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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박종섭 교수가 상세히 일러준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법 & 치료법

“성경험 있는 여성이면 아무 증상 없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진받아야 예방할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3.31 12:01:00

한국 여성의 경우 생식기에서 발생하는 암의 80% 이상이 자궁경부암이라고 한다. 생명 유지와 직결되지 않고, 주변에 중요한 장기도 없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쉽게 완치될 수 있으나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자궁경부암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생명과학자로 명성이 높은 가톨릭의대 박종섭 교수를 만나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법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들어봤다.
가톨릭의대 박종섭 교수가 상세히 일러준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법 & 치료법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52)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부인 암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임상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자로서의 명성도 함께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하루 80~1백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외래 진료가 없는 날은 10여 건의 부인과 수술을 집도하는 그는 틈틈이 연구 활동에도 매진한다.
그 결과 2001년, 자궁경부암에서 면역회피 기전(바이러스의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는 작용)으로 암이 발생하는 과정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최초 규명해 서울시 의사회에서 주는 유한의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3년엔 그가 쓴 논문 ‘여성암 전이와 관련된 유전체 변화의 기능적 평가’가 우수연구 성과 30선에 선정돼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가톨릭의대 및 8개 병원의 교수 업적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해 최우수 교원상을 받았다. 현재도 그는 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21C 유전체 기능 프런티어 연구 사업’ 등에 참여하며 자궁경부암을 비롯, 한국인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암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박종섭 교수는 일본 동북제국대학에서 결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의 아들도 현재 의대에 재학 중이니 3대가 의사인 그야말로 ‘의사 집안’이다.
“병원과 살림집이 같이 있어서 늘 보는 게 병원 풍경이었어요. 결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나 병원 앞에는 언제나 결핵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죠. 집에서 결핵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도 봤어요. 크면 당연히 의사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고, 그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미국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큰형과 함께 대를 이어 의사가 된 박 교수는 “돈 버는 게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도와주는 게 의사”라던 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깊게 새겨져 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환자들에게 야단을 많이 치셨어요. 결핵환자들에게 무절제한 생활은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환자들을 보면 호통을 치셨죠. 심지어 영화관이나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담배 끊으라’고 잔소리를 하셨어요(웃음).”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및 산부인과 전공의를 거친 박 교수는 86년 전임강사로 출발해 지금까지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를 지키고 있다. 그는 힘은 들지만 생명을 다루고, 다른 분야와 달리 수술 후유증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의사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현대적인 개념의 ‘명의’는 진단과 치료를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새로운 가설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병원에 배치된 뒤에도 틈틈이 분자생물학 중 암 유전자 분야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러던 중 암 유전자 실험을 하고 싶어 생화학교실을 기웃거린 끝에 아내가 주택마련 자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실험에 필요한 기구와 재료를 구입, 일주일에 2~3회씩 2년간 꼬박 암 유전자를 연구했다. 89년엔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로 유학을 떠나 2년간 미생물학과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Human Papilloma Virus)에 대한 연구를 하고 돌아왔다. 박 교수는 현재 자궁경부암 예방백신과 자궁암 치료백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박종섭 교수가 상세히 일러준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법 & 치료법

“자궁암은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경우 생식기에서 발생하는 암의 80% 이상이 자궁경부암이고 자궁내막암은 드문 편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자궁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자궁경부암을 가리키지요.”
박 교수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명, 총 5천 명 정도가 자궁암에 걸리고, 약 1천3백 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경부암은 한국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여성 암 중 1위(22%)를 차지했지만 2002년 발표에서는 4위(10%)로 낮아졌다.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근래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조기 발견해 치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사춘기나 출산 후에는 자궁경부의 안쪽에 위치한 긴 원주 세포들이 납작한 편평 세포로 변형되는데, 이때 성교 등에 의해 HPV 등의 발암 물질에 노출되면 세포가 변형돼 암세포로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보고된 HPV는 1백여 종에 달한다. 대부분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제16형과 18형 같은 고위험도의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의 자가 조절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성교 등에 의해 HPV에 감염되면 그중 일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돼 자궁경부의 점막 내에 있으면서 자궁경부 상피이형증과 0기암으로 알려진 상피내암으로 발전한다. 자궁경부 상피는 자궁의 표피를 말하는 것으로 HPV에 감염된 후 자궁경부 상피이형증으로 진행되기까지는 1~9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보통 1년 반 정도 걸린다.
박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거나 상피이형증 초기일 때는 대개 증상이 없고, 육안으로도 표시가 나지 않아 환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상피이형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상피내암일 경우에는 질 분비물에서 이상이 나타나거나 성관계 후 출혈이 있는 경우가 많고,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면 이런 증상들이 더욱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따라서 질 분비물이 투명하지 않고, 냄새가 나거나 피가 섞여 있는 경우, 월경과 무관한 출혈, 폐경기 이후의 출혈, 성관계 후 출혈이 있을 때는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진행되기 10~20년 전에 미리 발견해 위험을 완전 차단시킬 수 있어요. 미리 발견하면 아주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놓쳐 사망하거나 암으로 고생하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죠. 그러니 성인 여성은 매년 자궁암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자궁경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포진 검사’다. 일반 산부인과에서 하는 자궁암 검사가 바로 이것으로 브러시를 이용해 세포를 문질러서 슬라이드 위에 도말한 후 염색해 현미경으로 비정상적인 세포가 있는지 확인한다. 방법이 간단한 반면 정확도가 80%에 불과해 간혹 암인데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3차 의료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밀 진단법으로 자궁경부에 약물을 투여한 후 사진을 통해 진단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검사’와 자궁경부를 6∼40배 확대해 관찰하고 의심 부위를 떼어내 조직 검사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확대경 검사’가 있다.
HPV 가진 남자와의 단 한 차례 성관계만으로도 자궁경부암 걸릴 수 있어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이 되는 HPV를 발견하는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검사’라는 분자생물학적 방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 검사는 세포진 검사와 질 확대경 검사를 보완하는 진단법으로 증상이 없는 HPV 감염 상태나 초기 상피이형증의 경우 병이 진행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궁경부암의 치료법은 병소의 진행과 환자의 건강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가톨릭의대 박종섭 교수가 상세히 일러준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법 & 치료법

자궁경부암 수술중인 박종섭 교수. 그는 “자궁암은 주변에 중요한 장기가 없는데다 치료법이 발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HPV에 감염된 상태나 병소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의 초기에는 수개월간 관찰하면서 저절로 없어지는지, 상피내암으로 진행되는지 관찰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자궁경부의 점막에 국한된 자궁경부 상피이형증과 0기암으로 알려진 상피내암은 아직 암은 아니어서 그 부분만 절제하면 완치가 되죠. 이때는 고주파 열선 치료법으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박 교수는 “1기나 2기 초일 경우와 젊은 여성일 경우에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고, 2기 말 이상 진행되거나 노인인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에게 수술을 권하는 것은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 난소가 파괴되거나 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 반면 노인의 경우에는 자궁 혈관이 약해서 오히려 수술 시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박 교수는 “수술과 방사선 요법은 자궁경부암 치료의 기본적인 방법이며 이때 항암제를 병행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궁암은 위, 간, 폐 등과 달리 생명과 직결된 곳이 아니고, 주변에 중요한 장기가 없는데다 치료 방법도 발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라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치료하면 완치되거나 오랫동안 별 문제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경우에서도 절대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여성에게만 관계된 문제가 아니기에 남녀 모두의 건전한 성생활과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거나 성생활을 일찍 시작한 경우, 과거에 성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성관계를 맺는 대상이 여러 명인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의 문란한 성생활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은 48세이고, 그 전 단계인 상피내암은 30대 말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 성경험 시기가 점차 빨라지면서 발병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박 교수는 “HPV를 가진 남자와의 단 한 차례 성관계만으로도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다”며 성생활이 난잡하지 않더라도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면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자궁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부학적으로 아직 미성숙 단계인 20세 미만 여성은 되도록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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