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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의 자상한 꽃미남에서 ‘신입사원’의 백수로 변신한 에릭

■ 글·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3.30 16:10:00

지난해 MBC 드라마 ‘불새’에서 순정파 재벌 2세를 연기했던 에릭이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으로 8개월여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신입사원’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이제 ‘가수 에릭’이 아닌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진한 연기 열정을 보였다.
‘불새’의 자상한 꽃미남에서 ‘신입사원’의 백수로 변신한 에릭

“안녕하세요?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강호’ 역을 맡은 문정혁입니다.”
지난 3월10일 서울 반포에 있는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제작 발표회. 댄스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에릭(26)은 조금 낯선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도 포기했기에 영어 이름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가수 에릭과 차별화되는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3월23일 첫 방영된 드라마 ‘신입사원’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겪는 일과 사랑을 소재로 청년 실업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 에릭은 이 드라마에서 공부 빼고 뭐든 잘하는 백수 건달 강호 역을 맡았다. 고교 졸업 후 당구장과 만화방을 전전하다가 한 대기업 신입사원 모집에 응시, 전산 오류로 수석 입사해 좌충우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트레이닝 복과 부스스한 머리가 강호의 트레이드마크. 지난해 ‘불새리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큰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불새’의 꽃미남 재벌 2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불새’의 서정민과 ‘신입사원’의 강호는 환경은 많이 다르지만 무게 잡는 건 비슷해요(웃음). 강호는 무게 잡고 시작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곧 망가지는 인물이라는 점만 다르죠. 저는 강호가 더 편해요. 서정민은 머리부터 의상, 신발까지 모두 완벽하게 꾸미고 촬영에 들어가야 했거든요. 이번에는 정반대예요. 뒹굴거리던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촬영해도 되니까 놀면서 촬영하는 것 같아요.”
그는 평소 시간이 나도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기 좋아하고, 신화 멤버들과 장난치기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며 강호 역할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대본과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지만 ‘과연 변신이 가능할까’ 하는 마음에 부담도 적잖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선배와 합숙하며 밥을 먹거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서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작가들이 참고했다는 중국 배우 주성치의 영화를 챙겨보고 ‘열혈강호’ 등의 만화책도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한희 PD는 “아무래도 가수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의 연기를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깜짝 놀란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강호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혼 앞둔 한가인의 행복한 모습 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 들어
그는 2003년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에서 비교적 비중 있는 조역인 반항아 신상식을 맡아 처음으로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불새’에서 고 이은주가 연기한 이혼녀 지은에게 극진한 사랑을 쏟는 재벌 2세 서정민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지금 내 마음이 타고 있는데…” 같은 대사는 한때 유행어가 됐을 정도. 그는 지금도 그 대사가 신화 멤버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98년 댄스곡 ‘해결사’로 데뷔한 그룹 신화는 지난해 7집 음반을 발표해 ‘서울 가요 대상’을 수상하고,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성공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해요. 가수보다 연기자로서 더 잘해낼 거라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오히려 모자라는 부분이 연습을 통해 나아져 인정받는다면 그게 더 매력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요. 앞으로도 ‘에릭’과 ‘문정혁’ 두 개의 이름을 같이 쓰면서 활동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저도 헛갈릴 것 같아요(웃음).”

‘불새’의 자상한 꽃미남에서 ‘신입사원’의 백수로 변신한 에릭

가수로서의 활동을 잠시 접고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그는 몸무게가 6kg 정도 늘었다고 한다. 워낙 한 달 새 10kg이 왔다 갔다 하는 체질이긴 하지만 한동안 운동을 소홀히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지금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틈틈이 운동하면서 체력을 관리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상대역을 맡은 한가인의 결혼에 대해 부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가인 외에도 최근 결혼한 가수 조PD, 지난 1월 딸을 낳은 탤런트 이세창 등 주변 연예인들의 예를 들며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나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밝힌 것.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없지만 군대에 다녀와 서른한 살 때쯤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휴대전화, 통신사, 피자, 의류 등 5~6개의 광고에 출연 중인 그는 4월1일 개봉하는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그는 러시아 총기 밀매 조직 보스의 동생이자 냉정한 킬러 ‘태구’로 등장한다. 무표정한 얼굴에 대사 한마디 없지만 짧은 시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역할로, 김지운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당시부터 에릭을 떠올리고 그의 이미지에 맞춰 태구를 만들어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릭은 “시나리오를 받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다. 첫 영화 출연인데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이 적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역이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드라마와 CF를 통해 보여주었던 모습에 만족하지만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면서 한번쯤 제대로 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에릭. 하지만 아직 ‘연기 변신’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인 연기자가 변신 운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해서 나만의 무엇을 만들어가는 것이 연기의 매력 아닌가요? 이번 드라마는 아주 재미있고 제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저한테 발전이 있고, 드라마도 잘될 거라고 믿어요. 생각보다 적응도 빨리 되었고요. 대박 예감이요? 한 80~90% 정도?(웃음)”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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