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training tips

우리 강아지에게도 친구가 필요할까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2. 11. 18

반려견이 외로워 보인다.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에 운동장에 데려갔다. 리드줄을 풀어주자 다른 개들이 달려와 냄새를 맡는다. 그러나 아이(반려견)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내 주변만 맴돈다. 다른 친구들과 재밌게 놀길 바랐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낯을 가리니 집에 다른 아이를 하나 더 데려와야 하나’ 고민이 된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생업으로 바쁘다 보니 반려견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 보호자들은 반려견이 외로워할 거라 짐작하고 ‘친구를 만들어줘야 하나’ 또는 ‘다른 반려견을 한 마리 더 키워야 하나’ 고민한다.

하지만 반려견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외로움 해소를 위해 친구나 동생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개의 관점이 아닌 사람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다. 일반적으로 친구를 좋아하는 성향의 반려견은 드물다.

친구를 만들기에 앞서 반려견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도 누군가를 만나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있는 반면,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있다. 내향적인 반려견에겐 자칫 새로운 만남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려견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는 개가 친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선택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보호자는 애견 카페나 운동장에 가서 반려견이 불특정 다수의 개들과 만나게 한다. 밝고 새로움에 즐거움을 느끼는 반려견은 잘 놀겠지만, 그렇지 않은 반려견은 홀로 전쟁터에 버려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불특정 다수 중 공격 성향이 있거나 무례한 반려견일 경우 오히려 내 반려견의 사회성만 악화될 수 있다.

처음 만난 개는 친구 아닌 경계 대상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다른 반려견을 마주하면 조심성 없이 개들끼리 바로 접촉하게 하는 경우를 더러 목격한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반려견의 관점에서 자주 만나는 개가 아니고서야 처음 만나는 반려견은 친구가 아닌 ‘경계 대상’이다.



간혹 붙임성이 좋거나 대화 방법에 미숙한 반려견이 처음 보는 상대에게 경계심 없이 바로 다가가는데, 이는 잘못된 인사법이며 보호자가 제지해야 할 사항이다. 반려견끼리 직선으로 달려가 인사하는 것은 그들 사회에선 예의에 굉장히 어긋나는 행위이며, 물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컨트롤해야 한다.

서툰 접근은 보호자의 반려견을 위험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 반려견과 보호자에게도 부정적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 반려견 운동장이다.

반려견 운동장에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의 반려견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순기능을 악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공격성이 있는데도 운동장에 반려견을 데려와 방치하는 보호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전문반려견트레이너협회(APDT)에서는 반려견 운동장의 장점으로 반려견의 운동량을 채워준다는 점과,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춘다면 다양한 품종과 유형의 반려견들이 만나면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단점으로는 반려견이 운동장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 보호자가 모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지쳐서 쉬고 있는데 다른 반려견이 앞에서 마구 뛰며 불편함을 주었다고 해보자. 내 반려견이 보디랭귀지로 정상적인 경고를 주었음에도 다른 반려견이 무시하는 상황에서 방치된다면, 내 반려견은 정상적인 경고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하고 다른 반려견이 다가오면 경고 대신 바로 짖거나 물려고 하는 방어적 공격성을 띠게 된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리드줄이 없으면 보호자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한다는 점이다. 운동장에서 반려견은 자신이 보호자의 신호를 무시해도 별다른 통제를 할 수 없음을 배우게 되고, 이후엔 리드줄이 풀리면 보호자의 신호에 자연스럽게 응답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진 뒤 운동장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로는 보호자와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려견이 무례한 반려견을 만났는데 보호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반려견은 보호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자주 노출될수록 반려견은 점점 더 다른 개를 피하거나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 운동장에 데리고 가는 데서 보호자의 의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는 항상 자신의 반려견을 예의 주시하고 유사시 바로 나설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사회성을 키워주겠다며 반려견 운동장을 찾지 말고, 나열한 장단점을 살펴보고 반려견 운동장이나 카페 방문이 적절한지 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다견 가정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보호자의 역할은 반려견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보호자의 역할은 반려견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성향상 친구를 만들기 힘든 반려견이라면 동생을 만들어주는 선택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자칫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외동일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틴 R. 해리스 UCSD(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개들에게도 질투라는 감정이 존재한다. 평소에 신경을 못 써 미안한 보호자가 새로운 구성원을 데려온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보호자의 관심’을 반으로 나눠야 한다. 이 상황을 반길 개는 별로 없을 것이다.

반려견의 성향도 따져보아야 한다. 평소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반려견, 공격성이 있는 반려견, 노견, 건강이 안 좋은 반려견이라면 절대 다른 반려견을 데려오지 말아야 한다. 이런 성향이나 상황 속에 질투의 감정까지 더해진다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려견이 외로워한다고 생각한다면 바뀌어야 할 것은 보호자의 태도다. 새로운 반려견이 외로움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책임 전가이며, 외롭고 불쌍한 반려견을 1마리에서 2마리로 늘릴 뿐이다.

내향적인 반려견이라면 보호자라는 최고의 친구와 반려견 둘이 오순도순 만족하며 살면 된다. 활발한 성향의 반려견이더라도 친구는 자주 보는 1~3마리면 족하다. 위험을 감수하고 불특정 다수를 만날 필요는 없다.

반려견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느끼는 미안함, 그래서 반려견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반려견 운동장을 찾아가는 것도 보호자로서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선한 의도에서 비롯한 행동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사전 준비를 잘해야 한다.

반려견의 외로움을 다른 반려견이나 새로 입양한 반려견이 해결해줄 것이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반려견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언제나 보호자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의무가 무겁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길 바란다. 반려견은 보호자를 선택하지 못한다. 보호자의 의지와 결심으로 반려견이 가족으로 함께하게 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한다.

#반려견외로움 #다견가정 #애견운동장 #여성동아

서상원
현) 하이나나 출장교육센터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