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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column

공유경제의 몰락

#POST VIRUS BUSINES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0. 04. 22

코로나19 사태로 자택 대피령이 떨어진 후 텅 빈 뉴욕의 도심과 비닐로 중무장한 채 외출하는 시민.

코로나19 사태로 자택 대피령이 떨어진 후 텅 빈 뉴욕의 도심과 비닐로 중무장한 채 외출하는 시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세균의 흔적은 35억 년 전 화석에서 발견됐다. 인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왔으며, 그 과정 또한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역사책 속으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팬데믹(Pandemic, 세계적인 전염병의 대유행)이 현실로 일어나면서 인류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됐다. 타인과 접촉은 피하되 소통은 지속해야 하는 어렵고도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 변했다는 것은, 삶과 연관된 수많은 것 또한 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사람 간 접촉이 필수적인 많은 산업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접촉과 관련된 공포심이 극대화된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산업 중의 하나가 바로 셰어 비즈니스(Share Business), 즉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산업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호텔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에어비앤비, 택시 업계의 생사를 위협했던 우버 그리고 사무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위워크 등이 그 주인공이다.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면서 IT 기업들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 보이던 시대도 있었지만, 그 시대를 잊게 할 만큼 이들 기업의 기세는 대단했다.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젊은 인재가 가장 선호하는 회사로 떠올랐고 기업의 자산가치도 수백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제2의 에어비앤비와 우버 그리고 위워크를 표방하거나 벤치마킹한 수많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물론이다. 

공유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이 불황을 이겨낼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로렌스 교수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각자의 자산이나 서비스를 공유하는 활동 전체를 의미하는데, 공유를 통해 자산의 가용성을 높이고 소유 비용 부담을 덜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08년 숙박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공유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미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이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호텔과 같은 부동산을 한 채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최대의 숙박 비즈니스를 구현하고 있는 에어비앤비나 자동차를 1대도 소유하지 않고 차량 산업을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시킨 우버. 이들은 기업의 혁신적인 성공 사례로 끊임없이 회자되었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이 많은 지금 세대의 성향과도 맞물려 마치 현재 산업의 그다음 단계쯤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우버, 위워크… 생사 갈림길에 놓인 유니콘 기업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며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도 위기를 맞았다.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며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도 위기를 맞았다.

혹자는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산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나 테크놀로지에서 탄생한 것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개념을 효율성이 높은 방식으로 개선한 플랫폼이기에, 어느 한계에 도달해서 새로움이 사라지게 되면 쇠락할 여지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세상에 만연하면서, 공유경제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한계점에 부딪히게 되었다.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에어비앤비의 경우 올 상반기 손실액이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용객의 90% 이상이 줄었고, 한국과 이탈리아도 이용객이 50%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는 말도 있지만, 올해 주식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입장에선 코로나19가 특히 더 야속할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공개 자체가 무산될 거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우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기존 산업과의 마찰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작년에 1천2백 명 이상의 감원을 단행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참담해졌다. 최고경영자인 다라 코스로샤히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버 이용률이 7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이용객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운전자 수입이 감소했으며 회사의 경영 악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유 오피스 기업의 대표주자 격인 위워크는 지난해 기업공개 실패 후 핑크빛만 같던 미래가 순식간에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시점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위워크는 또 다른 시련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오피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새로움이 아닌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와의 결별과 사용자의 감소까지, 올해는 위워크에게 여러모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유경제는 간단히 말하면 ‘소유’가 아닌 ‘대여’로 자산을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을 뜻한다. 바이러스가 이렇게 만연하기 전에는 공유가 이 시대에 부합하는 아주 훌륭한 콘셉트였지만 거리두기가 미덕이 된 이 시점에서는 모르는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친다. 마치 신들린 듯 손대는 기업마다 대성공을 거둬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가 산업의 미래라고 생각해 과감하게 투자한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와 위워크였지만, 그도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위워크의 기업공개 실패 후 손 대표는 잔인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거라면서 투자자들을 달랬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다 해도 타인과 아무렇지 않게 접촉할 수 있는 마음의 봄은 금방 찾아올 것 같지 않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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