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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fashion

원조 인플루언서 강희재의 취향

글 정세영 기자

입력 2021.03.13 10:00:01

톱 14만7천원, 스커트 6만9천원 모두 UTG.

톱 14만7천원, 스커트 6만9천원 모두 UTG.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그야말로 레드 오션이다. 개인 창업에 플랫폼 기업, 오프라인 유통기업까지 가세해 하루에도 수백 개의 쇼핑몰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서 약 18년간 매달 수억원의 매출을 유지하는 온라인 패션 사이트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수십만 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업타운 걸(UTG)’이다. 놀라운 점은 회원의 절반 이상이 오픈 당시 가입한 멤버들이고, 이들이 여전히 매출의 주축을 이룬다는 것.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경쟁 속에서 이처럼 충성도 높은 고객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업타운 걸의 중심에는 대표 강희재 씨가 있다. 과거 싸이월드를 통해 옷 잘 입는 워너비 언니로 유명해진 뒤 패션 피플, 트렌드세터라는 수식어가 자동으로 따라왔다. 지금은 약 18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패션 인플루언서로 인터넷에서는 강 대표의 헤어스타일, 입었던 옷, 신발 등을 문의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SNS를 통해 선보이는 일상은 다소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그녀는 일찌감치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쓴맛, 단맛을 다 본 ‘쇼핑몰계의 시조새’다.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아이템은 모두 자신이 체험해본 뒤 불편하거나 실용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과감하게 폐기 처분한다. 또 제품에 관한 궁금증이 올라오면 직접 답글을 달고 댓글을 통해 고객 반응을 살피는 일을 매일 이어오고 있다.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수시로 댓글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던 그녀. 이미 수많은 사업가들의 본보기이자 인플루언서로, 패션 쇼핑몰계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강희재를 만나봤다.


톱 5만9천원, 슈즈 17만2천원 모두 UTG. 원피스,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5만9천원, 슈즈 17만2천원 모두 UTG. 원피스,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업타운 걸(UTG)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20대 때 명품 럭셔리 굿즈와 보세 아이템의 믹스 매치에 빠져 있었어요. 코디한 룩을 사진으로 찍어 싸이월드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브랜드 이름부터 가격, 스타일링 팁 등을 물어보는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고요. 질문에 일일이 답글을 달자 하루 평균 방문자 1만 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됐어요. 추천 아이템들이 완판을 기록하고 스타일링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패션 쇼핑몰을 열어서 취미도 살리고 돈도 벌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당시 국내에는 패션 전문 쇼핑몰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해외 쇼핑몰들의 운영 방식이나 스타일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유통 관련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해외 쇼핑몰의 좋은 점은 최대한 흡수하되 강희재만의 스타일과 색이 담긴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로 몇 개월을 준비한 끝에 업타운 걸을 론칭하게 됐어요. 

업타운 걸에서 선보이는 제품 선별에 기준이 있는지. 

판매할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퀄리티라고 생각해요. 비싸고 예쁜 것도 좋지만 원단, 바느질의 완성도와 가격 대비 실용성 등 기본을 갖추는 것이 먼저거든요. 업타운 걸은 제가 며칠 동안 체험해본 뒤 위와 같은 사항을 만족시킨 아이템들만 선보여요.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판매를 포기하죠. 피팅 사진까지 찍어놓고 단추의 위치가 불편해서 수백 장의 재킷을 모두 폐기 처분한 적도 있어요. 이런 깐깐함 덕분에 업타운 걸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쇼핑몰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적과 힘든 점이 있다면. 

유료 광고를 한 적이 없음에도 오픈 당시 가입 멤버의 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러워요. 제품뿐 아니라 업타운 걸 자체를 믿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의미잖아요.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한다거나, 심한 말을 하는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예요. 안 좋은 댓글을 보면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하죠. 또 아이템을 선택하고 가격을 정하는 부분도 늘 고민거리고요. 그래서 현재 트렌드는 무엇인지, 경제 상황 등은 어떤지에 대해 항상 날을 세우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업타운 걸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나요.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3분의 1정도 낮아졌어요. 엄청난 타격이죠. 보복 소비가 증가하면서 패션 분야 매출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명품 쪽에만 해당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점은 니트나 블라우스 등 상의 아이템 판매량은 대폭 증가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화상 채팅을 통해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의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주위에서 제발 버리라고 하는, 목이 늘어난 키티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걸로요. 항상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과 하루에 수십 벌의 옷을 입었다 벗어야 해서 가끔은 옷 입는 것 자체가 형벌처럼 느껴져요. 그럴 땐 집에서 최대한 편안한 차림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죠. 강희재는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라고 해야 할까요. 

SNS를 보면 가구, 아트, 장난감까지 예쁜 물건이 가득해요. 

저는 호기심이 많고 관심사의 폭이 넓으면서도 일명 오타쿠 기질이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드는 편이죠. 흥미로운 카테고리를 발견하면 일단 수집을 합니다. 수집의 기준은 보는 순간 웃음이 날 정도로 마음을 끄는지예요. 얼마나 유명한 사람의 작품인지, 투자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죠. 예를 들면 인물화는 주로 저와 닮은 작품을 구입해요. 아톰 피규어를 모으는 것도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예요. 또한 제 눈에 철저히 아름다워 보여야 합니다. 자칭 심미주의자라 컬러나 패턴 등 하나라도 거슬리면 수집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플루언서로서 SNS를 통해 일상을 보여주는 삶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18년째 ‘트루먼 쇼’를 찍고 있어요.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SNS와 함께 하다 보니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익숙해졌어요. 가끔은 일과 생활이 구분되지 않아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인플루언서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좋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제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에요. 때문에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톱 36만8천원 UTG. 팬츠 4만2천원 CMNM STUDIO. 슈즈 모델 소장품.

톱 36만8천원 UTG. 팬츠 4만2천원 CMNM STUDIO. 슈즈 모델 소장품.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면.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 르메르, 프라다요.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고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제품이 많거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뀔 때마다 스타일이 달라지는 브랜드는 관심이 가지 않더라고요. 국내 브랜드는 잉크(EENK)요. 디자인과 퀄리티가 우수하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출시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컬러 플레이가 정말 환상적이에요. 핑크, 레드 등 다소 튀는 컬러에 그레이나 블랙 등 둔탁한 색상을 감각적으로 매치해 과하지 않게 표현하거든요. 시즌마다 내놓는 상품들을 보면서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요. 

온라인 쇼핑몰요. 해외 브랜드는 매치스패션이나 네타포르테를 이용해요. 요즘은 신발에 관심이 많아서 고트(Goat)와 스탁엑스(StockX)라는 앱을 자주 찾고 있어요. 고트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판매자가 물건을 올리면 구매자가 제품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죠. 가격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맞으면 거래가 성사돼요. 가장 좋은 점은 구매와 동시에 물건을 바로 되팔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거예요. 스탁엑스는 중고 운동화를 사고파는 앱이에요. 제가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판매자의 정보나 제품의 진품 여부를 스탁엑스 자체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또 한정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가장 최근에 구입한 아이템은. 

나이키의 에어 조던 1 줌 컴포트 핑크 글레이즈요.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는 요즘 가장 열을 올리며 구입하는 아이템이에요. 하이톱 스타일임에도 오래 걷거나 뛰어도 불편하지 않아요. 저와 같은 단신들에게 필수인 깔창을 껴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죠. 심플한 디자인부터 유니크한 컬러와 패턴을 적극 활용한 스타일까지 스니커즈의 무한 변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슬랙스, 스커트에도 잘 어울려서 요즘은 거의 한 몸처럼 장착하고 다니는 아이템입니다. 

평소 쇼핑 스타일은.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고 굉장히 직감적으로 아이템을 선택해요. 업타운 걸 판매 제품을 선택할 때와는 정반대죠. 저는 즉흥적인 면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일을 할 때는 이런 성격을 철저히 눌러두었다가 개인적인 시간에 모두 분출하죠. 분명 내 취향이 아닌데도 보는 순간 ‘내 거다’ 하는 느낌이 오는 제품이 있으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건 첫눈에 바로 알아보거든요. 옷도, 남자도요! 

대표 강희재와 실제 강희재라는 사람은 많이 다른가요. 

평소에는 ‘한쪽 팔을 다치면 반대쪽 팔은 안 다쳐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별것 아닌 일에도 잘 웃고 감정 기복도 크게 없는 편이죠. 일을 할 때는 180도 달라져요. 문제가 생기면 완벽하게 해결될 때까지 잠을 못 자기도 하고, 일이 해결됐다 해도 계속 의심하고 확인하며 제 자신을 괴롭히죠. 스스로 굉장히 쿨하고 털털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시작하면 예민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어요. 고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그럴수록 더욱 스트레스만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 또한 나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원래 내재돼 있던 성격일 수도 있고요. 

패션 쇼핑몰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자본금이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고 생각해서인지 패션 쇼핑몰이 넘쳐나고 있어요. 그만큼 가격 경쟁도 심해졌고요.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면 연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을 정도예요. 이런 상황을 잘 이겨내려면 패션쇼나 패션 관련 책자를 보면서 공부하며 다른 사이트와의 차별성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또 어떤 옷이든 많이 입어보세요. 많이 체험해보면 좋은 옷과 안 좋은 옷의 기준이 명확히 생길 거예요. 그 기준에 맞춰 제품을 선별해야 하고요. 아이템 선택 기준은 사이트를 닫을 때까지 절대 변하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발전 방향이 의, 식, 주 순서라고 하는데 옷으로 시작했으니 이제는 리빙 쪽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강희재가 깐깐하게 고른 내돈내산 명품 백
르메르 에그 백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강추해요. 과한 장식 없이 심플한 디자인으로 캐주얼 룩은 물론 슈트 업 등 다양한 스타일에 매치하기 좋아요. 은근히 공간이 넉넉해서 핸드폰, 파우치, 수첩까지 넣어 다닐 수 있어요.” 


에르메스 에블린 미니 백 
“국내 및 해외 셀렙들의 SNS에 자주 출현하는 아이템이죠. 백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급스러움 때문에 이 가방을 들면 룩의 감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가죽이 부드럽고 무겁지 않아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모이나 미니 베니티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과 퀄리티 높은 소재, 유니크한 핸들 디자인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박스 백이에요.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구성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루이비통 쁘띠 삭 플라 
“손바닥만 한 작은 사이즈에 루이비통 시그니처를 가득 채운 작은 백이에요. 모노그램 캔버스로 제작돼 관리가 쉽고 각이 틀어지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 또한 탄탄하죠. 스트랩이 조절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쉬워요.”





여성동아 2021년 3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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