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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couple

퇴사자 커플의 웃픈 리얼리티 조충현·김민정

EDITOR 정희순

입력 2020.04.28 11:34:21

꾼 이라는 접미사는 이중적이다. 어떤 일에 능한 사람을 뜻하지만 때로는 진부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천생 방송꾼이었던 이들은 더 이상 꾼에만 머무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꿈을 좇겠다면서.
조충현 팬츠 BON, 재킷 수트서플라이 김민정 플라워 시폰 원피스 딘트, 스트랩슈즈 레이첼콕스 강아지 의상 개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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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삶이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러기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초록이 짙어지는 어느 봄날,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매일 꿈을 그리며 사는 부부를 만났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충현(38)과 김민정(33)이다. 

뉴스와 시사 교양, 예능까지 주름잡던 ‘방송꾼’ 부부가 ‘KBS 동반 퇴사’ 이후 약 10개월 만에 지상파 예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을 통해서다. 부부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 4월 6일, 해당 프로그램은 ‘월요 예능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조충현·김민정 부부의 또 다른 시작이다. 

꼬박 7년. 조충현과 처음 마주하고 지나온 시간이다. 그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처음 만났고 그 인연은 자연스레 그의 단짝 김민정과도 이어졌다. 

가까이서 본 조충현은 언제나 의욕이 넘쳤다. KBS에서 ‘1 대 100’의 메인 MC로, 라디오 프로그램 ‘조충현의 LUCKY 7’의 DJ로, 또 ‘생생 정보통’ ‘영화가 좋다’ ‘연예가 중계’ 등을 통해 예능과 교양을 종횡무진하면서도 늘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고민했다. 



간간이 안부를 전할 때면 그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알게 된 요리 선생님께 요리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거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안목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원에 진학하는 식이었다. KBS 퇴사 이후 프리랜서가 된 지금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한걸음 한걸음씩’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성정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그의 이런 모습은 KBS 입사 동기이자 퇴사 동기인 부인 김민정과 닮은 점이 참 많다. ‘발레리나’라는 꿈이 생겨 중학교 때 무용에 입문했고, 대학 땐 돌연 ‘아나운서’가 되겠다며 준비를 시작해 결국 KBS 9시 뉴스 앵커로 3년간 자리를 지켰다. 한다면 한다. 그 길이 남들보다 조금 늦었더라도, 또 조금은 돌아왔다 해도. 어쩌면 이 말은 부부의 인연을 만들어준 두 사람의 연결고리일지 모르겠다. 

부부가 최근 출연한 ‘동상이몽’이 불러일으킨 반향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택한 퇴사자 커플의 ‘웃픈’ 사연과 함께 알고 보면 ‘금수저’라는 조충현의 집안까지 덩달아 화제가 됐다. 특히 신혼집의 감각 있는 인테리어와는 대조적으로, 월급 통장 잔고가 비어 아파트 관리비가 수개월째 연체됐다는 대목은 직장을 동반 퇴사한 ‘현실부부’의 일상을 여실히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김민정은 ‘간판 앵커’라는 타이틀을 벗고 민낯도 공개했다. 단언컨대 이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했다.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부부는 인터뷰 내내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떠난 이유도, 또 돌아온 이유도 ‘꿈’이라는 한 글자로 요약했다. 

1년 만에 지상파 복귀치곤 꽤 화려하네요. 사실 좀 놀랐어요. 집 공개에 민낯 공개, ‘텅장’이 된 통장 잔고 공개까지…. 그런데 코골이 방지 기구까지 보여준 건 좀 충격이었어요(웃음). 

조충현(이하 조)_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금수저 철부지’로 그려진 걸 두고 주변에서 우려하기도 했지만, 감춘다고 감춰지는 세상도 아니니까요.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해요. 아버지가 서울 사당동에서 고깃집 운영으로 자수성가하신 게 맞고, 내가 철이 없는 것도 맞으니까요. 중요한 건 철부지인 나를 꼼꼼한 민정이가 채워준다는 거, 또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우리만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걸로 충분해요. 

조충현 씨는 ‘조충현의 LUCKY 7’ ‘1 대 100’ ‘생생 정보통’ ‘영화가 좋다’ ‘연예가 중계’ 등에 출연하면서 원래 대중에게 가감 없는 이미지이긴 했어요. 그런데 김민정 씨는 3년 넘게 KBS 메인 뉴스 간판 앵커 자리를 지키면서 ‘반듯하고 조신한’ 이미지였지 않나요. 

김민정(이하 김)_KBS 메인 뉴스 앵커를 하면서 대중에게 각인된 저의 이미지는 딱 그랬죠. 실상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인데도, 뭔가 근엄하게 무게를 잡아야 할 것 같았어요. 어쩌면 그래서 더 이번에 진짜 나를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 ‘동상이몽’을 촬영하면서 무척 재밌었어요. 관찰예능은 처음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그냥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죠. 보통의 부부들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대화를 잘 안 하는데, 저희는 끊임없이 대화를 해서 오디오가 안 끊긴대요(웃음). 

‘동상이몽’에 등장한 김민정 씨의 초간단 떡국 레시피와 조충현 씨의 건강 주스도 화제가 됐어요. 고기 굽는 부부만의 ‘깨알’ 노하우도 재밌었고요. 집에서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인가요. 

김_방송 이후 떡국 소스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웃음). 잘게 갈아낸 소고기를 어간장에 넣어 한번 끓여내고, 그걸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비법이에요. 어머니께 배운 레시피인데, 끓이기 쉬워 아침에 자주 먹고 있어요. 사실 오빠랑 연애할 때 쿠킹 클래스를 함께 다니기도 했는데, 그때 배운 레시피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오빠는 레시피 북을 잃어버렸다면서 요리를 못 하겠다더라고요. 어차피 똑같이 배운 거라 제 걸 보고 해도 되는데, 자기가 직접 쓴 게 아니면 실력 발휘가 안 된다면서요. 

조_방송을 진행하면서 요리연구가 윤희숙 선생님을 알게 됐는데, 요리를 배우러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민정이와 비밀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거다’ 싶어서 회사 선배와 동기들에게 같이 배우러 다니자고 제안했어요. 민정이도 자연스럽게 합류했죠. 나중에 열애 사실이 알려지고 그분들이 저희에게 배신감을 크게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비밀데이트에 ‘물타기’로 활용한 거 아니냐면서요(웃음).


퇴사자 커플의 웃픈 리얼리티 조충현·김민정
비밀 연애 기간만 무려 5년.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16년 여성동아 단독 보도를 통해서다. 조충현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의 첫 만남은 매우 자연스럽게 시작됐단다. 신입사원 연수 기간이 끝나고 전북 전주와 부산 지역국으로 출근하게 된 첫날, 조충현이 김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싶다”며 펑펑 울긴 했지만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어떻게 교제를 시작하게 됐나요. 

조_자연스러웠어요. 입사 동기이다 보니 신입사원 시절 내내 함께 지내 같이 있는 시간이 길었거든요. 연수 기간이 끝나고 저는 전주 지역국으로, 민정이는 부산 지역국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그때 전주와 부산을 오가면서 데이트를 하곤 했죠. 

그래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지 않나요. 

조_음…. 글쎄요(웃음). 

김_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선유도 공원으로 야외 촬영을 함께 나간 적이 있어요. 연인 콘셉트로 촬영을 해야 했는데, 그때 아나운서실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남녀 아나운서였던 오빠와 제가 차출됐죠. 콘셉트가 콘셉트다 보니 어깨동무도 하고, 눈빛도 주고받으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공원에서 도로변까지 걸어 나가는데 갑자기 오빠가 “우리 손이나 잡을까?” 하더라고요. 연인 콘셉트의 촬영은 이미 끝났는데 말이죠. 그 제안이 싫지 않아서 손을 잡고 함께 걸었어요(웃음). 

조_아, 그건…. 내가 원래 직진하는 스타일이니까(웃음). 

서로의 마음은 그때 확인한 거고, 그다음에도 쭉 직진이었나요(웃음). 

김_지금 생각해보면 오빠가 ‘동기를 챙긴다’는 핑계로 하나부터 열까지 저를 챙겨줬던 것 같아요. 그때 동기 중에 제가 유일하게 자취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짠하다면서 매일 아침 구내식당 식권을 흔들어대며 같이 밥 먹자고 하더라고요. 

조_저는 둘이서만 먹고 싶었는데 자꾸 다른 사람이 껴서 싫었어요(웃음). 

김_그런데 사실 저는 오빠랑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어요.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같은 직장에서 동기인 사람과 ‘썸’을 타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에 둘 다 지방 발령이 난 거예요. 오빠는 전주로, 저는 부산으로요. 지방 출근 첫날, 오빠가 술을 마시고 펑펑 울면서 제게 전화를 했어요.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지금 네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요(웃음).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오빠가 부산으로 왔어요. 오빠가 부산에 온 이유가 오로지 저였다면 정말 부담스러웠을 텐데, 오빠는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잠깐 들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매주 주말마다 데이트를 했어요. 

조_지금 생각하면 1년 지나고 다시 만날 텐데 왜 그렇게 울었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때는 막막했어요. 이제 막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슬펐나 봐요(웃음). 

5년간 비밀스럽게 연애한 건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조_둘 다 나이는 찼는데 연인은 없다고 하니 의심을 받기도 했어요. 더군다나 동기 챙긴다는 핑계를 계속 대니까 “충현이 너 여자 동기들에게 ‘오빠’ 소리 듣다가 누구 ‘아빠’가 될 수도 있다”면서 슬쩍 떠보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면 저는 “아유, 그러면 좋죠” 하고 대답했고, 그러다 보니 회사 안에서는 제가 민정이를 좋아하는데 민정이가 저를 안 받아주고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김_제가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회사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것 같으면 데이트를 하다가도 바로 도망가곤 했어요. 영화관 갈 때 엘리베이터를 따로 타고 가는 건 기본이고, 상영관에서도 조명이 꺼졌을 때 들어가고 켜지기 전에 나오곤 했죠. 한번은 제가 무척 고대하던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박은영(전 KBS 아나운서) 선배가 계시는 걸 보고 바로 뛰쳐나온 적도 있어요.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티켓 예매도 정말 일찍 했는데, 결국 한 장면도 보지 못해서 그날 펑펑 울었어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데이트를 즐겼던 두 사람은 결국 지난 2016년 가을 결혼했다. 올해로 신혼 생활 4년 차. 제아무리 죽이 잘 맞는 커플이라도, 결혼 생활이 늘 달콤하지만은 않은 법. 금수저 철부지로만 살았던 조충현과 ‘자취 내공 10년’ 김민정 부부 역시 “결혼은 현실”이라는 명제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다.

신혼 생활은 어때요. 지난 3년간 정말 많이 싸웠다면서요. 

김_결혼이라는 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는 거잖아요. 정말 사소한 것들로도 계속 갈등하게 되더라고요. 치약 뚜껑 닫지 않는 걸로도 싸우는 게 부부라던 어른들 말씀이 딱 맞아요. 저는 그것 때문에 치약을 원터치로 닫을 수 있는 뚜껑 제품으로 바꿨어요(웃음). 결혼하고 가장 처음 서운했던 건, 제가 해준 음식에 불만을 제기했을 때요. 제가 멸치육수로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오빠가 한 숟가락 뜨더니 고개를 ‘갸웃’하더라고요. “어때?” 하고 물어보니 “비린데?”라면서요. 그 후로 한동안 된장찌개를 끓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알죠. 오빠가 멸치육수를 싫어한다는 걸요. 한번은 집에 조명이 나가서 오빠에게 전구를 갈아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알았어. 내가 사올게” 하더니 한 달 넘게 사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오빠, 조명 사온다며?” 하고 말하면 오빠는 그걸 잔소리라고 생각하고요. 

조_지금은 그런 말하기 전에 제가 알아서 고쳐요(웃음). 민정이는 대학 다닐 때부터 자취를 쭉 해왔고, 저는 자취라고 해봐야 고작 지방에서 1년을 보냈던 게 전부예요. 집안 살림이랑은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결혼에 대한 ‘로망’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결혼은 연애와 다른 법인데 말이죠. 제가 자존심도 강하고 고집도 센 편인데, 그걸 와이프에게 부리고 있는 제 모습이 어느 순간 참 어리석게 느껴지더라고요. 내키는 대로 ‘툭툭’ 내뱉던 말도 와이프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지금은 알아요. 과거의 제 모습에 대해 후회를 많이 했고, 지금은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_부부간에 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건 저 역시도 많이 느꼈어요. 오빠가 했던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나는 네게 지적을 받을 만큼 잘못하진 않았어”예요. 제가 “이런 부분은 고쳐줬으면 좋겠어”라면서 쏟아냈던 말이 오빠에게는 상처가 됐나 봐요. 그러고 보니 아나운서를 그만둔 지금도 저희 부부의 고민은 여전히 ‘현명하게 말하는 법’이네요. 

깨달음의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요. 

조_갈등했던 것들이 워낙 사소해서 특별히 계기랄 건 없었어요. 어느 날 문득 속담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였죠. 저를 돌아봤더니 옷이 다 젖어 있더라고요. 저는 한번 성질을 부리고도 돌아서면 금방 까먹는 타입인데, 민정이는 그게 아닐 수 있잖아요. 가만 보니 민정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고 꾹 참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 이게 반복되면 정말 큰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면, 나도 행복해진다.’ 요즘 제가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이에요. 

김_요즘 오빠는 표현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사소한 것 하나도 저를 먼저 배려해주는 그런 남자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해서인지 미래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항상 그 중심은 가족이래요. 연애할 때부터 오빠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았는데, 결혼 후에는 그 자신감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든든하죠.


퇴사자 커플의 웃픈 리얼리티 조충현·김민정
프리 선언 10개월 차. ‘덜컥’ 해버린 동반 퇴사는 부부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놨다. 변화한 일상보다 더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다. 시간이 많아지니 미래를 고민하는 순간이 늘었고, 안정적인 수입이 사라지니 도전의 범주는 넓어졌다.

동반 퇴사를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둘 중 한 사람만 그만두지 왜 함께 퇴사를 했나요. 

김_
방송사 메인 앵커는 영광스러우면서도 외로운 자리예요. 그 기간에는 본래의 김민정 모습대로 살 수 없으니까요. 많은 분이 기억하는 나는, 실수라곤 용납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 틀을 깨는 게 힘들었죠. 앵커 자리를 내려놓으면 내 얼굴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앵커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됐는데, 정말 재밌었거든요. 거기서 밝고 명랑한 제 본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니, 일각에선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오빠와 함께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오빠는 여러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저는 뉴스만 해봤기 때문에 프리 생활이 더 녹록지 않을 거라면서요. 사실 그 말에 많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많다는 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조_8년 차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고민인 것 같아요. 나는 방송을 하고 싶어서 방송국에 들어왔고 여기서 더 성장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라는. 민정이와는 동기이다 보니 고민하는 시점도 비슷했고요. 제가 퇴사를 결정할 때 들었던 사람들의 반응 중 서운한 건 그거였어요. 퇴사 뒤에 고깃집을 물려받으면 되니 굳이 방송을 하지 않아도 잘 살 거라는 말이요.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요. 제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당초 방송국 입사 시험도 치르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냥 일찌감치 장사를 배우는 게 훨씬 이득이잖아요. 저는 방송을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와는 별개로 내 꿈을 찾고 싶었던 거고. 그래서 방송국에 들어갔고, 또 그래서 퇴사를 했어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양가 부모님이 반대하시진 않았나요. 통장 잔고가 부족해 관리비도 연체됐다면서요. 

김_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건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어요. 걱정은 하셨지만, 말리진 않으셨죠. 시댁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많이 말리셨는데 결국 저희 입장을 존중해주셨어요. 이번에 방송에 나간 장면 중 일부를 언짢아하시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오히려 “정말 재밌게 봤다”면서 격려해주시더라고요. 관리비가 연체된 장면을 보시고 주변에서는 아버님께 “아들 내외가 관리비도 못 내고 있다는데 용돈 좀 주라”는 전화를 많이 하셨대요. 

퇴사해보니 어때요. 장단점이 뚜렷할 것 같은데. 

조_일단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장점이죠. 그때는 라디오 프로그램 ‘조충현의 LUCKY 7’을 진행하면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났거든요. 아침 라디오를 하면 저녁 약속도 잡기 힘들어요. 다만 라디오에 대한 애착이 정말 컸는데, 그걸 내려놓게 됐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죠. DJ를 안 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저를 ‘쪼르디’라고 부르며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팬들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라디오는 꼭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김_저 같은 경우에는 퇴사 이후 한동안 첫사랑을 떠나보낸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았어요. 아마 KBS가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거겠죠. 허전함이 가시고 나니 불안감이 몰려오더라고요(웃음). KBS에 있을 땐 크든 작든 정년을 보장받고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울타리가 사라진 거잖아요. 대신 좋은 점은 이제 무엇이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더 ‘안테나’를 세우려고 노력해요. 나만의 분야를 개척하려고 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퇴사 후에 새로 도전한 일도 있나요. 

조_보트나 수상 오토바이 같은 수상 레저 기구를 운전할 수 있는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를 딴 거요(웃음). 반포 한강공원에 가면 반포조종면허시험장이라는 곳이 있어요. 반려견 토토와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하면서 늘 지나치던 이곳이 퇴사 후에는 달리 보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무작정 들어가서 어떻게 딸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자격증은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처럼 필기시험과 실기를 치르면 획득할 수 있는데, 면제 교육을 받으면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시험은 안 치러도 되지만 이수 시간을 채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무려 36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거든요. 퇴사자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음, 그리고 지난 2월에는 공공정책대학원 석사과정도 마쳤어요. KBS 다닐 때 진학한 건데 퇴사하고 나니 학구열이 더 생기더라고요(웃음). 

김_저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최근에는 화훼장식산업기사 필기시험까지 합격한 상태예요. 앵커를 시작하면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플라워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아예 자격증까지 따보자 싶은 마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꽃 경력이 뉴스 경력과 같네요(웃음). 아버지가 분재 명인이셔서 그런지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앵커실에 꽃을 가져다 두면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신혼집에 꽃과 화분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작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간 영국과 프랑스 등을 여행했는데, 현지에서 플라워 스쿨도 다녔어요. 퇴사 후 비로소 누린 행복이었죠.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김_영화 ‘기생충’에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고요.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큰 인지도를 쌓고 나서 프리를 선언한 ‘아나테이너’는 아니잖아요. 그냥 ‘중고 신인’인 셈이죠. 힘들 거라고 이미 각오는 했어요. 

조_저희 계획은 그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대중이 좋아해주시면 좋아해주시는 대로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우리는 밝고 긍정적이니까, 한발 한발 걸어 나가다 보면 좋은 방송인이 되어 있을 거라 믿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그런 방송인요.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스타일리스트 장유진 홍승하




여성동아 2020년 5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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