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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k-pop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2022 K-팝여지도

정병근 더팩트 기자

2022. 12. 06

2020년대의 세 번째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가요계엔 많은 일이 있었다. 우울했던 팬데믹이 차츰 걷히며 변화는 더욱 극적이었다. 공연이 재개되기 시작했고, K-팝은 더욱 몸집을 키웠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가요계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BTS 본격 솔로 활동 러시

6월 BTS는 그룹 활동 잠정 휴지기를 발표하고 개별 활동을 선언했다.

6월 BTS는 그룹 활동 잠정 휴지기를 발표하고 개별 활동을 선언했다.

“내일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 해는 유독 다사다난했다. BTS가 글로벌 슈퍼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수년 전부터 이들의 군복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하면서 BTS 활동을 지속하느냐, 동반 입대로 완전체 공백을 최소화하느냐 등의 추측이 나왔다. 이후 기존의 병역특례법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며 그들의 입대 여부는 정치권의 관심사로 확대됐다. 올해는 맏형인 멤버 진이 30세가 되면서 입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세간은 더욱 들썩였다. 결국 이들은 지난 6월 그룹 활동 잠정 휴지기를 발표하고 개별 활동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6월 BTS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연대기적 베스트 앨범 ‘Proof’를 발매하면서 잠시 이별을 고했다. BTS는 지난 9년간 그룹 활동에 집중해왔다. 그룹의 성장과 함께 BTS에 속한 멤버들도 각각 개성과 자아가 있는 아티스트로 커왔다. 멤버 중 일부는 그간 믹스테이프를 간간이 발표하며 이 같은 음악적 갈증을 해소해왔고, 본격적으로 판이 깔린 6월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솔로 활동에 돛을 올렸다.

제이홉은 7월 앨범 ‘Jack in The Box’를 발표했다.

제이홉은 7월 앨범 ‘Jack in The Box’를 발표했다.

솔로 첫 주자는 이미 여러 장의 믹스테이프를 발매하며 음악적 역량을 보여준 제이홉이었다. 7월 15일 10곡을 수록한 ‘Jack In The Box’를 발표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앨범에 실어 넣었다. 세계적 아티스트 KAWS(카우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앨범은 음악의 시각화를 보여준 제이홉만의 독창적인 결과물이다. 해당 앨범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음반), ‘핫 100’(음원)에 각각 17위와 96위로 진입하며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진은 10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곡 ‘The Astronaut’를 발표했다.

진은 10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곡 ‘The Astronaut’를 발표했다.

다음 주자는 군입대를 앞둔 맏형 진이다. 그는 10월 28일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청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The Astronaut’을 발표했다. 진과 콜드플레이라는 세기의 만남이 성사된 것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 곡은 빌보드 ‘핫 100’ 51위 진입 외에도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와 지역의 스트리밍 및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각각 10위, 6위에 랭크됐다. 세 번째 주자는 RM으로 낙점됐다. 그간 그룹 활동으로 쌓아 올린 음악성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좋은 솔로 활동 성적으로 이어졌다.

2. 150만 동원 글로벌 투어 나선 블랙핑크

블랙핑크는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오세아니아 등에서 월드 투어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블랙핑크는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오세아니아 등에서 월드 투어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또 다른 월드 와이드 그룹 블랙핑크도 지난 9월 16일 2년 만에 정규 2집 ‘BORN PINK’를 내놓았다. 국내 음원 차트 정상 석권은 물론, ‘BORN PINK’는 선주문으로만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차트 정상을 찍었다. 여성 아시아 아티스트로서 양대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건 블랙핑크가 최초다. 이는 걸 그룹 중에서도 2001년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1년 만의 기록이다.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를 동시에 기록했다. 이는 인기 팝 스타 중에서도 저스틴 비버와 테일러 스위프트만이 해냈던 일이고, 국내에서는 BTS가 이 기록을 유일하게 보유했었다.



이와 함께 월드 투어를 시작한 블랙핑크는 지난 10월 15일과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양일간 2만 명의 관객과 함께했고, 4년 만의 대면 콘서트에 팬들도 화색했다. 특히 이번 월드 투어는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각국에서 내년까지 이어지는데, 동원 예상 관객이 무려 150만 명이다. K-팝 걸 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블랙핑크는 월드 투어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티켓값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최소 2025억 원(티켓 단가 13만5000원 가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월드 투어 자체가 그룹에 대한 가장 큰 홍보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3. 다시 찾아온 음반 호황기, 200만 장도 너끈

임영웅은 앨범 ‘IM HERO’로 솔로 가수 최초로 초동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임영웅은 앨범 ‘IM HERO’로 솔로 가수 최초로 초동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올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밀리언 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연간 음반 판매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꾸준히 상승 추세다. 2019년 약 2500만 장에서 2020년 약 4200만 장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5500만여 장에 달했다. 음반 판매량 급증을 두고 K-팝의 글로벌 인기와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이 사라진 반사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연이 다시 활성화되면 음반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공연이 재개된 올해 판매량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스트레이키즈 ‘MAXIENT’ 앨범 커버.

스트레이키즈 ‘MAXIENT’ 앨범 커버.

초동(발매 후 일주일) 기준으로만 봐도 NCT DREAM(‘Glitch Mode’) 201만 장, 스트레이키즈(‘MAXIDENT’)·세븐틴(‘Face the Sun’)·BTS(‘Proof’) 등의 보이 그룹이 200만 장 넘는 앨범을 판매했다. 걸 그룹 블랙핑크(‘BORN PINK’), 에스파(‘Girls’)도 밀리언 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솔로 가수 최초로 초동 밀리언 셀러가 된 임영웅(‘IM HERO’)도 빼놓을 수 없다.

 NCT DREAM ‘Glitch Mode’ 앨범 커버.

NCT DREAM ‘Glitch Mode’ 앨범 커버.

국내 음반 시장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를 활황기로 본다. 이 당시에도 한 해에 100만 장을 넘기는 앨범은 2~3장에 불과했다. 내수에 의존했던 음반 시장이 이제 전 세계로 확장됐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최근 다수의 밀리언 셀러 탄생은 놀라운 일이다. K-팝의 글로벌 인기를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4. (여자)아이들-아이브-르세라핌-뉴진스 4세대 걸 그룹 활약

4세대 걸 그룹 뉴진스

4세대 걸 그룹 뉴진스

걸 그룹 세대 교체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18년에 데뷔한 (여자)아이들을 필두로 있지,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Z세대 멤버로 이뤄진 이른바 4세대 걸 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은 대중의 관심을 보여주는 음원 차트에서 초강세를 보이며 상위권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4세대 걸 그룹 아이브

4세대 걸 그룹 아이브

보이 그룹에 비해 걸 그룹은 늘 음원 차트에서 우위를 보이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큰 힘을 발휘한 건 분명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방송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한국 미디어를 강타한 키워드는 ‘여성 서사’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티빙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가 여성형 서사로 큰 사랑을 받았다.

4세대 걸 그룹 에스파

4세대 걸 그룹 에스파

과거 걸 그룹 콘셉트가 청순·섹시·걸 크러시 등 몇 가지 키워드에만 한정되는 시대가 있었다. 4세대 걸 그룹은 자기애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좀 더 입체적인 팀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체적인 ‘워너비형’ 걸 그룹들은 문화 주 소비층인 여성들의 입맛을 잘 맞추며 활발한 음원 소비를 이끌어냈다. 사실상 걸 그룹이 장악한 지금의 음원 차트는 이러한 변화가 대중에게 설득력이 있음을 방증한다.

5. 사그라든 리메이크 붐, 샘플링 시대로 전환

레드벨벳 ‘Feel My Rhythm’ 앨범 커버.

레드벨벳 ‘Feel My Rhythm’ 앨범 커버.

지난해 가요계는 리메이크가 붐이었다. 드라마 OST 등 다양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때를 풍미했던 노래들이 소환되고, 소비됐다. 하지만 모든 대중문화가 그렇듯 유행은 빠르게 바뀐다. 대중의 관심이 점차 사그라들자 리메이크의 자리를 새로운 트렌드가 메웠다. 기존 곡의 일부 음원을 잘라내 새롭게 가공하는 샘플링이다.

샘플링 흐름을 주도한 것은 단연 걸 그룹이다. 레드벨벳이 3월 발매한 ‘Feel My Rhythm’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8월 아이브가 발매한 ’After LIKE‘는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발표한 ‘I Will Survive’(1978)를 샘플링했다. 바통을 받은 것은 블랙핑크와 (여자)아이들. ’BORN PINK’의 타이틀곡 ‘Shut Down’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La Campanella’의 시작 부분을, (여자)아이들이 지난 10월 17일 발표한 ‘Nxde’는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의 일부분에서 멜로디를 빌려왔다.


레드벨벳(왼쪽)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여자)아이들은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의 일부분을 샘플링한 곡을 발표했다.

레드벨벳(왼쪽)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여자)아이들은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의 일부분을 샘플링한 곡을 발표했다.

언급한 곡들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음원 차트에서 1위까지 찍은 것이 다수다. 샘플링 곡은 귀에 익은 선율을 전달해 익숙함을 주면서도 새로운 멜로디를 입혀 신선한 자극까지 함께 줄 수 있다. 리메이크곡의 진부함과 창작곡의 리스크를 배제할 수 있는 꽤 영리한 선택인 셈이다. 특히나 샘플링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아내 새 창작물 수준으로 완성된 곡이 많다. 과거에도 샘플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활용법은 더욱 발전적이다. 샘플링 시대를 맞이한 현 가요계가 얼마나 이 같은 흐름을 끌고 갈지 주목된다.

#BTS #블랙핑크 #걸그룹 #샘플링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사진출처 블랙핑크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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