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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video #hobby

향기에 빠져드는 왁스태블릿 만들기

한정은의 #취존생활_01

EDITOR 한정은

2019. 10. 14

한 평생 취미 없이 살아온 에디터의 취미찾기 프로젝트. 그 첫 번째로 왁스태블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취미를 묻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돌이켜보면 이 물음에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책을 가까이하던 어린 시절이나, 영화 보기를 즐기던 학창 시절에는 ‘독서 감상’ ‘영화 감상’이라는 취미가 너무 흔해서 답하기가 부끄러웠고, 이후에는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 흔한 책이나 영화도 멀리하게 된 탓이다. 이 나이쯤 되면 바쁘게들 사느라 취미를 등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촬영 중 비슷한 또래의 스타일리스트와 요리연구가를 만난 에디터는 그녀들이 모두 스킨스쿠버를 즐긴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한자리에 있던 포토그래퍼까지 취미로 즐기는 스킨스쿠버에 대해 한창 열 올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한마디도 거들 수 없는 상황에 그야말로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왔다. 한평생 내세울 만한 취미 하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의 그녀들이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한 에디터는 ‘취미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에는 업무가 끝난 후 개인의 일상을 즐기기 위해 취미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취미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방증한다. 원데이 클래스를 찾는 사람도, 취미 앱이나 취미 키트를 통해 집에서 혼자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취미에 도전하면서 에디터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 취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하고 에디터의 취미도 찾는 사심 칼럼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생생한 취미 도전 현장은 여성동아 유튜브 ‘한정은의 취존생활’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향기로운 취미생활, 왁스태블릿 만들기

취미 찾기의 첫 시작으로 도전해본 것은 ‘왁스태블릿 만들기’다. 왁스태블릿은 비즈 왁스에 향이 나는 오일을 섞어 드라이플라워나 파츠 등으로 장식하는 것으로, 욕실이나 장롱, 신발장 안에 걸어두면 은은한 향기가 난다. 에디터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메이크센스에서 진행하는 ‘아이피오리의 왁스태블릿 원데이 클래스’에서 드라이플라워를 이용한 왁스태블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비즈 왁스를 계량해 녹이고 향이 나는 오일을 첨가하는 작업은 선생님이 도와주기 때문에, 원하는 향의 오일을 고르고 드라이플라워를 디자인해 꽂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다양한 향의 오일 중 에디터가 고른 것은 코튼플라워. 이날 에디터는 총 2개의 왁스태블릿을 만들었는데, 한공간에 둘 왁스태블릿의 향은 한 가지로 통일해야 향이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왁스태블릿에 꽂을 드라이플라워를 디자인하는 순서. 녹인 비즈 왁스를 몰드에 붓고 살짝 굳힌 뒤 완전히 굳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안에 드라이플라워를 꽂아야 하므로, 미리 흰 종이나 빈 몰드 안에 드라이플라워를 놓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비커에 녹인 비즈 왁스를 붓고 미리 선택한 코튼플라워 향의 오일을 섞은 뒤 몰드에 부어 가장자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식힌다. 투명했던 액체가 어느 정도 하얗게 변할 때가 드라이플라워를 꽂을 적절한 타이밍. 드라이플라워는 사선으로 꽂아야 하는데, 세게 누르면 왁스태블릿 표면이 우그러지거나 드라이플라워가 잠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하지만 표면이 우그러졌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일명 ‘만능총’이라고 부르는 ‘힛건’으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왁스태블릿이 다 굳으면 표면이 하얗게 되는 데다 왁스 안에 잠기는 부분이 있어 예상보다 심플해지므로, 그 점을 감안해서 드라이플라워를 디자인해야 한다. 에디터는 처음 만든 왁스태블릿이 기대했던 것보다 밋밋해 보여 두 번째 만들 때는 디자인을 조금 더 복잡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드라이플라워를 다 꽂고 나면 왁스가 완벽하게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드에서 분리하면 완성된다. 생각보다 과정이 쉽고 간단해 초보자나 에디터처럼 일명 ‘곰손’이 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또한 좋은 향, 예쁜 드라이플라워와 함께하니 절로 힐링 되는 기분이다.



체험 후에…

에디터는 이날 이후 또 한 번 왁스태블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만든 왁스태블릿을 본 아이가 자신도 만들고 싶다고 졸랐는데, 마침 수업을 들으면서 키즈 클래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저녁 아이와 함께 다시 들러 만들어본 왁스태블릿은 과정은 모두 동일하고 드라이플라워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파츠를 이용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었다. 파츠는 드라이플라워와 달리 왁스가 좀 더 굳은 상태에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하며, 사선으로 꽂지 않고 표면 위에 살짝 얹으면 된다. 아이는 생각보다 야무지고 꼼꼼하게 왁스태블릿을 만들어나갔으며, 에디터 또한 드라이플라워와 다른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는 만든 왁스태블릿을 집에 들고 와 자신의 방에 놓아두고, 퇴근한 아빠의 손을 끌고 들어가 자랑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난생 처음 한 경험에 만족한 듯했으며, 계속해서 또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엄마의 입장에서도 아이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 되었고, 아이와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찾았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아이피오리 여수정 선생님은…
이탈리아어로 ‘꽃 한 송이’라는 뜻의 아이피오리를 운영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꽃 한 송이가 주는 작은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향으로 누리고 싶다는 조향사로, 코즈메틱급 파인 프래그런스 고급 오일과 발효주정, 천연 밀랍, 소이왁스 등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캔들과 디퓨저, 룸스프레이, 향수, 왁스태블릿 등을 만든다. 왁스태블릿과 니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이지은
헤어 영훈(모아위) 메이크업 영란(모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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