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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성공 스토리

'시골 소년이 세계적 과학자로 인정받기까지'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7.14 10:26:00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6월 초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조찬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을 공개했다. 황 교수가 직접 들려준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기까지 기울였던 노력 & 연구 뒷이야기.
황우석 교수 성공 스토리

최근과학 전문 학술지 ‘사이언스’에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에 대한 논문을 발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53)는 요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로 꼽힌다. 황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라 난치병 정복, 인간 복제 등 과학계의 현안이 좌우될 수 있어 각국 언론이 그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 지난 6월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도 85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5월 논문 발표 이후 황 교수가 서울대, 고려대 등을 방문해 열었던 공개 강연과 관훈클럽 토론회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연구 결과 발표 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똑같다. 미국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귀국한 뒤 우리 국민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해 방송뉴스에 나가 다시 한 번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 후 바로 실험실로 갔다. 비워놓았던 일주일 동안 진행된 연구상황을 점검하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은 평소와 같이 오전 6시부터 배양세포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틀에 박힌 생활의 반복이라 불편할 일은 없다. 다만 그날 이후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일일이 다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건달’이 될 것 같아 외부 강연을 일체 사양하고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외 인터뷰도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다.”

줄기세포란 무엇인가
“후생동물의 조직 분화과정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세포로, 체내에서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세포를 가리킨다. 우리 몸은 2백16가지 조직과 장기의 결합품인데, 대부분은 ‘생리적 재생’이라는 복원력이 작동하고 있어 일정 부분 고장나도 자동적으로 원래의 기능을 되찾는다. 문제는 뇌세포나 척수 신경, 췌장, 심장 근육 같은 특수 부위는 한번 망가지면 생체 내에서 결코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을 가리켜 ‘난치병’이라고 부른다. 만약 과학기술로 이렇게 재생되지 않는 부위의 세포를 시험관에서 만들어 인체에 이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세포가 사람 몸 안에서 다시 정상 작동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 이것이 줄기세포 연구의 시작이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돼 만들어진 배아는 착상되기 전 여러 단계의 분할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내부 세포’가 생기는데 그 덩어리를 끌어내 특수 배양하면 배아가 분열하지 않고 어떤 특수한 세포로 변한다. 여기에 분열을 촉진시키는 성분을 넣으면 세포들이 신경세포나 근육세포 골수세포 등으로 임의적으로 분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세포를 만들어 동물에 넣으면, 원래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 망가진 기능을 복구한다. 난치병 환자의 줄기세포 배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 성공 스토리

줄기세포 연구가 실용화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다.
“지난 98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의 제임슨 톰슨 박사가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그러므로 톰슨 박사의 연구가 출발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팀의 연구 결과는 잘못 말할 경우 전 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 내 연구를 제외하고 연구 단계를 마라톤 코스에 비유해 설명하면, 실용분화세포를 만들면 25km 지점, 치료과정 표준화를 이루면 30km 지점, 재연성과 메커니즘 정비에 성공하면 결승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 팀이 성공한 줄기세포 배양은 초반 20km 지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대개 연극은 4막이라고 한다. 3막 정도 끝나면 전체적인 의미를 알고, 4막이 끝나면 아낌없는 갈채를 보낼 준비를 한다. 우리의 연구는 이제 1막을 막 마쳤다. 내년 후반기쯤 2막이 시작될 것이며 그때 국민들이 중간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본다.”

연구 과정에서 위기 상황이 있었다면.
“지난해 4월 미국 피츠버그 의대의 제럴드 섀튼 교수가 ‘사이언스’에 원숭이 난자를 인간 세포로 이식하는 데 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의 논문은 영장류의 경우 세포를 복제하려 해도 3단계 분열(2세포기→4세포기→8세포기)을 거치면 중심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제럴드 섀튼은 생명공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그의 한마디는 곧 법이 될 정도다. 그래서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과학자들은 ‘신이 인간 복제를 막기 위해 장벽을 만들어두었다’는 ‘신성설’을 내세우며 줄기 세포 복제는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황우석 교수 성공 스토리

나는 이 논문을 보는 순간 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리 연구팀은 이미 그해 2월 30개의 인간 배아를 완벽하게 복제했고, 거기서 기적적으로 줄기세포를 하나 만들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과학적 검증과정을 맡겨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와 정반대의 결과가 세계 최고의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것이다. 제럴드 섀튼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부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연구는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에 묻혀버릴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 실험에 대한 정보를 들은 섀튼 교수에게 우리 연구실의 실험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그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해 최소한의 인원만 알고 있는 극비 실험이었지만, 나는 실험의 전 과정을 그에게 공개했다.
참관을 마친 섀튼 교수는 “이제 섀튼의 시대는 끝났다. 내일은 ‘우석의 해’가 떠오를 것”이라며 기꺼이 우리의 연구 성과를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우리의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커버 논문으로 결정됐다. 나는 그분의 과학자로서의 자세에 지금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연구실 정전 사고로 배아가 거의 다 죽어버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참담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연구 과정의 에피소드는 없나.
“정전사고가 났던 건 2003년의 일이다.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덩어리를 1백 덩어리 이상 복제해 조금 마음을 놓았는데, 예기치 않은 정전사고가 일어나 줄기세포가 단 두 개만 남고 전부 죽어버린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남은 두 개가 건강하게 자라줘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지난해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의 일이다. 당시 우리가 발표한 논문은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해외 연구자들은 과연 이 연구가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나타냈다. 2백42개의 난자로 실험했는데 단 1개만 줄기세포로 배양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 2차 시험에 들어갔고 마침내 단 17개의 난자만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너무 가슴이 벅차 몸이 떨릴 만큼 기뻤다.”
일부 법학자와 윤리학자들이 배아 연구는 생명체를 조작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줄기세포 연구가 비윤리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구상에서 최소한 1세기 이내에 복제인간을 만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대답이다. 모든 과학기술은 양면성이 있다. 특히 생명공학 연구의 경우 양면성이 없다면 학문적 가치가 없다. 종교계의 지적과 사회 각계의 의견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기본적으로 윤리적 바탕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지침으로 삼겠다.”
정치권에서는 황 교수 지원 프로젝트를 가동해 노벨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과학자로서 본인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보나.
황우석 교수 성공 스토리

줄기세포 연구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


“노벨상은 나의 목표가 아니다. 만약 내가 역사에 한 줄이라도 남게 된다면 ‘참과학도였다’고 기록되면 좋겠다. 나는 이미 과학자로서 큰 보람을 얻었다. 길을 걷다가 내 손을 잡고 감동 어린 눈물을 흘리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격려다. 첫번째 줄기세포를 만든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 과학적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을 때 대통령 내외가 실험실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이 방문은 과기부 장관과 서울대 총장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는데, 대통령이 연구 성과를 듣더니 “내가 대통령이 돼서 이렇게 가슴 뻐근하게 기쁜 날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당신과 당신 연구팀에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하더라. 내가 대통령께 “이것은 장거리 경주이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성공 여부도 알 수 없다. 아무리 빨리 한다고 해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어떤 결과도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하자 “만약 20~30년 후에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10위권 안에 당당히 들어가는 국가가 되어, 내가 이미 오래전 과학을 알고 지원을 시작한 첫 대통령으로 기억된다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렇다.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은 지금 열악한 상황을 이기고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노벨상은 그분들이 타야 한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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