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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디자이너에서 삼성전자로, 이일환 부사장은 누구?

오홍석 기자

2023. 01. 02

이일환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MX) 디자인팀장(부사장). [삼성전자]

이일환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MX) 디자인팀장(부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작년 12월 30일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 출신의 이일환(휴버트 리·50) 디자인최고책임자(CDO)를 모바일 사업부(MX) 디자인 팀장(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MX 사업부의 주력 상품인 갤럭시 S 시리즈, Z 시리즈(폴더블), 갤럭시 탭, 갤럭시 워치 등의 디자인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일환 부사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이너로 일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0년간 근무하며 CDO에까지 오른 그는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실력자로 불린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입사, 4년간의 좌절

2010년 이일환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2010년 이일환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일환 부사장은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으로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이후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 입학했으나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2년 만에 그만두고 자동차 디자인 명문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2002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입사했다.

이일환 부사장은 입사 후 4년간은 변변찮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 부사장은 2013년 ‘위클리공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입사 후 4년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밥을 먹거나 샤워할 때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림을 그릴 정도로 아이디어를 짜냈다”고 한다.

이일환 부사장의 커리어는 그가 CLS 2세대 디자인에 주요한 역할을 하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당시 CLS 2세대 디자인은 전 세계 각국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팀 50여개가 참여할 정도로 치열했다. 6개월에 걸쳐 3가지 안으로 후보가 추려졌고 최종 후보는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투표로 결정됐다. 이사진은 이 부사장의 디자인을 최종 채택했다.



이후 이일환 부사장은 2010년 미래형 프리미엄 세단 ‘F800 스타일’, 2012년 메르세데스-벤츠 SUV 모델 ‘M클래스’, 한국에서 판매량이 제일 많은 외제차 ‘E클래스’ 등을 디자인 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08년에는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로 승진했고 2010년에는 임원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의 4개 디자인 센터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다. 삼성전자로 옮기기 전까지는 베이징 디자인센터장을 역임했다.

“이종산업 간의 장벽 높지 않다”

이일환 부사장이 갤럭시 시리즈 디자인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년 전부터 제품 개발에 착수해 출시가 임박한 제품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휴대폰 디자이너로의 업종 변경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관계자는 “첨단 산업일수록 업계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이고, 오히려 이종산업 출신의 외부자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도 뷰티업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제품 디자인 개선을 목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한건 이번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3년 계약을 한 바 있고 2018년에는 BMW에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맡았던 데인 하워드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한 삼성전자 자동차 산업 진출설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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