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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해야 잘 살아요”

EDITOR 정혜연 기자

입력 2019.10.06 17:00:01

결혼 생활의 끝은 이혼이다. 끝을 잘 마무리 지어야 새 출발도 할 수 있는 법. 그 마무리를 돕는 사람들이 바로 이혼 전문 변호사다. 최유나 변호사는 10년 가까이 접한 이혼 케이스를 만화로 그려 SNS에 공유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혼 사건을 담당하며 인생을 더 깊이 들어다보게 됐다”고 말한다.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해야 잘 살아요”
생판 모르는 남남이 만나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가정을 꾸린다. 대부분의 커플이 결혼식장을 나설 때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며 평생 마음 맞춰 살 것을 다짐한다. 약속 덕인지 신혼 초까지만 해도 상대의 방귀를 뀌는 모습마저 귀여워 보인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밥 먹는 모습마저도 꼴 보기 싫어지는 게 결혼 생활의 현실이다.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이혼을 결심한다. 그렇게 문을 두드리는 곳이 바로 변호사 사무실이다. 이혼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은 이들이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법적인 문제를 대신 나서 해결한다. 

이혼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상대의 본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마주하기 어렵다. 최유나(34) 이혼 전문 변호사는 그 적나라한 이혼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만화로 그려 1년째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게시물은 1백60여 개로 많지 않은 편인데 팔로어는 16만5천여 명에 이른다. 

게시물 속 사연은 천차만별이다. 내연녀 문제로 소송에 이른 부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지켜보다 어머니를 이혼시키려는 아들, 어머니의 뺨을 때린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 남성, 시누이들의 간섭에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한 여성 등이다. 하나같이 드라마 내용 같은데 최 변호사는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사례를 책으로 엮어 8월 말 ‘우리 이만 헤어져요’를 출간했다. 그가 만화로 이혼 사례를 알리는 이유와 소송에 얽힌 이야기들, 이혼하지 않고 잘 사는 법 등에 대해 들었다.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해야 잘 살아요”
이혼을 만화 연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사례를 많은 이와 공유하면 결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나질 않더라고요. 일도 바쁘고 집에 가면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요. 그러던 차에 대사 위주로 정리를 해봤는데 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더라고요. 만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림 작가를 채용해 창작물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연재 초반 독자들 반응과 지금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초반에는 팔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재미있다’ ‘잘 보고 있다’ ‘위로가 된다’ 등 훈훈한 댓글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이가 늘어나다 보니 댓글을 다는 사람끼리 분쟁이 늘었어요. 남녀 시각의 차이, 결혼 제도에 대한 생각 차이 등 사유도 여러 가지예요. 어쨌든 이런 창구를 통해 의견을 내주는 건 상당히 반갑죠. 분쟁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그런 의견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인데 의외의 사실도 알게 됐어요. 요즘 20대들의 가치관이 지금의 30대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남녀 시각차로 인한 성 의식 대립이 많고, 그만큼 비혼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 개인적으로 공부가 좀 됐어요. 

만화로 소개된 이혼 사유가 상당히 다양한데, 케이스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뽑아요. 상담을 하루에 10개 정도 하면 3~4개 정도는 비슷한 사건이거든요. 최근 사건들 가운데 30~50대 세대별로 반복되는 사건을 꼽고, 아주 특이한 사건보다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선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특별히 애착 가거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황혼 이혼’이에요. 자녀들이 모친이나 부친을 모시고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시절에 이혼이 금기시되다시피 해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자녀 입장에서는 “이제 우리 탓하지 말고 이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더 이상 자식 걱정하지 말고 부모 각자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또 젊은 시절부터 만연한 가정 폭력을 참고 살아온 경우도 있어요. 그 시절에는 법규도 미비했기 때문에 폭력을 보고 자란 20~30대 성인 자녀는 상처가 커 부모에게 먼저 이혼을 권하죠. 상담 과정을 지켜보면 황혼 이혼 당사자들은 굉장히 속 시원해해요. 간혹 젊은 부부는 ‘참고 살 걸 괜히 이혼했나’ 하고 후회하기도 하는데, 이분들은 미련이 없으니 매우 후련해하죠. 

의뢰인들이 자신의 사례가 나가면 어떻게 반응하나요. 

반응을 보인 의뢰인은 없어요. 자신의 사례라고 느낄 만큼 하나의 특정 사례를 골라 소재로 사용하지 않거든요. 상황 설정을 다르게 한다든가 남녀 성별을 바꾼다든가 다양하게 각색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례라고 느끼지 못할 거예요. 

이혼을 담당하는 변호사로서 고충이나 직업적 고민은 없나요. 

의뢰인들에게 제 철학이나 기준을 갖고 조언하기 힘들어요. 그건 사실 주제 넘는 일이라 생각해요. 최대한 당사자의 고민을 듣고 선택을 도와드리려 하죠. 그런데 의뢰인들이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의 조언에 휩쓸려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20~30대 의뢰인들은 본인 결심이 섰어도 부모와 함께 오는데, 그분들은 자식을 말려달라며 “우리 시대에는 안 그랬는데 내가 애를 잘못 키웠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해요. 이 경우 당사자들은 “부모님 말대로 사람들이 욕하겠지”라며 고민하기도 하죠. 그런데 자기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본인 생각이 무엇인지 잘 들여다봐야 해요. 소송 중에도 소장을 넣어달랬다가 취하해달랬다가 다시 넣어달라는 분도 있어요. 저 역시 결혼 생활을 하니까 공감은 가죠. 그분들은 단지 배우자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 매개가 ‘소장’이었을 뿐이고요. 그러니 주변인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본인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하면 좋겠어요. 

소송이 한창이다가 “같이 살기로 했다”며 소송을 접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상황에 따라 달라요.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데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중재를 도와요. 그 과정에서 재결합을 결정하기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죠. 반면 고통만 남은 결혼 생활인데 이혼 타이틀이 두려워 취하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저도 마음이 복잡해지죠. 요즘은 이혼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선택에 불과한 시대가 됐지만 아직까지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 고통 받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만화에서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머리를 계속 기른다고 나와 있는데, 변호를 하다 보면 실제로 위협을 느끼는 일이 자주 생기나요. 

조직폭력배나 흉악 범죄자의 대리를 한 적도 있는데, 가정 폭력이 심한 의뢰인 배우자의 경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해요. 또 자신의 아내에게 이혼을 종용했다며 폭언을 하기도 하고, 이혼 생각이 없는 사람을 꼬드겨 바람 들게 했다는 사람도 있죠. 한번은 집 앞에 협박 쪽지가 붙어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도 있어요. 많은 분이 알아줬으면 하는데, 이혼 변호사는 의뢰인의 ‘대리인’일 뿐이에요. 옳고 그름을 판단해 결정을 종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뢰인의 입장에서 법률적 문제를 대리하는 것뿐이죠. 판단은 판사의 몫이고요.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잘 사나요. 

개인적으로 ‘잘 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속에 화가 많아서 툭하면 싸움을 거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싸우면서도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대의 마음이 무엇인지 대화로 풀어나가는 사람을 말해요. 사실 아무리 완벽한 사람과 결혼해도 같이 살아보면 타인이니까 힘들기 마련이에요. 결국 싸우는 순간이 오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걸 잘 전달하지 못하면 서로 상처만 받고 관계에 진전이 없죠.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부부 관계도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잘 못 싸우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요. 

외도와 폭행을 제외한 이혼 사유를 들여다보면 성격 차이, 고부 갈등, 장서 갈등 등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그게 원인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아서’ 이혼을 결심한 의뢰인이 많아요. 이혼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한 말들을 했지만 상대는 사실 그런 의도가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말을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해야 잘 살아요”
원래 꿈은 변호사가 아니었다고 책에 나와 있는데 어떻게 변호사가 됐나요.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대학 때는 기자를 꿈꿨는데 스물세 살 때 대학로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연극을 보고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때마침 제 적성을 알아보신 아버지께서도 로스쿨 입학을 권하셨고요.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의 소소한 문제를 들어주고, 상담해주고, 나서서 해결해주길 즐겨 변호사가 천직이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을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로 만화에 나와 있어요. 일할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변호사 시험을 치른 다음 날 아버지께서 암에 걸린 사실을 말해주셨어요. 그로부터 6개월 뒤에 돌아가셨죠. 그때까지 어려운 일 한번 당하지 않고 순탄하게 살았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이 컸어요. 이후로 인생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그런 시간이 삶에 대한 자세를 바꾸는 계기가 됐죠. 또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됐던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특별히 이혼을 전문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첫 결심을 했을 때부터 이혼 분야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초임 변호사 때는 원하는 사건만 할 수 없어요. 2~3년 동안 다양한 사건을 다뤘는데 점점 이혼 쪽으로 마음이 쏠리더라고요. 민사나 형사는 크게 보면 한 가지 목적으로 변호를 해요. 의뢰인의 몫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돕거나 형량을 최대한 적게 받을 수 있게 하죠. 그러나 이혼은 목적이 다양해요. 의뢰인들이 추구하는 게 다양하거든요.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보람을 느끼죠. 

이혼 전문 변호사의 결혼은 남달랐을 것 같은데, 결혼 당시 선뜻 식을 올렸나요. 

스물다섯 살 때 만난 남자와 오랜 기간 사귀다가 결혼했어요. 우리의 연애도 남들과 다를 바 없죠. 싸우고 화해하고, 화해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상대도 나 때문에 힘들었겠다’를 반복하는 시간이었어요. 남편도 저도 잘 싸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연차가 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됐죠. 하지만 우리도 아직 멀었어요(웃음). 

주변에 친한 지인이나 친구가 이혼 상담을 의뢰해오는 경우는 없나요. 

주변에서 많이 연락해오죠. 별로 친하지 않은데 한밤중에 연락이 오면 무조건 이혼 상담이에요. 이혼을 권하거나 막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일단 들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혼 결심이 섰을 때는 서로 불편하기 때문에 소송을 맡기거나 맡지는 않아요. 

언제 변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나요. 

의뢰인들이 끝나고 나서 “감사하다”고 할 때, “힘든 시간이었는데 곁에 있어줘서 든든했다”고 할 때 보람을 느껴요. 반대로 저도 변호하면서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데, 인생 공부를 하게 돼 감사하죠. 사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한 사람의 행동에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당사자를 이해해야 변론을 잘할 수 있는데 그런 쪽으로 능력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지금도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가 적지 않은데, 그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이혼 이후의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 분명히 답이 나오거든요. 이혼도 결국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이에요. 당사자들이 그 질문 하나만 놓고 여러 번 숙고해 결정 내리길 바랍니다.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9년 10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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