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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terior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내는 완벽한 주택

글 정혜미

입력 2021.01.15 10:53:46

모든 공간이 열려 있고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하지만,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땐 쉽게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집. 오민형  ·  김지현 씨 부부가 각 공간의 성격과 크기, 그리고 관계를 고민해 세 딸과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이다.
앞마당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오민형 씨 가족의 모습.

앞마당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오민형 씨 가족의 모습.

내 집을 짓는다는 것

2층까지 뚫린 높은 천고의 거실에는 
조형적인 디자인의 조명을 두기보다는 천장에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매입등으로 마무리했다.

2층까지 뚫린 높은 천고의 거실에는 조형적인 디자인의 조명을 두기보다는 천장에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매입등으로 마무리했다.

치과의사 오민형 씨 가족은 셋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오 씨가 근무하는 병원 근처 아파트에 살았다. 하지만 아내 김지현 씨의 직장이 집에서 꽤 멀었기 때문에 주중에는 두 딸과 함께 거의 친정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집과 친정을 오가는 아내가 안쓰럽던 차에 셋째를 갖게 되었고, 부부가 일하는 낮 시간에 아이들을 맡기는 김지현 씨의 친정 근처로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엔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적당한 집이 없었고, 생각보다 시세가 비싸 차라리 집을 짓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릴 때 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오민형 씨는 직접 지은 집에서 사는 로망이 있었지만, 주택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김지현 씨는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민형 씨가 점찍어둔 동네와 집을 지을 부지를 보여주자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지금 다섯 가족이 사는 전북 익산시 부송동은 예쁜 전원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주변 환경도 좋은 편이고, 도로가 잘 뚫려 있어 번화가와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길게 고민하지 않고 인테리어 시공사를 알아보았다. 많은 업체들이 있었지만 오민형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가진 힘’을 먼저 알아주는 ‘공간기록’에 확신을 가졌고, 2019년 6월 4백20평이 넘는 부지에 80평대의 주택을 짓는 8개월 간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주택이지만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한 공간을 원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우며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까지 미리 준비하고 싶었어요.”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공간기록 팀은 집의 모든 공간이 서로 열려 있어 어디에서나 소통이 가능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을 땐 독립이 가능한 공간을 모티프로 설계를 시작했다.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의 순환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중앙이 뚫린 가벽을 두었다. 이 가벽은 공간을 분리해주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 효과를 준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중앙이 뚫린 가벽을 두었다. 이 가벽은 공간을 분리해주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 효과를 준다.

“크게 구분하자면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 각자의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순환 동선이 이루어지는 사적인 공간, 그리고 이 두 공간을 연결하고, 때로는 닫을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공간기록 설계팀은 공간의 성격을 먼저 생각하고, 공간의 규모를 정한 다음 안에서부터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2층 가족 공간의 평상 밑 부분은 전부 수납공간이다. 평상 위로는 선반을 만들어 가족사진을 진열했다.

2층 가족 공간의 평상 밑 부분은 전부 수납공간이다. 평상 위로는 선반을 만들어 가족사진을 진열했다.

공간의 순환은 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는 신발장 문을 열면 안쪽으로 깊은 창고가 있다. 그리고 창고에는 주차장과 연결되는 문이 있어 바로 출입이 가능하다. 신발장 중앙에 마련된 벤치는 아이들과 가족의 편의를 생각한 아내의 제안이다. 거실은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오픈형 천장으로 만들었다. 거실의 홈시어터 시스템은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의 남다른 관심으로 완성된 것이다. 서라운드 5.1 채널 스피커의 위치를 고려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미리 배선을 매립해놓았다. 주방에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큰 창을 두었고, 한쪽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뒷마당 데크와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했다. 또한 안쪽 다용도실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아일랜드 싱크대와 이어져, 확장된 주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택의 설계를 맡은 공간기록 팀은 “설계 초안부터 마지막 최종 결정까지 모두 3D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했는데, 덕분에 초기부터 건축주의 공간 이해도가 높고 설계, 시공, 건축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안방은 모두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다섯 명 다 같이 잠드는 가족을 위해, 대형 패밀리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다. 복도에서 바라본 안방의 한 벽면에는 낮은 창을 두어 자연스러운 시선 속에서 계절을 느끼게 했다. 거실과 안방을 잇는 매개 공간으로는 복도를 두었다. 복도 중간에 서재를 만들었는데,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모두의 공간으로, 닫으면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재 바로 맞은편에는 마당이 시원하게 보이는 윈도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아내가 인테리어 관점에서 제안한 의견으로, 설계 시점에서부터 이를 고려해 골조를 만든 것이다. “건축 설계 단계부터 스페이스로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서 건축 설계가 확정되기 전부터 함께 고려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달라지는 집

2층 아이들 방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에는 바쁜 아침 시간에 세 딸이 싸우지 않도록 거울을 세 개 두고, 세면대도 두 개 두었다(왼쪽). 
 2층에는 아이들의 방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방 하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가운데 방과 나머지 방은 연결시켜두었다. 이 역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운데 문을 설치했다.

2층 아이들 방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에는 바쁜 아침 시간에 세 딸이 싸우지 않도록 거울을 세 개 두고, 세면대도 두 개 두었다(왼쪽). 2층에는 아이들의 방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방 하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가운데 방과 나머지 방은 연결시켜두었다. 이 역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운데 문을 설치했다.

2층은 세 자매를 위한 공간이다. 아이들 방 3개는 동일한 크기로 나란히 배치했다. 그중 가운데 방은 한 개의 옆방과 슬라이딩 도어로 연결되어 열린 공간으로 쓰다가 도어를 닫아 언제든지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현재는 한쪽은 독서 공간, 한쪽은 놀이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독립된 나머지 방은 첫째와 둘째가 사용할 책상과 2층 침대를 두었다. 현재는 모두 나이가 어려 방을 같이 쓰고 있지만, 나중에 성장하면 각자의 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방 맞은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드레스룸이 있다. 

드레스룸에는 방과 마주하는 복도와 2층 거실과 만나는 복도, 양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평소에는 모든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공간이 연결되는 순환 구조로 사용하다가, 옷을 갈아입을 때는 문을 닫아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층 거실에는 낮은 평상을 만들어 가족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또 다른 편에는 넓은 창이 있는 홈 바와 천장에 레일 조명을 설치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게 했다. 홈 바 아래에는 미니 냉장고와 정수기를 위한 배관을 설치해 아이들이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의 다락방 공간은 조용히 휴식할 수 있게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은 유리벽으로 만들어 2층 복도를 내려다 볼 수 있게 했고, 한쪽 난간은 벽을 막지 않아 1층의 거실과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3층의 다락방 공간은 조용히 휴식할 수 있게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은 유리벽으로 만들어 2층 복도를 내려다 볼 수 있게 했고, 한쪽 난간은 벽을 막지 않아 1층의 거실과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다락 공간에서도 순환은 이어진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단 사이를 막지 않았다. 그리고 다락방에는 유리벽을 설치해 2층 아이들 방이 보이는 구조를 완성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보드마카를 사용해 유리벽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락방의 다른 쪽은 1층 거실, 2층 복도와 소통할 수 있도록 오픈된 공간을 두었다. 

“처음 집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 적어도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는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랐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집이 되었으면 해요. 공간마다 추억이 쌓이면서요.” 바라던 부분을 완벽하게 갖춘 새로운 집에서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다채롭고 따뜻하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설계 공간기록 시공 홈스토리하우스 인테리어 스페이스로그 사진제공 공간기록



여성동아 2021년 1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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