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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샛별 ‘서울언니들’ 대표의 창업 도전기

“미얀마 여성들의 아름다운 삶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EDITOR 김건희

입력 2019.10.13 17:00:01

창업 3년도 안 돼 52만 미얀마 여성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수하고 있는 박샛별 ‘서울언니들’ 대표. 미얀마 현지에 16개 매장을 오픈하고  ‘한국의 세포라’를 꿈꾸는 엄마 CEO의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들었다.
박샛별 ‘서울언니들’ 대표의 창업 도전기
전자 기업 연구원과 뷰티 전문 기자로 일하며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던 순간에도,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두던 순간에도 박샛별(33) ‘서울언니들’ 대표는 ‘언젠가 내 사업하는 날이 오리라’는 각오를 되뇌었다. 그 시절 자신을 회상하던 박 대표는 스스로에 대해 “언제나 예비 창업가였다”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불투명했던 지난날은 창업에 성공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 콘텐츠부터 뷰티 상담, 결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스타 시크릿 코리아(Star Secret Korea)’는 이제 미얀마를 대표하는 K뷰티 커머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스타 시크릿 코리아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약 52만 명(2019년 9월 기준). 서울과 미얀마 최대의 도시 양곤에 각각 사무실을 운영하는 3년 차 스타트업 서울언니들의 박샛별 대표는 미얀마에서 K뷰티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울언니들은 박 대표가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자신의 이름처럼 K뷰티 스타트업계 샛별로 떠오른 그가 지난여름 아산나눔재단 주최 제8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해 2등을 수상했다. 최근엔 투자 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인벤션랩(구 로아인벤션랩)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생을 바꾼 결혼, 그리고 미얀마

제8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해 발표하고 있는 박샛별 대표.

제8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해 발표하고 있는 박샛별 대표.

계절을 재촉하는 가을장마를 앞둔 9월 중순, ‘국내 스타트업 요람’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보통 키, 보통 체격의 그는 그다지 강한 첫인상을 주는 외모는 아니었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그리 튀지 않는 평범한 30대 여성에 가까웠다. 그런 박 대표를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여성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창업할 만큼 열정이 있음을 보여주는 ‘엄마 CEO 정신’의 소유자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인생은 생각하기에 달린 것’이란 말처럼, 여성의 삶에서 임신과 출산은 끝이 아닌 또 다른 길을 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 길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미얀마는 그런 점에서 박 대표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아들이 두 살 되던 해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던 그는 미얀마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느낀 ‘한류의 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가 미얀마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었어요. 미얀마 사람들이 한류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었죠. 미얀마 젊은 여성들이 한국 여배우 화장법에 특히 관심을 보였는데, K뷰티 정보 플랫폼이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마침 인생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터라, 뷰티 기자였던 제 경험을 십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모바일 초기 시장 단계인 미얀마에선 전체 모바일 사용자의 60%가량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가장 활성화된 플랫폼으로 꼽혀요. 그래서 스타 시크릿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플랫폼을 개설해 게시물을 올렸어요. 한국 화장품 리뷰부터 메이크업 트렌드, 화장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뷰티 콘텐츠를 다뤘죠. K뷰티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석 달 만에 페이스북 사용자 10만 명을 확보해 너무나 신기했어요.” 

이후 사업 가능성을 검증받고 싶었던 박 대표는 무작정 창업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패션, 뷰티 등 K스타일 분야 전자상거래 수출을 이끌어갈 청년 창업가를 발굴하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K스타일 청년 창업 프로젝트 경진대회’였는데, 처음 출전한 경진대회에서 뜻밖에 2등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6년 하반기에 아이디어를 구상했는데, 마침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바람이 불어 아이디어만 좋으면 정부 지원금이 나오던 때였죠. 당시 저는 아이디어만 보유한 순수 예비 창업가에 불과했어요. 약 2개월 동안 멘토의 도움을 받으며 사업자 등록부터 마케팅, 세관, 해외 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창업의 ‘A to Z’를 경험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창업은 기발한 아이템만큼이나 꾸준한 사업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걸요.”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고 미얀마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게 그즈음이었다. 온라인 유통은 물론 미얀마 쇼핑몰 내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미얀마 시장 진출에 뜻이 있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접촉해 제품 수출도 시작했다. 

‘모바일 초기 시장인 미얀마에서 최초로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문자나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챗봇(Chatbot·대화 로봇) 기능을 도입한 스타 시크릿 코리아 앱을 출시했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앱에서 상담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 데이터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치로 시장 가능성 증명하라”

기존 시스템은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해 제품을 검색한 후 페이스북 메신저 기능을 통해 뷰티 에디터에게 상품을 문의한 다음 수기로 이름과 주소 등의 주문 내역을 남기면 제품을 배송하고, 결제는 배송자가 직접 현금으로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박 대표는 “모바일 시대에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아날로그’ 방식이라 이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기존 페이스북에서 앱으로 이동하는 유저의 비율이 2%도 안 됐다. 

“커머스 사업에 신기술만 적용하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어요. 미얀마 사용자의 온라인 구매 경험 비율이 3.8%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었죠.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콘텐츠부터 상담, 결제까지 가능한데 굳이 번거롭게 앱을 내려받아 상담과 결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후 미얀마의 모바일 트렌드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스타 시크릿 코리아 앱은 내년까지 개발에 공을 들여 시간을 두고 정식 론칭할 생각입니다.” 

최근 미얀마는 연 8% 경제 성장률과 인구 5천4백만 명의 평균연령 27.1세를 앞세워 ‘포스트 베트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도 신흥 국가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얀마 내 한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37%(2017년 기준, 대한화장품협회). 이 가운데 K뷰티 커머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 바로 스타 시크릿 코리아다. 

지금이야 미얀마의 뷰티 시장 가능성이 인정받지만, 창업 초창기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고 한다. 실제로 박 대표가 창업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미얀마에서 사업하려고 하느냐”였다. 인구가 많고 실질 소득이 증가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이 아닌 미얀마에서 굳이 K뷰티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했던 것. 당시에는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도 미얀마의 뷰티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동안 미얀마의 뷰티 시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미얀마에서 한류 인기가 크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석 달 만에 사용자 10만 명을 확보했으니 이를 확신의 징표로 삼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해서 방향을 잡은 것이 미얀마 여성들의 뷰티 니즈 파악하기였다. 

그 덕분에 미얀마 여성 상당수가 피부톤이 어둡고 유분이 많은 데다 여드름 피부 타입이라는 걸 알아냈다. 박 대표는 화이트닝 제품을 집중 리뷰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수분과 진정 효과가 탁월한 알로에 성분이 함유된 PB(Private Brand) 제품도 출시했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52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게 한 비법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치로 시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일이에요. 창업 대회든 투자 유치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선 숫자로 시장 가능성을 꼭 증명해야 하죠. 예비 창업가에게 ‘철저한 조사와 리서치로 끈기 있게 시장 가능성을 수치로 증명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미얀마에서 ‘한국의 세포라’ 꿈꿔

지금까지 스타 시크릿 코리아에 올라온 콘텐츠 수는 1천7백50개. 이 중 평균 영상 조회 수는 건당 약 10만 회, 제품 관련 누적 메시지 상담 수는 약 3만1천2백80건에 이른다. 미얀마 현지 오프라인 매장은 총 16개. 스타 시크릿 코리아를 통해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 수는 총 20개다. 여기에는 이니스프리, 라네즈, 마몽드 같은 대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박 대표가 직접 발굴한 중소형 유망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스타 시크릿 코리아가 K뷰티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박 대표가 창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미얀마 여성의 아름다운 삶’이다. 겉으로는 군부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고 소비 시장이 형성되는 미얀마지만, 내부에는 혼돈과 아픔 속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삶이 영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언니들은 한국 회사인 동시에 미얀마 회사이므로 미얀마 여성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미얀마에서 스타 시크릿 코리아를 ‘한국의 세포라’로 키우는 것이다. 올가을 온 가족이 미얀마로 이주한다는 그는 1년 중 3분의 2가량을 미얀마에서 지내고 나머지는 서울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기자가 “일이 정말 커져버렸다”고 하자 박 대표는 “길 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도 즐겁고 행복하다”며 싱긋 웃었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박경옥




여성동아 2019년 10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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