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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유리천장’ 금융 공기업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글 김명희 기자, 윤혜진

입력 2020.11.06 13:39:33

금융 공기업은 높은 연봉과 일자리 안정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신의 직장은 여성이 올라가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방탄 유리천장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왼쪽부터).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왼쪽부터).

지난 10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2019년 기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 9곳(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39.5%, 평균 근속년수는 9.5년, 남성대비 여성 임금격차는 평균 71.3% 수준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한국자산관리공사(2명)을 제외한 8개 기관에 여성 임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60%(11월 3일 헤드헌딩업체 유니코써치 발표)에 달한다. 100대 기업이 남녀간 불평등한 인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반면, 금융 공기업은 여전히 여성 인력을 홀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부는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회의에서 “2022년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을 2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상태라면 금융 공기업은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여성 근로자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천장’은 국정감사 단골 소재일 만큼 심각하며 고질적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란 시각도 존재한다. 친여성 제도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마다 고심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국감에서 특히 고용현황, 임금, 근속년수 등 분야별로 방탄유리급 장벽을 드러낸 금융공기업 3곳을 심층 취재했다.

총원 대비 여성 근로자 비율 최하위
신용보증기금

남녀고용평등은 양성평등을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총원 대비 가장 적은 여성근로자가 근무하는 곳으로 나타난 신용보증기금은 그런 점에서 더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원 2364명 중 여성 근로자 수가 526명(22.3%)에 불과하다. 남녀간 근속년수 격차도 7.9년으로 가장 크다. 

물론 신용보증기금도 할 말은 있다. “1976년 설립되다보니 여성 채용이 적고 퇴사율은 높았던 과거 우리 사회 기조로 인해 전체적인 여성 비율이 다소 낮고, 이로 인해 상위직 여성비율도 낮은 편”이라는 것. 또 22.3%라는 수치에 대해서도 “배진교 의원 자료는 급여계산 등을 위해 별도의 기준을 두고 요청해 산출된 인원수이고,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기준으로 하면 25.6%”라고 밝혔다. 



그러나 알리오 기준으로 하더라도 9개 기관 중 여성 근로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은 마찬가지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최근 5년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여성 입사 비율이 평균 50%를 상회한다”고 하지만 결국 여성 근로자 비율이 가장 낮은 만큼 다수의 남직원 속에서 소수 여직원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숙제로 남는다. 다행히 재직자들 사이 ‘워라밸’은 좋다는 평가다. 현재 근무시간선택제・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남자가 1백만원 받을 때 여자는 61.1만원?
예금보험공사

조사 대상 중 가장 남녀 임금 격차가 큰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여성 근로자는 남성 대비 61.1%의 임금을 받고 있다. 원인은 예금보험공사에 고위직 여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예금보험공사의 3급 이상 고위직 직원 191명 가운데 여성은 6명으로 3.1%에 그친다. 조사 대상 중 최하위다. 예금보험공사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을 한 여성 근로자마저도 남성대비 임금 격차가 62%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측은 “1996년 설립 당시 남성 경력직 직원이 대거 입사했고 초기에 공채를 해도 여성은 한두 명 입사하다 보니 시간이 흐른 지금 팀장 이상 상위직급은 대부분 남성 직원”이라며 “그로 인해 현재 고임금을 받는 고위직 여성 수가 적고, 또 20년 이상 장기근속을 한 여직원이더라도 임금 상승폭이 적은 일반 서무 담당이라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일 뿐 기본적으로 보수 구조에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에서야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중 3급 이상 고위직이 3명 나왔으니 임금 격차가 줄어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팀 관계자는 “여성 입사 비율이 차츰 높아져 근래 3년간은 공채 입사자 성비가 반반이었다. 임금이나 승진 문제는 5년, 10년 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며 “지난해 직급별 여성이 대표로 모인 ‘레이디보드’를 발족했고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주는 원스톱 패키지, 리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근속년수가 가장 짧은 곳
한국주택금융공사

공무원, 공기업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설립된 젊은 공기업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성 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이 6.5년으로, 가장 근속기간이 긴 중소기업은행(12.8년)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곧 남녀간 임금격차로 이어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남녀 임금격차는 68%로 조사 대상 중 하위 3위에 속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측은 “조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저연차 여성 근로자 수가 크게 증가해 여성 평균 근속기간이 수치상 낮게 보이는 점이 있다”며 “현재 여성 직원의 60%가 근속연수 6년 미만”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고용이 안정돼 있음에도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낮은 또다른 속사정이 있다.

직장인 인터넷 커뮤니티나 공기업 준비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2년 주기 전국 순환근무에 대한 고민 글이 쉽게 눈에 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본사가 부산에 위치하고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25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한 지점에서 평균 2년 정도 머무르며 전국 순환근무를 한다. 비연고지로 발령을 받은 근로자의 배우자가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주말 부부로 지내게 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이직 및 퇴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는 지방에 본사를 둔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도 마찬가지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측은 “운영하는 데 있어 남녀 차등 없이 대하므로 근무 환경은 남녀 동일하다”며 비연고지 발령이나 발령 주기 등에 대해 기혼 여성을 위한 배려는 따로 없음을 밝혔다. 대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경력단절 여성 등을 위한 시간선택제(1일 4시간 선택해 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동아DB



여성동아 2020년 1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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