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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ology #health

‘여성 감기’ 질염과 질 유산균

박혜성 원장

2019. 09. 29

‘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대한성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질염은 질에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해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분비물과 가려움증, 악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여성에게는 감기처럼 흔한 질환인데,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쉽게 찾으면서도 질염에 걸리면 산부인과 가는 걸 주저한다. 질염은 방치할 경우 만성으로 진행돼 상당히 괴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질에 있던 세균이 자궁 내부까지 올라가 자궁과 난소, 난관, 복막까지 염증이 생겨 응급수술이 필요하거나 불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임기 여성은 질염이 생기면 바로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들이 산부인과 가기를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하의를 탈의한 채 ‘치욕의자’라 불리는 진찰대에서 다리를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료는 꼭 해야 한다. 

질염은 3~4세 여아부터 성관계를 안 한 지 10년이 넘은 80~90대 여성까지 모두 걸릴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해 가장 흔한 칸디다성 질염과 가드네렐라 질염 외에도 24가지 이상의 균에 의해 발생한다. 5년 전만 해도 원인균을 알기가 어려웠다. 특히 클라미디아, 우레아플라스마, 미코플라스마 등 이름도 복잡한 질염은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했고, 심지어 균 배양 검사를 해도 검출이 안 돼 남녀 관계가 꼬이는 경우도 있었다. 즉 남자에게서는 균이 안 나오고 여자에게서만 균이 나오거나, 그 반대인 경우로 인해 연인 사이나 가정이 깨지기도 했다. 지금은 PCR 검사라는 것을 통해 거의 모든 균을 검출할 수 있다. 균만 찾아내면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해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일단 외음부를 청결하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배변 후에는 앞에서 뒤로 닦아 항문의 세균이 질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누로 세척하는 건 금물. 질 내 환경은 약산성(pH 4.5~5.1)일 때 가장 건강에 좋다. 알칼리성인 비누로 세정하면 질 내 방어벽을 약하게 만들어 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용 세정제를 이용해 세척하는 게 좋은데, 주 1~2회만 사용하는 게 알맞다.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질 내 유익균을 손상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는 날에는 흐르는 물에 세정하는 것을 권한다. 

질염이 재발하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않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항생제 사용,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은 경구피임약 복용, 임신, 면역력 저하, 유전적 소인 등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생활 습관을 점검해봐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면 제품을 입고, 꽉 조이는 옷은 피한다. 무엇보다 면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많은 의사, 과학자들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락토바실리(lactobacilli)라는 질 내 유익균을 보충하면 질의 산도(pH 4.5~5.1)를 유지하고, 유해균 증식을 막아서 질 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질 유산균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이는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산균 증식을 통한 여성 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았다. 질 유산균은 약물 치료가 어려운 임부나 수유부도 부작용 걱정 없이 섭취가 가능해 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때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과일, 채소, 잡곡 등을 많이 먹으면 유산균 증식에 더욱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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