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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1유로에 1500원? 치솟는 환율 괜찮을까

이경은 기자

2023. 05. 19

해외여행을 위해 환전을 하니 한숨만 나온다. 오랜만에 풀린 나라간 빗장에도 여행길이 망설여지는 이유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환율, 떨어지긴 할까?

“뭐? 1유로가 거의 1500원이라고?”

지난달 유럽 여행을 떠난 기자는 부쩍 비싸진 유로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4월 28일 기준 유로화는 1유로 당 1477.64원이었는데, 지난해 4월 여행길에 환전한 유로화가 1350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유로에 150원꼴로 오른 것이다. 이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5월 18일 기준 1유로당 원화는 1년 전에 비해 8.36% 오른 1447.16원이었다.

문제는 비싸진 외화가 유로화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1년 사이 원화 대비 미국 달러는 5.57%, 영국 파운드는 5.65%, 태국 밧은 6.21% 올랐다. 이외로 싱가포르 달러, 홍콩 달러, 스위스 프랑 등도 모두 5% 이상 상승했다. 엔데믹을 맞아 해외여행 좀 떠나보려는 여행객들이 환율에 발목 잡힌 이유다. 치솟는 환율 탓인지 “IMF 외환위기가 다시 일어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KDI경제정보센터와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통해 올해 환율 전망과 외환위기 가능성을 짚어봤다.


무역수지 적자에 기준금리 인상
성장가능성 낮아 원화 수요 하락

미국 달러 상승세부터 살펴보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가 다시 고조되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0원을 넘겼다. 시장이 불안해지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져 미국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미국 달러의 수요가 증가하면 원·달러 환율은 오른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된 긴축 조치도 한몫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은 5~5.25%로 상향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5%로 동결된 상황. 한미 기준격리 격차가 벌어져 우리나라 자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기준 금리가 높은 미국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률이 더 큰 셈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할 때는 외국 자본의 한국 투자 심리도 위축된다. 국제 통화 시장에서 원화는 달러, 엔화, 스위스 프랑 등의 통화에 대비해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 수지 적자로 꾸준히 약화된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먼탈)이 원화 가치 하락에 속도를 더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주 성과가 좋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를 팔고 원화를 통해 해당 산업에 투자해 원화 가치가 오르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 연출돼 위험자산인 원화에 대한 투자자의 이탈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미국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에는 유로화의 비중이 57.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 인해 흔히 달러화와 유로화는 반비례한다고 일컬어진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 1년간 추세를 보면 원화 대비 달러화, 유로화의 가치는 동시에 상승했다. 그 이유는 통화 가치의 상대성에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에 비해 유로화가 약세를 띄는 상황이라도 유로화 가치에 비해 원화 가치가 더 약하면 달러화, 유로화 모두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신흥 시장 국가의 환율이 오르는 원인도 가치의 상대성에 있다. 경기 침체나 둔화가 오면 투자자는 신흥 시장 국가에 투자한 자금을 일부 회수해 달러 매수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미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 한 해 4.06% 상승했다. 우리나라 통화에 비해 그 가치가 오른 것이다. 김승혁 연구원은 “상대 통화와 비교했을 때 원화 가치가 내림세면 우리나라의 성장가능성이 상대국 보다 더 낮게 점쳐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국내 무역수지 적자 등 내·외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MF 가능성 희박… 달러 점점 떨어진다

일각에서 나오는 ‘IMF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김승혁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약 4140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어질 때 국제 통화 기금(IMF)로부터 미 달러를 빌려 외환위기가 발생하는데 현재 당국의 외환 자산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미 연구원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수는 있지만 외화건전성을 고려했을 때 외환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IMF 내에서 한국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혁 연구원은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연동돼 있다”며 “현재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 위안화가 약세지만 지속적으로 볼 땐 올해 2분기부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유미 연구원은 “4분기 중반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영향이 시장에 반영되면 달러가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우리나라의 내수경기 상승 모멘텀도 그즈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IMF외환위기 #해외여행 #여성동아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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