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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숨은 저력 ‘스칸디 대디’

글&사진·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2013. 01. 08

교육 강국 핀란드의 숨은 저력 ‘스칸디 대디’


핀란드 헬싱키 거리를 걷다 보면 유모차가 눈에 많이 띈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수은주가 영하 20℃까지 내려가더라도 거리의 유모차 물결은 크게 변함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낮잠을 잘 때 되도록 찬 공기를 흡입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믿어 낮잠 시간이 되면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 교통비가 무료기 때문에 아이들과 저렴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남성이다. 그런 경우 아빠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지 궁금해 자세히 살펴보곤 하는데 대체로 엄마와 아무런 차이 없이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 북유럽의 ‘스칸디 대디’가 뜨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와 가정에서 남녀와 부모 노릇이 바뀌면서 아버지가 아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북유럽의 다정한 아빠인 스칸디 대디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얼마 전 핀란드 어린이와 아빠가 함께 참여하는 요리 교실에 취재차 참여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아빠의 날(11월 12일)을 맞아 열린 요리 교실이었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쉬지 않고 아이들과 요리 교실에 나와 열심히 아빠 노릇을 하는 스칸디 대디 몇 명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 중 유난히 자상해 보이는 아버지 한 명은 매일 퇴근 후 아이를 돌보고 잘 시간이 되면 동화책을 읽어주고 잠자리를 봐준 다음에야 자기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핀란드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부사장이었다.

아빠가 육아 참여하면 이혼율 낮고 아이 성적 올라간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숨은 저력 ‘스칸디 대디’

1 핀란드 거리에선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남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2 핀란드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일반화돼 있다. 육아 경험이 있는 남성은 이혼율도 낮다.



핀란드 남자들이 유난히 가정적이고 자상해서 스칸디 대디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일단 퇴근 시간이 한국보다 빨라서 보통 오후 5시면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귀가한다. 또 남성도 출산휴가(3주)와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어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돌보는 일에 익숙해진다.
핀란드 정부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혜택과 기간을 법적으로 점차 강화시키고 있으며 예전보다 많은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장기간 육아 휴직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아빠 육아휴가제의 수혜자는 비단 아버지만이 아니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를 담당하면 엄마의 육아 부담이 줄고 육아 휴직 기간이 짧아져 커리어 관리에 유리하다. 또한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가 어렸을 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덜 폭력적이며 이혼율도 낮다고 한다. 어릴 때 아빠가 적극적으로 양육을 도와줬던 자녀의 학교 성적을 16년 후 조사해보니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칸디 대디는 국가의 법적, 경제적 탄탄한 지원과 사회적 요인이 집약돼 탄생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가정을 더 행복하고 탄탄하게 결속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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