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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반가운 얼굴

23년 만에 방송 출연한 ‘조승우 아버지’ 조경수

“그간 이혼의 아픔 겪고 암투병의 고통에도 시달렸지만 이제 환하게 제 2의 음악인생 살고 싶습니다”

글·최호열 기자 / 사진ㆍ김성남 기자

입력 2005.10.10 17:56:00

기성세대에게는 ‘70년대 인기가수’로, 젊은 층에게는 ‘조승우 아버지’로 불리는 가수 조경수가 23년 만에 방송에 출연, 화제를 모았다. 인기절정의 시기에 갑작스레 가족을 남겨놓고 미국으로 떠나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가 처음으로 곡절 많은 지난 삶과 아들 조승우와의 관계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3년 만에 방송 출연한 ‘조승우 아버지’ 조경수

영화배우 조승우(왼쪽)와 젊은 시절 조경수의 모습.


가수 조경수(52). 이제는 ‘영화배우 조승우(25)와 뮤지컬 스타 조서연(28)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더 적절하겠지만 그는 70년대 후반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가수였다. 당시 코흘리개 아이들까지 흥얼거렸던 ‘징기스칸’ ‘YMCA’ 등 히트곡을 남긴 그는 82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아 한때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중순 KBS ‘콘서트 7080’을 통해 오랜만에 얼굴을 비쳐 관심을 모았다.
녹화 현장을 찾았을 때 그는 일찍부터 나와 무대에 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은 그가 대장암 3기로 지난 6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였다. 몇 번이고 라이브 반주와 노래를 맞추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의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노래를 해서 그런지 목은 아픈데 ‘YMCA’를 부르니까 젊어지는 것 같네요.”
리허설이 끝난 후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오랜만에 무대에 선 게 즐거운 듯 밝은 표정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는 좀 됐는데 어느 순간 승우가 스타로 떠오르면서 저 스스로 언론에 노출되는 걸 자제해왔어요. 승우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고, 저도 아들의 명성에 기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저를 기억하는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지난해 가을 출연을 결심했는데, 갑자기 암 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출연을 한 거예요.”
그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의사로부터 암이라는 말을 듣기 직전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런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리가 저리고 약간 현기증이 있기는 했지만 술과 담배로 몸이 약해져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죠. 처음엔 당뇨가 아닌가 하고 병원에 갔더니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난생처음 종합검진이란 걸 받았는데 대장암 3기라고 하더군요.”
12월 초,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히 일주일 만에 퇴원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이 끝은 아니었다. 6개월 동안 항암치료가 이어진 것.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음반사업에 실패해 2억원의 빚을 지고 채권자들의 등쌀에 못이겨 미국으로 떠나
23년 만에 방송 출연한 ‘조승우 아버지’ 조경수

그는 지금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앞에서 작은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직접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며 음악에 대한 못다 한 열정을 풀고 있다는 것.
“2001년 한국에 다시 돌아왔는데, 처음엔 일식집을 했어요. 그런데 음악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다 76년 솔로로 데뷔한 그는 79년 당시 KBS와 TBC의 남자 최고가수상을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그때부터 그의 인생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10월27일 열릴 예정이던 그해 가요계의 마지막 행사인 MBC 가수왕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하루 전날인 10월26일 대통령 시해사건이 터지면서 시상식이 12월로 연기되더니 수상자가 다른 가수로 갑작스레 바뀌었다.

23년 만에 방송 출연한 ‘조승우 아버지’ 조경수


“당시 방송 3사 가수상을 모두 수상하면 새해 첫날인 1월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사이틀을 할 수 있었어요. 가수로서는 최고의 영광이죠. 그 꿈이 무산된 거예요.”
홧김에 노래부를 의욕을 잃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게 화근이었다. 음반사업에 뛰어들었다 2억원 가량의 빚을 떠안게 된 것. 채권자들의 등쌀에 견디다 못한 그는 ‘잠깐 피한다’는 생각으로 82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것이 20여년을 미국에서 머물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미국에서도 노래를 했어요. 그런데 미국이란 곳이 넓지만 한국 가수가 노래 부를 곳은 정해져 있어 한 일년 하고 나면 더 이상 설 무대가 없어요. 같은 얼굴이 계속 나오면 식상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수중에 1센트 동전 한 잎 없을 때도 있었죠.”
먹고살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했다. 구둣가게도 하고 세탁소도 해보았지만 경험 없이 뛰어든 터라 손해만 본 채 접어야 했다. 그는 85년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95년 가족과 재결합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나이트클럽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음식점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지 돈만 갖고 시작한 사람은 다 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직접 학원을 다니며 일식 요리를 배웠어요.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도 일본인이 하는 일식집에 취직해 밑바닥부터 배운 후 가게를 차렸죠.”
일식집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그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자식들에 대한 보고픔이었다.
그는 가족과 재결합하기 위해 95년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승우가 중3, 서연이가 고3 때 아이들 사진을 봤는데, 많이 컸더라고요.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승우 엄마 집으로 들어갔어요.”
당시 그에겐 85년 미국에서 만나 재혼한 아내가 있었다. MBC 탤런트 출신인 아내는 하와이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이 이어졌다고 한다. 10년을 살던 아내에게 전 부인에게 돌아가겠다고 한 셈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아무 조건 없이 보내줬다고 한다.
“승우 엄마 집에 들어가 살았어요. 그런데 너무 오랜 세월을 떨어져 있다 보니 합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미국에서 오래 생활해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었고요.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짐을 꾸려 미국의 아내에게 돌아갔죠.”
그는 전처와의 이혼 뒷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가 하와이에 있을 때 한국에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풀기 위해 아는 사람의 아이를 자주 안고 다녔는데, ‘조경수가 하와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 잘못된 소문은 한국에 있는 아내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그 오해가 풀어지지 않아 결국 이혼까지 갔다고 한다.
23년 만에 방송 출연한 ‘조승우 아버지’ 조경수

23년 만에 방송무대에 선 조경수는 변하지 않은 음악열정을 보여주었다.


“전 지금의 아내와 20년 살면서도 아이가 없어요. 처음부터 아이는 낳지 않기로 하고 결혼했어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아내도 제 마음을 이해해주었어요. 그래서 전 승우와 서연이 외에 자식이 없어요.”
그가 아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월경.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이 끝난 후 세 사람이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식사를 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저는 괜찮은데 승우는 그 자리를 서먹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이제 저는 제 길이 있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 길이 있으니까 각자 자기의 길을 잘 가기를 바랄 뿐이죠.”
그를 닮아 조승우와 서연 남매는 뮤지컬계에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자식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바람이 있냐고 묻자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 생각도 있는 거고…” 하더니 “힘들겠죠? 우선 승우랑 저랑은 음색이 안 맞아서…”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끝으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이미 신곡도 받아놓았다며 지금부터 준비해 내년 봄 앨범 출시와 함께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대가 있다면 열심히 출연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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