히고 촬영장 분위기도 낯설어서 ‘괜히 일을 시작했나 보다’ 하고 잠깐 후회하기도 했어요(웃음). 더군다나 드라마 중간에 출연하게 되니까 남의 집에 놀러간 것처럼 어색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 마음을 알고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챙겨주는 손창민씨를 비롯해 어린 후배 연기자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그는 “열흘간 계속 밤샘 촬영을 하느라 잠을 못 자서 피곤하고 살도 3kg이나 빠졌다”면서도 “다시 연기를 하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오랜만의 외출이 부담스러웠지만 현대물이 아닌 사극이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대물은 과장되게 연기를 하거나 미숙하면 금세 눈에 띄지만 사극은 그런 점들이 많이 가려진다는 것.
그의 외모에서는 8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곱게 단장하고 어딘지 모르게 홀가분해 보이는 얼굴에서 성숙미가 느껴졌다. 얼굴이 전보다 한결 편안해 보인다고 하자 그는 “나이가 들어서겠죠?”라고 말하며 애교 있게 웃었다.
“지난 8년의 공백을 한순간에 뛰어넘어온 기분이에요. 촬영장에 갈 때마다 ‘내가 벌써 이렇게 선배가 됐나’ 하고 깜짝 놀라죠. 하지만 이제는 도발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다행히 요즘은 주변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인다고들 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화낼 일도 점점 없어지더라고요(웃음).”
“어쩌면 그동안 놀랄 일을 많이 겪어서 단련이 돼 그런지도 모르겠다”며 여유롭게 웃는 강문영. 그는 지난 97년 가수 이승철과의 이혼 후 지난해까지 갖가지 루머와 사건, 사고 등으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혼 후 서로를 깎아내리고 상처 주는 일들이 벌어지는 게 싫었어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스러웠고요. 그래서 일체의 방송활동을 접고 뒤로 숨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매스컴이 저를 밀어낸 거죠. 솔직히 ‘그때 도망가지 않고 숨지 않았으면 지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해요.”

”전 남편 이승철에 대해 좋은 기억만 남아 …그가 잘되길 바래요”
“이혼은 모두 지나간 이야기고 아련한 추억일 뿐”이라고 말한 그는 전 남편 이승철에 대해서도 “20대에 가장 좋았던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이고 지금은 그와의 좋은 기억만 남았다. 이제는 서로 안부인사 정도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지내고 싶고 가수 이승철의 팬으로서 그가 잘되길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사실 그는 지난 2003년에 방송 복귀를 준비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현기증으로 쓰러져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부득이 복귀 시기를 뒤로 미뤘다. 당시 조각난 코뼈를 붙이는 재건수술을 받았는데 항간에는 코 성형수술을 했다고 소문이 나 또 한차례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쉬는 동안 엉뚱한 소문이 참 많았어요. 특히 술집에서 마담으로 일한다는 소문은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올 초에 인터넷을 통해 소문을 유포시킨 두 사람을 잡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가 정식으로 사과를 받고 취하해줬어요. 또 얼마 전에 이혼한 재벌부인이 썼다는 자전소설에 나오는 ‘고양이상의 K양’이 바로 저라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저 아니거든요. 그분이 ‘K양’이 강문영인지 아닌지만이라도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겉보기엔 활달해 보이지만 실제 그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고 낯가림도 심한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어도 연예인 친구들이 거의 없으며 평소 외출을 잘 안 하고 늘 집에만 있어 별명이 ‘집순이’라는 것. 그는 그런 성격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나도 가만히 있다 보니 점점 강도가 심한 소문이 나도는 것 같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지난 2003년 12월 방영된 SBS 오픈드라마 ‘남과여-아름다운 선택’을 통해 잠깐 방송활동을 재개한 적이 있다. 신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매니지먼트 계약도 하고 홍콩 영화계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만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다시 또 1년 넘게 쉬게 됐다는 것.
그에게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지냈다”고 대답한다. 어린나이에 데뷔해 탤런트 강문영으로만 살았기 때문에 쉬는 동안에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 일부러 화장도 안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냥 놀면서 보냈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배웠다거나 부업을 한 적도 없고요. 원래 장사 체질이 아니거든요. 주로 집안에서 뒹굴거리면서 책도 보고, 가끔 뜨개질도 하면서 지냈어요. 제가 손재주가 좀 있어서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유행 지난 옷을 꺼내서 리폼도 하고 요리하는 것도 즐겨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음식을 해주곤 하는데 주로 수프 종류나 달팽이 요리 같은 양식을 잘 만들어요.”
그의 말대로 특별한 부업도 없이 8년간 지내면서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예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으로 지냈어요. 평소에 외출도 잘 안 하고 친구들도 집으로 불러서 만나니까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이혼 후 제가 직접 돈 관리를 하면서 아무래도 씀씀이가 줄었어요. 예전에는 예쁜 옷을 보면 무조건 샀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이제는 예쁘고 튀는 옷을 입으면 ‘어머, 나 너무 연예인스럽지 않아?’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예요.”

”얼굴만 예쁜 배우가 아니라 연기로 감동주는 배우 되고 싶어요”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그는 마음고생을 겪고 잃은 것도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배우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부모님은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고.
그와 어머니는 일년에 4~5번씩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올 만큼 친구 같은 모녀 사이. 하지만 데뷔 때부터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 어머니는 일에 관해서는 냉철하게 모니터를 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에 새아버지인 유명 역술인 백운산씨는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신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사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하신 거예요. 출연 제의를 받고 망설이고 있는 저한테 ‘무조건 해야 된다’고, ‘잘될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면서 용기를 북돋워주셨어요. 얼마 전에는 지방 촬영장까지 직접 오셔서 새벽까지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셨어요.”
유명 역술인 아버지가 그의 컴백에 적극 개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래서 “해마다 신수나 안 좋은 일들은 미리 얘기해주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가족이라서 더 안 봐준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올해 어때요?’ 하고 여쭤보면 그냥 ‘응, 좋아 좋아!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천당도 있고 지옥도 있는 거야’라고만 하시는걸요. 그래서 저도 그동안의 시련을 잘 참고 이겨냈으니까 이제는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그냥 믿으려고요.”
한때 일부 언론에서 그가 새아버지 백운산씨의 소개로 만난 재미변호사와 결혼 말이 오간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결혼 얘기는 신문기사가 너무 앞질러 간 것”이라고 했다.
“그 남자 분이 한국에 나왔을 때 딱 한 번 만나서 식사를 했어요. 그 후 서로 전화통화를 몇 번 하긴 했는데 공통 관심사도 별로 없고 따로 떨어져 있으니까 발전이 안되더라고요. 사람은 서로 부대끼면서 정도 들고 자주 만나야 할 얘기도 많아지는 법인데 그렇지 못하니까 그냥 흐지부지됐죠.”

강문영은 “그동안의 시련을 잘 참고 이겨냈으니 이제는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그냥 믿으려 한다”고 말한다.

그 후 “남자를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는 그는 “어머니가 인연을 찾으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제발 집 밖으로 좀 나가라고 애원한 적도 있다”고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그는 이제 외로움을 즐길 만큼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져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좋은 부모님이 상대에게 닭살스런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흔들린다고.
“두 분이 다정하게 계시면 샘나서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두 분이 저를 자극해서 시집보내려고 일부러 더 그러시는 것 같아요(웃음). 좋아하는 남자스타일요? 무엇보다 착해야 돼요. 눈이 예쁘고 성격은 털털했으면 좋겠어요. 말끔하게 차려입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는 인간미가 없어 보여서 싫어요. 또 키 큰 남자도 싫어요. 이상하게 저는 키가 175cm가 넘으면 싱거워 보이고 거부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결혼은 누군가를 충분히 사귄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볼 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8년의 공백을 딛고 “연기를 다시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는 탤런트 강문영. 무엇보다 신인 연기자도 아닌데 연기를 ‘저것밖에 못하나!’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너무 걱정되고 두려웠다고 한다.
“오랫동안 방송활동을 쉬면 다른 연예인들은 ‘사람들이 날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하다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예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타 강문영이 잊혀지는 건 두렵지 않아요. 그보다 다시 연기활동을 시작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제 연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궁금하고 두렵더라고요.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김희애, 이미숙씨처럼 30~40대의 성숙미를 갖춘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단지 예쁜 배우가 아니라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그는 “그동안의 나쁜 기억은 다 잊고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촬영 내내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믹한 시트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