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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로켓 탑승한 ‘남의집’ 김성용 대표

글 이진수 기자

2021. 10. 18

직장인이라면 겪어봤을 이직과 창업의 고민.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 언론사에서 IT 기업으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당근마켓의 투자 유치까지 일궈낸 열정러가 있다. 꽂히면 해야 한다는 ‘남의집’ 김성용 대표를 만났다.

사람들은 왜 남의 집 거실을 찾나

“당근이세요?”를 전국에 유행시킨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지난 9월 23일 스타트업 ‘남의집’에 1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리드 투자사인 DST글로벌, 에스펙스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받은 1천7백89억원 규모의 투자금으로 또 다른 스타트업 남의집에 투자한 터라 업계의 관심이 남다르다. 남의집은 2019년 4월 카카오 출신의 김성용(39)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유저들이 자신들의 취향이 담긴 개인 공간에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주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남의 집에서 열리는 모든 모임을 통틀어 ‘남의집’이라고 부른다. 모임에는 자신의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호스트와 모임에 참여하는 게스트, 두 유형의 유저가 있다. 이들은 우리 집·남의 집 거실, 동네 카페·레스토랑 등에 모여 와인, 음식, 독서 같은 공통된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확장시킨다.

김 대표는 언론사를 거쳐 한때 카카오에 몸담았었다. 그곳에서 카카오뮤직,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카카오택시 등 여러 서비스 사업 개발 및 제휴 업무를 담당했다. 서비스 론칭 전 시장성을 조사하는 업무와 서비스 론칭 이후 사업 성장을 위한 영업이었다. 그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에서 제공하는 모바일게임 ‘애니팡’의 인기가 빵 터져 기업이 고속 성장하던 때부터 다양한 서비스 론칭을 경험했지만 항상 ‘내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직장 생활 7~8년 차에 접어들면서 퇴사 리스크 부담 없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해보자’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 전 아는 형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셰어하우스에 살던 것을 계기로 2017년 1월 1일부터 남의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소 서로의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놀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청 비용을 받고,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연 것. 후배·지인을 비롯해 개인 SNS에 글을 올려 모르는 사람을 초대하기 시작했는데 “남의 집 거실을 여행하는 기분”이라는 등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고, 프로젝트가 점점 커지면서 2018년 2월 카카오 퇴사 후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수익 구조는 게스트로부터 회비를 받아 호스트가 80%, 남의집이 중개 수수료 20%를 가져가는 식이다.

지난 8월 투자 유치 실패, 남의 집을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는 ‘홈 오피스’ 서비스의 실패로 아찔한 위기도 겪었지만 당근마켓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일명 ‘당근 로켓’에 탑승했다. 9월 27일에는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에 그간의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올려 1천7백19회가 공유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처음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남의집 프로젝트를 운영하셨던데 그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었던 건가요.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인들이 “나도 내 일 해야 하는데”라고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그게 가게일 수도 있고 저처럼 회사를 만드는 걸 수도 있고요. 고민을 한창 하던 때에 퇴사는 리스크 부담이 있어서 ‘퇴근 후나 주말 시간에 다른 일을 해보자’ 생각했죠. 창업 연습을 목적으로 회사 다니면서 조용히, 조심히 준비하려고 했어요. 그때는 남의집이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사람이 꼭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법은 없는지 오히려 일의 균형이 더 잘 맞더라고요. 근무 시간에는 회사 일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 일을 하고요. 서로 완충 작용하는 걸 보면서 ‘여러 일을 하는 게 삶의 균형을 얻는 데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창업 이전에 다양한 일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에 있었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조선일보가 한때 전자책 서비스를 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 마케팅 일을 했었는데, 마케팅 툴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기능을 처음 도입했어요. 그때 카카오톡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직을 결심했고, 2012년에 카카오에 입사해 6년 동안 서비스 시장성 조사 업무와 사업 성장을 위한 영업 업무를 담당했어요.

남의집 프로젝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결혼 전에 아는 형이랑 연희동 셰어하우스에 살았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서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노는 분위기라 ‘재미있는 경험을 한번 공유해보면 더 신나겠다’ 생각했죠.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받고 한번 집에 들여보자, 했던 게 남의집의 시작이었어요.

게스트는 어떻게 모집하셨나요. 모르는 사람들과 남의 집에서 만나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냥 오세요” 하면 맥락이 없으니까 후배들한테 술 사주면서 인생 상담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대학생 때 영삼성(삼성그룹의 대학생 커뮤니티) 활동을 했었거든요. 테스트차 영삼성 YB(신입생), OB(졸업생)가 있는 페이스북 클럽에 모집 게시글을 올렸어요. 초대 인원이 3명이었는데 1시간도 안 돼서 자리가 다 차더라고요. ‘재미있다’ ‘사람들 겁도 없네’ ‘모르는 집에 오라는데도 오는구나’ 싶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모임 날 현관문을 열었는데 저는 ‘진짜 오네’, 상대방은 ‘진짜 문을 열어주네. 들어가도 되나’ 이런 상황이었어요(웃음).

결혼 후 신혼집에 8인 테이블을 들여놓고 남의집 모임을 여셨다고요.

네. 아이 낳기 전에요. 아내가 이해해준 덕분에(웃음) 모임을 열고 게스트들을 초대해서 책도 읽고, 놀고 그랬죠.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을 텐데 남의집 서비스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요.

카카오택시에서 오프라인 접점이 있는 IT 서비스를 담당했었어요. 이전에 카카오뮤직·카카오페이지처럼 디지털에서 생산, 소비하는 서비스만 접하다가 오프라인으로 완결되는 서비스를 다루니까 저한테 너무 잘 맞더라고요. 업무 퍼포먼스도 잘 나오고요. 보람을 느끼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오프라인과 연결점이 닿는 사업이구나. 오프라인 접점이 있는 창업 아이템을 선택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겠다’ 생각했죠. 소위 말하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서비스로, 그중에서 가장 쉽게 떠올렸던 분야가 ‘공유 경제’였어요.

언제 이 프로젝트를 사업화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저희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여했던 손님들이 본인 집에서도 열고 싶다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때 ‘호스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프로젝트 SNS 계정을 만들고, 그 경험을 채널에 올리니까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DM이 오더라고요. 그때 그 계정이 지금 남의집 공식 계정이에요.

서비스를 론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발해 사업에 타격이 있었을 것 같아요.

폭발적으로 성장할 걸 기대하고 투자금을 받았는데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처음에는 ‘망했다’ 생각했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저희는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서비스잖아요. 시의적절하지 않은 서비스인 것 같아서 망연자실했었는데 오히려 유저들은 서비스를 더 많이 찾더라고요. 외부 변수로 억눌린 만남의 욕구가 플랫폼으로 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재 모임이 많이 열리지는 못하지만 가능성은 확인했죠.

주로 어떤 사람들이 남의집을 찾나요.

게스트 유저는 목적이 명확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기회와 새로운 인간관계가 필요하신 분이죠. 취향은 현재 내가 뭐에 꽂혀 있는지에 따라 매번 바뀌잖아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관심사가 다 같을 순 없거든요. 단발성 모임이기 때문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3~4시간 정도 몰입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찾으시죠.

가장 인기 있었던 남의집 콘텐츠는 뭔가요.

보이차 모임이었어요. 개인이 구하기엔 워낙 비싸기도 하고, 보이차 자체가진입 장벽이 있는 취미 생활이더라고요. 어른을 위한 동화책 읽는 시간도 있어요. 동화책을 좋아하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북 테라피처럼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추천해주는 모임이에요. 생소한 걸 직접 경험해볼 수 있으면서 그걸 잘 아는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남의집이 인기가 있어요.

자신의 동네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발굴·소개하는 로컬 큐레이터도 있더라고요.

각 지역에는 마당발 같은 분들이 항상 계세요. 그 지역에 살면서 “재미있는 동네 주민이나 가게 주인장을 잘 안다”는 로컬 큐레이터분들이 남의집 서비스를 알리고, 호스트를 발굴해 제안 작업도 해주세요. 지금 사당, 서촌, 성수 3곳에서 운영하고 있고 인천 쪽도 준비 중이에요. 그분들께는 계약에 맞춰서 활동비를 지급해드리고 있어요.

취향을 공유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어주다

당근마켓에 투자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요.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저희 회사의 비전과 당근마켓의 비전이 비슷했어요. 전략적 투자를 받으면서 협업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커뮤니티의 핵심은 모임인데 당근마켓에는 명확한 모임 서비스가 없어요. 또 지금 남의집의 30%가 일반 가정집 모임, 70%가 가게 점주분들 모임이에요. 처음에는 가정집 모임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가게 점주분들이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본인의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단골손님을 만들고 싶으신 거죠. 마침 당근마켓에도 ‘비즈 프로필’이라고, 가게 점주분들이 동네 주민들 대상으로 마케팅이 가능한 채널이 있어요. 저희가 매칭하고자 하는 수요와 공급이 당근마켓에 다 있는 거죠. 당근마켓도 저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근마켓의 반응은 어땠나요.

호스트 타깃이 일반인에서 가게로 바뀐 것에 굉장히 큰 메리트를 느끼더라고요. 저희가 호스트 타깃을 일반인에서 점주로 바꾸지 않았다면 경쟁 관계가 됐을 수 있죠. 당근마켓 내에서는 이미 동네 주민들끼리 만나는 모임이 실제로 열리고 있거든요. 근데 남의집은 가게 사장님들이 모임을 열잖아요. 당근마켓의 부족한 부분을 남의집에서 보완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셨더라고요.

당근마켓과는 비전이 비슷한데, 경쟁 기업으로서의 불안감은 없었나요.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배운 건데, 기업이 어느 정도 이상 몸집이 커지면 모든 걸 직접 할 수 없어요. 플랫폼의 플랫폼이 된 거죠. 대신 어느 기업의 서비스를 당근마켓에 넣고 싶을 거라는 전략이 눈에 보여서 ‘우리가 도전해보자’ 싶었던 거예요. 카카오도 초기에 그런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카카오게임도 그랬고, 지금 유명해진 카카오페이지(웹 소설 분야)도 원래는 ‘포도트리’라는 다른 회사가 만들다 커진 케이스고요. 저도 전 직장에서 경험했고, 당근마켓도 카카오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함께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

당근마켓과의 협업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기능 제공보다는, 마켓 연동을 해서 다양한 남의집들이 열릴 수 있게 하는 거죠. 지역별 당근마켓 거래 피드 중간중간에 저희 모임 정보를 보이는 거예요. ‘이런 지역에 이런 모임이 있는데 가보지 않을래?’ 하면서 추천해주는 거죠. 마켓 메인 피드 쪽에 저희 서비스가 많이 노출될 수 있게끔 논의하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보니 안전 문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있나요.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어요. 이유는 호스트, 게스트를 사전에 선별하는 시스템 덕분이에요. 호스트는 저희 템플릿 양식에 맞춰서 모임 신청서를 올린 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해요. 게스트는 방문 신청 시 개인 SNS나 블로그 주소를 걸고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죠. 그다음 호스트가 그걸 보고 수락 또는 반려를 해요. 직접 모임을 만들었으니 이에 맞는 사람들로만 인원을 구성하라는 거죠. 커머스는 돈 내면 바로 갈 수 있잖아요. 저희는 그게 안 돼요. 모임의 만족도는 어떤 멤버가 모이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필터링해야 한다고 봤어요. 호스트는 저희가 한 번 필터링하고, 게스트 필터링 권한을 호스트한테 줬죠.

남의집의 롤 모델로 삼는 서비스나 기업이 있나요.

에어비앤비요. ‘환대(Hospitality)’라는 미션을 기반으로 숙박업을 시작해 요가·요트 체험 등 여러 액티비티를 추가하며 사세를 확장해나가고 있잖아요. ‘기업이 성장하면 사업 확장은 당연히 되겠지’ 생각했는데, 제가 직접 사업을 해보니 전 세계 유저에게 다양한 환대의 경험을 주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이란 걸 알겠더라고요. 저도 사람의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이 사업을 세계적으로 넓혀서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최근에 스타트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면요.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창업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스타트업에 일단 취업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타트업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될 테니까요. 창업을 하면 부딪히게 될 상황을 경험을 통해 예견할 수 있고, ‘나라면 저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시뮬레이션해볼 기회가 되어줄 거예요. 취업 준비생들뿐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남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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