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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수능 D-5개월, 현실 직시하고 정신 차릴 때” 유튜브 ‘입시왕’ 펜타킬 최승해 소장 인터뷰

이경은 기자

2023. 06. 02

고등학교 3학년은 6월 모의고사 이후 몸이 2개라도 부족하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수시 원서 준비하랴, 정시 공부하랴 오락가락하는 시기지만 정신 줄을 꼭 붙잡아야 한다.

“여름방학을 앞둔 고3 교실은 바퀴벌레 지나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너무 조용했어.” “6월을 기점으로 머리를 밀고 학교 오는 학생이 많았다니까!” 기성세대의 ‘라떼 고3’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여름방학이 끝난 요즘 고등학교 3학년 교실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켜놓고 군무를 따라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단잠에 빠진 학급도 있다. “수험생 교실이 맞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 기성세대는 상상도 못 한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와 수험생 자녀 간의 갈등이 날로 커질 법도 하다.

유튜브 ‘입시왕’에서 맹활약 중인 펜타킬 최승해 소장에게 현역 수험생들은 6월 모의고사를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지 물었다. 남은 5개월간 뭘 해야 할지도 주요 관심사. 최승해 소장은 ‘입시왕’ 채널을 비롯한 여러 입시 유튜브에서 입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입시 전문가다. 2014년 팟캐스트를 통해 입시 방송을 시작했다.

6모 성적으로 수능 성적 가늠



6월 모의고사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다. 테스트를 바탕으로 수험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수능의 난이도와 문제 유형 등을 조정한다. 최승해 소장은 “평가원은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통해 수능 출제 방향을 예측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길 바라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말한다.

6월 모의고사(이하 6모)가 ‘수능 통지서’가 됐다고요.

6모는 이제 원서 지원 라인을 따질 때만 유용한 성적이 됐죠. 현 입시 체제에서는 6모 이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대학 입시가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5학기 내신이 반영되는 수시 중심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고3에게 6월은 이미 기말고사만 한 번 남은 상황이에요. 기말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합산 내신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고요. 물론 6월 이후에 열심히 해서 역전하는 학생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었어요.



6모부터 모의고사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현역 수험생도 많다는데요.

맞아요. 응시 집단의 변화가 결정적 이유죠. 6모부터는 N수생들이 유입됩니다. N수생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늘었고, 현역(고3)보다 수능 성적이 좋은 이들도 많아졌어요. 또 6모를 잘 보려면 꾸준히 수능을 대비했어야 하죠. 하지만 3학년 1학기 내신과 수능 범위가 달라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게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학부모도 걱정이 커지고요. 3월, 6월, 9월, 11월(수능) 순으로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기도 하죠. 6모 결과로 인해 정시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수험생도 있고요. 학부모도 현실적인 부분을 보기 시작해요.

현실적이라면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는 데만 집중하는 것일까요.

보통 수시 합격을 꿈꾸니 포기해야 할 수능 과목을 고민하죠. 보통 제일 못하는 걸 결정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지만 잘 따져봐야 해요.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기 위해 응시 과목을 바꿀지, 만약 정시를 노린다면 교차지원을 고려할 것인지도 정해야죠.

이전보다 수시 원서 쓸 대학을 정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6모 성적으로 예상 수능 성적을 가늠해 그 이상으로 수시 지원을 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문제는 매해 정시 합격 커트라인이 심하게 흔들린다는 거죠. 커트라인이 유지됐을 땐 2년, 3년 전 입시 결과만 비교해보면 되지만 지금은 매년 달라지는 추세거든요.

왜 그런가요.

기본적으로 정시 선발 인원이 늘어났어요. 변동성이 커진 거죠. 그러면 전체적인 합격 커트라인이 내려가는 게 맞지 않나 싶지만, 문제는 요즘 고3에겐 정시 경쟁력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현역 입시는 수시 중심으로 흘러가니까요. “N수생만 꿀 빤다” “이 등급에 이 대학을?” 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예요. 수학 5등급을 맞고도 정시로 지방 거점 국립대에 합격해요. 문과·이과 교차지원도 이유가 되고요. 과도기에서 비롯한 이변이 심각합니다.

입시 중심 된 ‘학종’… 내신 중요성 커져

수험생 고민 상담은 최 소장이 자주 하는 콘텐츠다.

수험생 고민 상담은 최 소장이 자주 하는 콘텐츠다.

최승해 소장은 최근 대입 트렌드의 제1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꼽는다. 내신 성적을 50% 이상 정량 평가로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 면접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시스템. 2015년 본격적으로 입시 판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도입 초반만 해도 정시전형이 대세였다. 그는 “현재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합격을 노리는 학생이 전국 일반고 학생의 70% 정도로 점쳐진다”고 덧붙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수시 원서를 쓸 때 자기소개서란이 폐지됐어요.

더 이상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학생부종합전형이 주목받으면서 자기소개서 대필도 덩달아 전성기를 맞았어요. 첨삭 비용으로 최소 수백만 원에서 심지어 수천만 원을 쓰는 게 큰 문제가 됐습니다. 첨삭 업체가 “내신성적이 안 좋아도 자기소개서만 잘 쓰면 역전이 된다”고 광고를 뿌리니 더 혼란스러워졌죠. 교육부가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과 합의해 자소서를 없애기로 한 겁니다. 만약 대학에서 자소서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폐지되지 않았을 거예요. 2~3년 전부터 자소서를 없애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추세고요.

아이 성적이 안 좋은데 자소서가 없어져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어요.

“일단 기말고사 공부를 열심히 시키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부 업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의 이야기를 녹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기로 보입니다. 대학은 학생의 성적을 보고 뽑는 거잖아요.

학생부종합전형도 내신성적이 중요해진다고요.

이미 그렇게 됐어요. 학생부종합전형 자체가 내신성적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습니다. 2017학년도까지만 해도 3등급 학생이 인서울 상위 10개 대학을 해당 전형으로 지원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 3등급 학생이 그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다들 말립니다. 그만큼 내신성적 자체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죠. 대학이 공개한 입시 결과만 봐도 내신성적이 상위권일수록 합격률이 높아요. 합격은 비교과순이 아니라 성적순입니다.

6모 이후 수시 원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뭔가요.

원하는 곳이 있으면 쓰세요. 가끔 로또가 되기도 하잖아요. 요즘엔 그걸 ‘우주 상향’이라고 해요. 어디까지 높게 쓰느냐는 기세의 문제예요.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수준까지 낮게 쓸지 결정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고3 수험생 상담이 힘들어요. 모의고사 성적이 받쳐주는 경우는 수시 지원 하한선을 설정할 때 어려움을 덜 겪어요. 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이렇게까지 수시 지원 대학을 낮춰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낮춰야한다는 표현은 틀렸어요. 본인의 성적에 맞춰 적절하게 쓰는 겁니다. 지원할 땐 울어도 합격자 발표할 때 웃는 게 낫지 않을까요.

대표 고민입니다. 인서울 비인기 학과와 지방대 취업 잘되는 학과 중 하나를 고른다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진로가 분명한 수험생은 학과에 맞춰 지방으로 가는 것을 추천해요. 최근 지방대는 학교별로 진로 특성화가 잘돼 있어 웬만하면 취업과 연계되거든요. 하지만 진로에 대한 생각이 불분명한 아이에게 “취업이 잘되니까 이 대학을 가!”라고 종용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진로가 뚜렷하면 그 특성에 맞는 지방대를, 그렇지 않다면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해요.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인생을 경험한 뒤 미래를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수시 컨설팅의 계절이 왔습니다.

“컨설팅 3~4번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죠. 잘못된 겁니다. 컨설팅 시장 자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에요. 수시 컨설팅에서 의미 있는 혹은 기가 막힌 해결책을 얻는 건 어려워요. 수시 컨설팅 장사가 잘되던 2015~2017년만 해도 대학이 입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당시엔 입시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달라요. 대입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학교별 수시 진학 노하우도 충분히 알려졌죠. 각 학교마다 쌓인 진학 정보가 10년 이상은 되고요. 이는 공식 정보를 활용하는 공교육 컨설팅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조심해야 할 건 전문성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상담이고요.


빠르게 현실 깨닫고 수능 집중해야

최 소장은 2014년 팟캐스트로 방송을 시작했다.

최 소장은 2014년 팟캐스트로 방송을 시작했다.

수시 중심의 입시 구조가 이어지다 보니 6모 이후 고3 교실 분위기는 자연스레 풀어진다. 수시 전형에 필요한 10차례의 중간·기말고사가 끝났을뿐더러, 수능 범위와 다른 학교 교과과정 진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수능 준비에 몰두하기 어려운 것. 최승해 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수능 체제에 돌입해 유의미한 수능 성적을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6모를 분기점으로 고3 수험생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면요.

6모 성적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는 겁니다. 6월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능 최저 등급을 못 맞추면 수능에서도 맞추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컨디션이 안 좋았다” “수능은 다르다”는 이유로 현실을 부정하는 수험생도 있죠. 오죽하면 상담할 때마다 “가정하에 물어보지 마세요”라는 말을 할까요. 6월 이후 경쟁자들은 힘이 빠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자각하고 공부에 집중하면 정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요. N수생도 끝까지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수시 원서를 쓴 후 공부가 손에 안 잡힌다는 수험생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해요. 저도 가끔 로또를 사고 괜히 될 것 같은 날이 있거든요. ‘우주 상향’을 쓴 수험생도 “어차피 떨어질 생각으로 썼다”고 말하지만 대학에 원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어렵겠지만 머릿속에서 최대한 빨리 수시 원서 6장을 지워야 해요. 다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요. 수능 전에 수시 결과가 나온다면 부모님만 이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어요. 수능 전 멘털 관리는 성적과 직결되니까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뭘까요.

‘학습 유지력’입니다. 끝까지 공부 습관을 유지하는 거예요. 요즘엔 이게 잘 안 돼요.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는 역량이 안 되니 힘이 빠지고, 성적이 좋으면 “수시로 갈 건데” 하면서 힘을 빼죠. 수능 공부를 할 동력 자체를 잃어버린 거예요. 대학별 고사 준비, 원서 작성 등에서 멘털을 관리해야 끝까지 공부 습관을 유지할 수 있어요.

풀어진 교실 분위기에서 공부하기 어렵다는 현역 수험생도 있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하는 독한 학생이 있긴 해요. 하지만 본인이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면 학교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게 좋아요. 학교 끝나면 야간자율학습 대신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를 가는 식으로요. 어떤 학생은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기도 해요. 물론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진 않지만요. 그만큼 수시 중심 입시 구조에 놓인 6월 이후의 일반고는 공부하기 좋지 않은 분위기라는 거예요.

지금 이 시기에 수험생과 학부모 간 갈등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수험생이 1시간씩 샤워하고, 핸드폰만 쳐다보면 화가 나죠. 중요한 건 이미 아이가 거의 성인이라는 걸 인식하는 거예요. 이를 제재하려면 일상을 감시하고 휴대폰도 뺏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문제죠. 그래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는 게 맞아요. 아이를 믿지 못하는 것과 학습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분명 다르니까요. 어차피 그 시기면 아이도 은근히 도움을 바랄 겁니다. 그땐 “너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꾸중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 보세요. 힘들면 전문가나 학교 선생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알아서 잘하는 아이의 부모라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일 텐데요.

자기 주도적인 아이에게 이것저것 더 하라며 첨언하는 학부모가 있어요.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죠.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면 그대로 맡겨주세요. 입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가 손댄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각자의 사정에 맞게 지혜롭게 갈등을 다루시길 바랍니다.

#6월모의고사 #여름방학 #대입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입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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