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꺼먹살이’ 등에 업고 귀환, 그 친구 잘될 줄 알았죠”

3년 만에 돌아온 남주혁

김명희 기자

2026. 08. 26

20대 후반에 뒤늦게 군 복무를 마치고 넷플릭스 ‘동궁’의 주인공으로 30대의 문을 연 남주혁을 만났다.

팬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얘기가 “빨리 보고 싶다”는 말이라는 배우 남주혁이 드라마 ‘비질란테’ 이후 3년 만에 넷플릭스 ‘동궁’으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났다. 그사이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소년 같은 청량한 이미지 대신 한층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구천(남주혁)과 옹주 신분인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부름을 받아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오컬트 궁중 미스터리물이다. 공개 직후 한국을 비롯해 태국 등 6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 69개국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송지오옴므 패션쇼를 통해 모델로 데뷔한 남주혁은 2014년 tvN 드라마 ‘잉여공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후아유-학교 2015’ ‘역도요정 김복주’ ‘치즈인더트랩’ ‘보건교사 안은영’ ‘스타트업’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을 통해 청춘의 성장과 사랑,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팬덤까지 확보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도 2000만 명에 달한다.

이번 작품에서 남주혁이 맡은 인물 구천은 그동안 그가 쌓아온 감정 연기와 액션 경험을 모두 녹여낸 캐릭터다. 큰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액션은 퇴마 장면의 긴장감을 더하고, 생강과 신뢰를 쌓으며 동궁의 비밀에 다가가는 과정에서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청량한 로맨스 이미지에서 출발한 그의 필모그래피는 사극과 액션, 판타지, 스릴러를 거쳐 이번 ‘동궁’을 통해 오컬트와 궁중 미스터리까지 확장되며 장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익숙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오컬트와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든 남주혁. 군 복무를 마친 뒤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돌아온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직접 들어봤다.

극중 귀매 캐릭터로 큰 인기를 모은 꺼먹살이는 굿즈로까지 제작됐다. 

극중 귀매 캐릭터로 큰 인기를 모은 꺼먹살이는 굿즈로까지 제작됐다. 

상상력 발휘할 수 있었던 즐거운 현장 

전역 후 첫 복귀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무더운 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스태프, 배우분들과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돼서 우선 속이 후련합니다. 작품을 공개할 때 느껴지는 설렘과 떨림은 매번 똑같은 것 같아요.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특별히 더 떨렸다기보다는, 작품마다 찾아오는 긴장감을 어떻게 좋은 에너지로 바꿔서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공개 직후 글로벌 1위에 올랐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글로벌 1위라는 소식을 듣고는 ‘어, 정말?’ 하면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다들 더 즐겨도 된다고 해주시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지네요. 

복귀작으로 ‘동궁’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20대 때는 주로 로맨스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판타지와 액션이 넘치는 이번 작품이 제겐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귀의 세계’라는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글로만 읽어도 이미지가 정말 화려하게 그려져서 ‘과연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까?’ 궁금함이 컸습니다. 궁이라는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천이라는 인물이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벌어질 일들도 흥미로웠고요.

상상에 의존해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평소에 이것저것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게임도 즐겨 하다 보니까 영화처럼 판타지 세계관이 펼쳐지는 연출에 익숙한 편이었죠. 덕분에 귀의 세계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었어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CG를 상상하며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제 상상력의 한계를 깨보는 과정이라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CG에만 의존하지 않고, 세트나 미술을 80~90% 이상 완벽하게 구현해주셔서 저희 배우들도 훨씬 자연스럽게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액션과 수중 촬영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 대본으로 볼 땐 ‘이 정도면 다 할 수 있겠는데?’ 싶었어요. 매회 액션이 들어 있었는데, 처음 1~2회 촬영할 때까진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 이렇게 지쳐가는 모습마저 구천이라는 캐릭터와 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천 역시 귀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점차 피폐해지는 인물이니까 제 실제 체력 저하가 ‘캐릭터의 서사를 살리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수중 촬영의 경우도, 예전에 수영선수 역할을 해본 적이 있지만 이번엔 물속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어요. 찌는 듯이 더운 날에도 들어가고 추운 날에도 들어가다 보니, 나중엔 여기가 물속인지 땅 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죠. 그냥 물과 하나가 됐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생강 역의 노윤서와는 전우애에 가까운 감정이었고, 선배인 조승우와는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한다. 

생강 역의 노윤서와는 전우애에 가까운 감정이었고, 선배인 조승우와는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한다. 

걱정 내려놓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 

촬영하면서 체중도 많이 줄었다고요.

전역하고 2~3개월 뒤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때 체중이 85kg 정도 나갔어요. 군대에 있을 때 밥을 잘 챙겨 먹다 보니 살이 좀 붙은 상태였죠. 그런데 촬영을 다 마칠 때쯤 보니까 78kg까지 빠져 있더라고요. 딱 입대 전 활동할 때 몸무게로 돌아온 셈이에요. 사실 처음엔 약간 살집이 있는 모습도 구천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대본 중에 노스님이 “절밥만 먹지 말고 가서 일해라” 하는 대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 구천이 절밥을 잘 먹어서 통통해졌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겠다 싶었죠. 촬영이 진행되면서 캐릭터의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군 생활이 배우로서, 또 인간 남주혁으로서 큰 전환점이 됐을 것 같은데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군대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예전부터 “10년 뒤 내 모습이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20대에도 늘 그런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군대에 가니 지나온 10년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꿈꿨던 것들을 충분히 이뤘나?’ 스스로 물어봤을 때 엄청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그래, 잘 걸어왔다’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앞으로의 10년을 다시 그려보는데, ‘이젠 10년이라는 긴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의 10년이 생각보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요. 그래서 앞으론 ‘5년 단위로 차근차근 목표를 세워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은 그 5년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이고요. 배우로서는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작품 전체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고, 개인적으론 워낙 생각이 많은 편이라 걱정을 좀 내려놓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조승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좋은 기운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선배님과 합을 맞추는 장면이 10신도 채 안 됐다는 점이에요. ‘같은 작품을 하면서 존경하는 선배님과 더 많은 장면을 함께 만들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죠. 그래서 촬영 끝나고 선배님께 “다음엔 더 긴 호흡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에서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짧았지만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라고 편지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이번에 정말 고생 많았고, 힘든 티 안 내고 잘 마쳐줘서 고맙다. 다음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자”라고 장문의 다정한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그게 큰 힘이 됐습니다.

노윤서 배우와의 감정선은 멜로로 해석해야 할까요.

사실 촬영할 때는 ‘전우애’가 99%였어요(웃음). 현장에서 정말 동지처럼 촬영했거든요. 다만 시청자들이 완성된 작품을 보실 땐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전우애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하고 자유롭게 상상하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귀의 세계에 등장하는 귀신 연기자분들과도 다 전우애가 생겼어요. 카메라 밖의 촬영 현장은 화면처럼 완벽하지 않거든요. 크로마 슈트를 입은 스태프와 배우분들이 “어떻게든 근사한 장면을 만들어내자”며 한마음으로 뭉쳤죠. 그 과정을 함께 견디면서 자연스럽게 동료애가 깊어졌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동궁’의 퇴마사 구천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컴백한 남주혁. 

넷플릭스 오리지널 ‘동궁’의 퇴마사 구천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컴백한 남주혁. 

“학폭 이슈, 사실 관계 바로잡아가는 과정” 

‘동궁’ 속 꼬마 귀신 캐릭터 ‘꺼먹살이’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친구가 잘될 줄 알고 있었습니다(웃음). 꺼먹살이와 함께 나오는 부분은 상상력을 더해서 완성한 장면이라 더 애착이 가요. 촬영장에 모형이 있긴 했지만 슛이 들어가면 치워야 했거든요. 그래서 촬영 직전까지 모형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위치와 움직임을 머릿속에 입력해뒀죠. 예를 들어 꺼먹살이가 뱀한테 잡아먹힐 뻔한 장면도 실제 뱀이 있는 게 아니라 초록색 소품만 덩그러니 있는 상태였어요. 제 움직임에 따라 꺼먹살이의 반응이 결정되다 보니, 감독님과 끊임없이 상의하면서 동선을 구상했죠.  

극 중 세자로 출연한 곽동연 배우가 8월 말 입대하는데, 군 생활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사실 군대는 어떤 특별한 팁이 있다기보다는 직접 겪어보면서 적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동연 배우도 워낙 잘하는 친구라 알아서 잘 적응할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군대는 변수가 많은 곳이다 보니, 다른 것보다 어디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입대 전 학교 폭력 이슈가 불거졌는데, 이에 대한 심경은요.

현재 법적으로 사실 관계가 명확히 정리돼가는 중입니다. 약식명령 조치(제보자에게 허위 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700만 원)가 내려졌다고 해서 그걸 굳이 대중에게 드러내거나 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고 묵묵히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30대에 접어들었는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나요.

큰 틀에서는 이전과 비슷해요. 오히려 생각을 너무 깊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매번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갇히기보다는,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담담하게 최선을 다하면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하려 해요. 그렇게 한 걸음씩 차근차근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시청자들께서도 청춘물을 연기했던 배우가 이제는 액션도 하고 구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남주혁 #노윤서 #동궁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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