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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김병주·권혁빈·이동채 한국의 새로운 부자들

김명희 기자

2023. 06. 02

한국의 부자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 유명 재벌을 제치고 최고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01.‘포브스’ 발표 한국 1위 부자,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우리나라 최고 부자’ 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매년 4월 ‘한국의 50대 자산가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이 리스트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최고 부자는 김병주(60) MBK파트너스 회장이다. ‘포브스’가 추산한 김 회장의 자산은 97억 달러(약 13조 원)로, 2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80억 달러(10조7000억 원)를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포브스’는 “지난해 자산이 증가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김병주 회장은 신규 투자 등으로 지난해보다 재산이 20억 달러 늘어 증가율과 금액 모두에서 가장 큰 상승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자산은 260억 달러(약 34조8000억 원) 규모이며, 지난해 투자 회수 금액이 무려 54억 달러(7조1500억 원)에 이른다.

이재용 회장이 재벌의 대명사라면, 김병주 회장은 자수성가 슈퍼리치의 아이콘이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체리힐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사립인 하버포드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문학청년이던 그는 1986년 우연한 계기로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회사의 후원으로 하버드대학교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 한국 대표 등을 역임하며 IMF 금융위기 당시 외평채 발행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05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알짜 회사를 사들여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코웨이, ING생명,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롯데카드, 대성산업가스 등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M&A 업계의 미다스 손이라고도 불린다. 동북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회사인 MBK파트너스는 특히 몇 년 전부터 중국 내수산업에 눈을 돌려 교육 기업, 렌터카 업체 등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김 회장이 재벌가와 아예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이기 때문. 미국 유학 시절,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하던 박 회장의 넷째 딸 박경아 씨를 만나 결혼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아들 2명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와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김 회장은 부인 박경아 씨와 함께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기부했다. 기부금은 미술관 모던 윙을 갤러리로 리노베이션하는 데 사용되며 갤러리에는 김 회장 부부의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한편 김 회장은 2020년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소설 ‘Offerings(제물)’를 펴내고 작가로도 데뷔했다. 현재 이 소설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02. 세기의 재산분할로 주목받는 한국 4위 부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권혁빈(49)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책임자(CVO)는 자산 51억 달러(약 6조8000억 원)로, 한국 4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을 출시한 게임 회사다. 권혁빈 CVO는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5771억 원에 영업이익 6430억 원을 기록했다.



권혁빈 CVO는 전주 상산고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학창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능했던 그는 졸업 후 대기업 입사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1999년 포씨소프트를 설립하고 온라인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오래가지 못해 문을 닫고 다시 창업한 곳이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다. 이 회사에서 처음 내놓은 1인칭 슈팅 게임(First Person Shooter)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회사의 성공을 견인했다. 지금도 스마일게이트 수익의 상당 부분이 ‘크로스파이어’에서 나오고 있다.

권 CVO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세기의 재산분할’이라 불리는 이혼소송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인 이 모 씨가 권 CVO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서강대 동문으로, 이 씨는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공동 창업주로서 지분 30%를 출자했다. 2002년 7월부터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05년 복귀해 3월부터 12월까지 이사로 재직했다. 이 씨는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의 절반을 분할해달라고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성장과 가치 형성에 공동 기여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또한 이씨는 권 CVO를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판결을 받았다.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끝날 때까지 배우자인 권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는데, 이 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반면 권 CVO 측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03. 회계사 출신 총수에서 법정 구속까지,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올해 1분기 주식투자 성공 여부를 가른 건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 3형제’를 담았느냐였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12월 29일 종가 10만3000원에서 올해 4월 14일 82만 원을 찍어 4개월 만에 6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은 242%,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00%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에 따라 이동채(64)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자산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4월 1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이동채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3조8587억 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우리나라 7위 주식 부자다.

이동채 회장은 은행원, 공인회계사를 거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구상고 졸업 후 한국주택은행에 취업한 그는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면서 주경야독했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제법 잘나가던 회계사였던 그가 모피 사업에 손을 댔다가 IMF로 쓴맛을 본 후 1998년 창업한 회사가 바로 에코프로(당시 코리아제오륨)다. 이 회장은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 채택 기사를 보고 기후 환경 분야 기술이 대세가 될 것을 직감해 에코프로를 설립했다. 자본금 1억 원, 33㎡ 규모의 사무실에서 직원 1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다. 처음엔 대기오염 방지용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던 에코프로는 2004년 정부가 주도한 ‘초고용량 리튬이차전지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06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양극재 기술과 설비 등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고용량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상용화에 성공해 양극재 분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이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에코프로의 성장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21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매출 5조 원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는 현재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유럽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에코프로CNG를 설립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인 김애희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자녀 모두 계열사에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지난 5월 11일 2심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승승장구하던 에코프로 그룹 주식들도 이 회장 구속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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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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