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와 A사장의 첫 만남은 200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자신과 절친한 친구 B씨가 재벌 그룹 후계자이자 해당 그룹 계열사 사장인 A씨와 깊은 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씨와 함께 두 사람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B씨의 오피스텔에 몰래 들어가 천장에 특수 카메라를 설치한 이들은 A사장이 나체로 B씨의 오피스텔을 돌아다니는 동영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바로 협박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씨는 2년 뒤인 2010년 10월부터 A사장과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 몇 차례의 성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2012년 8월에는 A사장에게 전세 자금 명목으로 1천만~2천만원을 빌려달라는 부탁도 했다. 하지만 A사장이 이 부탁을 거절하자 김씨는 결국 동영상으로 A사장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사장, 승소한다 해도 이미지 실추 불가피
실제 범행에 착수한 건 2014년 6월. 이때부터 김씨는 A사장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7월 4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날 객실에 A사장이 먼저 와 있다는 걸 확인한 김씨는 오씨가 A사장과 단둘이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먼저 자리를 떠났고 오씨의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 그날 오씨는 A사장에게 “김씨와 10년 이상 교제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데, 당신과 김씨가 불륜을 저질러 사실혼 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했다.
또 A사장의 나체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여준 뒤, 그 사진 외에 A사장과 김씨 친구인 B씨의 성관계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도 가지고 있음을 A사장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오씨는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A사장의 아버지인 그룹 전 회장 또는 A사장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30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코너에 몰린 A사장은 20일 후 김씨 명의의 계좌로 2천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한 달 뒤 같은 계좌로 1천만원을, 또 한 달 뒤에는 오씨 명의의 계좌로 1천만원을 송금해 총 4천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씨와 오씨는 지속적으로 나머지 금액을 요구하며 협박을 이어갔고 이에 A사장은 지난해 12월 이들을 검찰에 고소, 두 사람은 체포됐다. 김씨와 오씨 모두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초 김씨가 A사장을 자신과 동일한 명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맞고소한 것. A씨와 합의로 성관계를 갖던 중 A씨가 자신의 양손을 묶고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찍었고 수 차례에 걸쳐 A사장에게 동영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만약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종전의 사건과는 별개로 A사장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씨가 맞고소한 것에 대해 A씨 측 변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본 사건에 있어 A사장이 범죄에 해당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들의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제2의 이병헌 협박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병헌이 1심 재판에서 이겼음에도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로 A사장 역시 향후 경영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그룹 전체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 구도에 이번 사건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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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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