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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진행자 황현정이 들려준 ‘방송 뒷얘기 & 요즘 생활’

“맑고 순수한 사람들과 떠나는 이 여행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SBS 제공

입력 2005.08.31 10:55:00

희귀질환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사회적 해법을 모색하는 SBS 다큐 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9월4일 방송 1백 회를 맞는다. 소외된 어린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프로그램의 깊이를 더한다는 평을 듣는 진행자 황현정을 만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 뒷얘기와 궁금한 요즘 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진행자 황현정이 들려준 ‘방송 뒷얘기 & 요즘 생활’

황현정(35)과 이야기를 나누며 받은 첫인상은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KBS ‘9시 뉴스’를 6년이나 진행했고, 한때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여성 1위’ ‘20대 남성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성 1위’ 등으로 선정될 만큼 선망과 사랑을 두루 받았던 ‘스타’답지 않게 겸손함이 물씬 풍기는 말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매주 한 번씩 안방극장을 찾아와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의 사연을 전하며 관심을 호소해온 그의 모습이 눈에 익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많은 이들은 황현정에게서 철두철미한 뉴스 앵커나 방송 스타의 이미지보다는 마음 따뜻한 우리 이웃의 모습을 본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덕분이다.

“매주 고통받는 아이들과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여행에 참여하게 돼 행복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진행자 황현정이 들려준 ‘방송 뒷얘기 & 요즘 생활’

‘…아름다운 여행’은 희귀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소개하는 휴먼 다큐 프로그램. 지난 2003년 5월 첫 방송을 내보낸 뒤 매주 한 명씩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할 위기에 있는 이들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여느 이웃돕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이 일회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솔루션 위원회’라는 자체 기구를 만들어 돕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이웃돕기 프로그램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희귀질환연맹 대표이자 유전학 전문가인 김현주 아주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변호사, 사회복지사, 의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솔루션 위원회’의 특징은 매주 모임을 열고 출연자에게 좀 더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한다는 점. 이 과정에서 희귀병 어린이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신 상담과 이웃 사이의 협력을 위한 방법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된다. 이들이 만들어낸 지도를 들고 희귀병 환자들과 함께 ‘더 이상 소외된 이웃이 방치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 아름다운 여행’의 내용이다.
“2003년 처음 프로그램 진행을 제안받았을 때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대해 잘 몰랐어요. 당시 제게 들어오는 제안이 대부분 오락물이었기 때문에, 그보다는 좋은 뜻이 담긴 교양물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이제는 5년이고, 10년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존재하는 한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게 됐거든요.”
그는 정말 ‘… 아름다운 여행’과 깊은 사랑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는 “우리 제작진들은 강원도 계곡에 흐르는 물처럼 맑고 순수한 사람들이다. 한주 한주 방송을 진행할 때마다, 그들이 한 명의 어린이와, 또 그의 손을 잡아주려는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진한 애정을 털어 놓았다.
사실 ‘… 아름다운 여행’은 진행자를 여간 괴롭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통의 경우 진행자는 프로그램이 완성된 뒤 스튜디오 녹화에만 참여하지만, 그는 ‘… 아름다운 여행’을 진행하기 위해 현장 촬영에 동행하고, 촬영 마무리 뒤 내레이션 녹음을 맡으며, 매주 솔루션 회의까지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일주일에 3~4일, 때로는 꼬박 7일을 다 쏟아부어야 할 정도의 강행군이라고 한다.
“솔직히 힘들기는 해요. 아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야 하고, 그들의 스케줄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제 모든 것을 바치며 일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여건에 처한 이들의 사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다 보니 지금은 ‘방송인’이라기보다는 ‘복지사’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진행자 황현정이 들려준 ‘방송 뒷얘기 & 요즘 생활’

부부가 함께 사회 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신혼처럼 살아가는 황현정·이재웅 부부.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은 ‘… 아름다운 여행’ 촬영 과정에서 만난 많은 어린이들. 황현정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아이는 2003년 2회 방송에서 소개됐던 뮤코다당증 환자 현경이(당시 13세)다. 몸에 당 분해효소가 없어 뇌와 눈, 귀, 장기 등에 뮤코다당이라는 물질이 쌓이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현경이는 간과 비장이 배꼽 밖으로 불거져나와 배가 크게 부풀어 있고, 눈과 귀로 쉴 새 없이 진물이 흘러나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심한 고통에 빠지면 누구나 좌절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현경이는 달랐어요. 그 힘든 몸으로 ‘저는 제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곤 했죠. 그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저는 현경이를 정말 존경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치료약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며 서울로 올라오다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그 아이가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과 만나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던 모습들, 친구들과 사귀고, 가족들과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현경이가 제게 주었던 목걸이와 장갑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 아이의 미소와 목소리를 기억하려고 노력하고요.”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 기울이는 남편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황현정이 ‘이웃돕기’에 앞장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이전에도 KBS ‘사랑의 리퀘스트’, SBS ‘희귀질환 1%, 99%가 함께 합니다’ 등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고, 소외 어린이·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의 홍보대사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과 결혼할 당시 축의금 전액을 ‘아이들과 미래’에 기탁하는 등 수차례 후원금을 기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가 확실한 신념이 있어서 이쪽 일을 많이 맡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힘이 제게 일을 주셨고, 그 과정에서 우리 이웃에 대한 애정이 많이 자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를 이리로 이끌어준 힘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어요. 남편을 만난 것도 저를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요. 남편은 인터넷 관련 일을 하면서 저소득 청소년이나 지방 청소년들의 정보화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거든요. 저는 그동안 어려운 사람을 보며 마음 아파할 줄만 알았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면서 활동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죠.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CF를 찍고 나서 남편이 수익금 일부를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기부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어요.”
사실 황현정의 결혼은 촉망받는 벤처기업인과 최고의 스타 자리에 있는 여성 방송인의 결합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어느새 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는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존경을 표현했다. 그는 현재 남편의 직장을 따라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상태.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서울과 지방을 두루 다니느라 늘 바쁘지만, 매일 밤 ‘9시 뉴스’를 진행하며 긴장 속에서 살던 때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진행자 황현정이 들려준 ‘방송 뒷얘기 & 요즘 생활’

“예전처럼 매일 방송에 나오지 않으니까 뭘 하며 지내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남편하고 같이 밥 먹고 노는 시간이 정말 좋거든요. 제주도에 있을 때는 컴퓨터를 거의 켜지 않을 만큼 세상과 떨어져 지내요. 요새는 건강 관리를 위해 요가를 시작했고요.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아직 출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그는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더 자주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어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진행하면서 ARS 성금이 올라가는 걸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우리 시청자들이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어느새 그렇게 1백 회가 지나갔네요. 세상을 숨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시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언제까지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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